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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익수 Jul 01. 2023

클루지[kluge]

개리 마커스

이책은 23살에 미국 MIT 대학에서 뇌와 인지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30살의 나이에 종신 교수가 된 저자의 화제작이다. 저자는 뇌과학, 진화심리학, 언어학 분야에 깊은 전문지식을 갖고 있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배웠다. 지구상의 수 많은 생명체 중에서 인간은 그 어떤 종 보다도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인간관은 기독교적인 세계관과도 일치한다. 성경의 창세기 1장 28절은 인간에게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지배하는 절대 권력을 명확하게 부여하였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창조론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정신 활동은 말할 것도 없고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학적 순환은 신의 창조 섭리 안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책에서 인간이 결코 완벽한 지적 존재가 아니고 결점이 많은 ‘클루지(Kluge)’라고 주장한다. 클루지란 조잡하게 조립된 컴퓨터 또는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지만 그런데로 쓸만한 해결책을 뜻하는 영어 표현이다.

저자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하기에는 인간은 결점 투성이라고 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고 그런데로 지구상에서 효과적으로 진화해 온 동물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신체가 해부학적으로 완벽한 형태가 아닌 것은 당연하고 인간은 정신적으로도 결함이 매우 많은 존재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이책에서 주장하는 이론적인 배경의 핵심은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이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을 포함한 유기체의 신체적.생리적 특성은 말할 것도 없고 기억, 지각, 언어와 같은 정신적.심리적 특성들 조차도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설명한다.

저자가 인간이 클루지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핵심 개념은 ‘진화의 관성(evolutionary inertia)'이다. 진화심리학이 진화의 관성(Evolutionary Inertia)과 결합되면서 지금의 인간은 클루지로 진화되었다고 말한다. 인간의 진화는 완벽한 체계를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계획되고 설계된 토대위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진화 단계에 ‘땜질’로 덧대가며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진화론적으로 충분히 완성되지 않은 존재이며, 우리의 뇌는 수만 년 동안 그때 마다 당장의 생존을 최대한 추구하도록 설계된 비합리적인 컴퓨터(클루지)라는 것이다.

거칠게 비교하자면,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반듯하게 조성된 세종시를 창조라고 한다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공존하면서 도시 재생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하는 서울시는 진화라고 설명할 수 있다.

저자는 “진화는 우리에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오류가 없다고 보장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자는 인간의 부조리한 행동과 그러한 인간이 만들어 내는 혼란스러운 세상을 파헤치고 인간 본성의 불가사의한 측면을 조명한다.

저자는 인간이 오류가 많은 볼완전한 존재라고 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불완전한 생각의 함정에서 탈출하기 위한 효과적인 13가지 방법을 이책의 말미에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한 방법은 경험적이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생각'이라는 무기이다. 이책은 비록 오류가 많고 불완전한 인간이지만 ‘생각하는 사람’으로 최대한 잘 살기 위한 방법을 동시에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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