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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익수 May 15. 2023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

송승환

이 책의 저자는 현직 기자이다. 2016년에 중앙일보에 입사하여 JTBC로 이직하면서 신문과 방송이라는 양쪽의 언론을 경험한 저자는 기자 경력 6년차에 이 책을 썼다.

나의 대학시절에 기자라는 직업에 대하여 간접적으로 처음 접한 선입관은 매우 안 좋은 쪽이었다. 어떤 자리에서든 기자는 원만하면 반말을 한다. 누구와 함께 식사를 해도 밥값을 내지 않는다. 신문 기사의 절반 정도는 거짓말이다.

그 당시 기자와 만남이 있었던 어느 선배가 본인의 경험을 이런식으로 나에게 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당시에 읽은 신문 기사의 상당 부분을 사실이라고 믿었다.

사회를 다양하게 경험하고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속 모습을 어느정도 헤아릴 수 있게 된 지금은 신문 기사의 상당 부분이 현실을 미화 또는 왜곡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실제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진다. 대중의 관심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언론은 평범한 사실이라도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의 눈에 띄게 엮어서 독자들이 기사를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사를 제공하는 고객의 의도를 잘 담아야 수입과 기회가 생기는 홍보성 기사는 팩트이기 보다는 기사 제공자가 독자에게 보여지고 싶은 모습이다.​

이 책의 제목에 포함된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합성어로서 쓰레기 수준 저질 기사를 쓰거나 낮은 수준의 처신을 보이는 기자를 지칭한다.

이 단어가 사회적으로 부각된 배경이 있다. 자동차 관련 특정 기사가 2016년 2월에 포털 사이트 다음의 ‘핫이슈’ 난에 게재되었다. 이 기사에 대하여 “이런걸 기레기라고 하죠?” 라고 댓글을 단 독자가 모욕죄로 고소되었다. 법원에서 1심과 2심은 모두 댓글 작성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021년 3월에 대법원은 모욕적 표현은 인정했으나 자신의 의견을 강조 및 압축한 표현으로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기에 위법성 조각사유로 무죄판결을 내렸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길게 고백한다.

「 일반적으로 기자는 그 특성상 사회적인 비판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직업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스마트폰이 2010년경 도입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SNS 활동이 활발해졌다. 이 때부터 기사에 댓글이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기사에 대한 적극적인 반론이 사회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엔 기사의 전문성과 신뢰도는 차마 언론이라고 보기도 힘들 정도로 여전히 바닥을 치는 경우가 부쩍 증가하였다. 그야말로 기자의 권리는 있으나 책임은 없는 상황이 전개 되었다. 정작 가장 매섭게 취재하고 비판해야 할 거대 권력에 대해서는 자기 밥그릇이 걸린 게 아니면 온순한 양 처럼 침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기자 직업의 특성을 이용하여 권력 삼아 행패를 부리는 경우가 대표적인 기레기이다. 지방 언론이나 인터넷 전용 언론의 경우가 상대적으로 이러한 경우가 많은 편이다. 자신들의 취재대상인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강압적 취재를 하거나, 엠바고 또는 업무상 기밀을 합의 없이 누설하고, 무례한 태도로 질문을 하여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이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들이 발매한 책자를 고가에 강매하거나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악용하여 공무원들이 업무에 방해가 될 정도의 과도한 자료를 청구했다가 광고비를 주면 청구를 취하하는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 회사 홈페이지를 해킹하여 메인화면에 음란사진을 올린 후 위법을 고발하겠다고 전화로 협박하여 푼돈을 뜯어가려는 낮선 온라인 언론매체의 기레기도 있었다.

지난 2010년 가을 G20 서울정상회의 때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폐막 연설 직후에 특별히 한국 기자에게 질문기회를 주었다. 세계 초강대국의 국가원수가 방한했을 때 언론인으로서 일생일대의 질문기회를 얻었는데도 언론사에서 나름 가려 뽑았다는 최고의 인재들이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도 질문을 하지 못했다. 결국 질문할 기회를 중국 기자가 가져가는 모습은 당시 한국 기자들의 무능함을 모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 당시 화면에서 그 장면을 본 나는 같은 한국사람으로 너무도 자존심이 상했던 기억이 난다.​

“기레기가 사라질 것인가?”에 대해 언론계에 종사하는 기자 본인들도 회의적인 입장으로 보인다. 애초 기레기는 기자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생존해야 하는 언론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 입장에서 기자는 퇴사하면 다시 뽑으면 그만인 존재이다. 기사에 대한 시청률이나 포털 사이트 클릭수가 잘 나오게 만들면 기본적으로 능력있는 기자이다. 이러한 능력있는 기자가 Best Repoter(Journalist)인 것이 지금의 언론계이다.

“우리 사회에서 진실을 알리고 정의를 추구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기자와 이러한 기자를 지키고 보호하는 언론환경이 아쉽다. 개인적으로 고백하자면 국민의 수준과 언론의 수준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전체적으로 현실 정치의 수준과 함께 간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언론의 핵심가치를 제대로 추구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옳바르게 변화되는 것 같지도 않는 현실을 고민하는 기자의 정직한 고백으로 들린다. 이 반성의 고백을 수십년 동안 언론계에 몸담아 온 언론인이 아니고 입사 6년차의 젊은 기자가 했다. 마치 부모가 수십년간 쌓아 놓은 잘못한 행적을 아들이 대신 고백하는 것 같은 언론계의 모습은 씁쓸하면서도 작은 희망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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