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한
중국을 이해하기 위하여 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 중의 하나이다. 저자의 ‘다섯 가지 집필 원칙’의 마지막에도 있듯이 이 책은 두껍지 않아서 읽기에도 부담 없다. 이 책은 땅, 인구, 도시, 관행, 공산당이라는 5개의 주제(창[窓],Window)를 가지고 중국을 들여다 보도록 안내한다.
중국에 대하여는 “앞으로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로 미국의 힘을 능가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중국은 내면을 들여다 보면 볼수록 무서운 힘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라고 전문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양 극단의 입장을 보인다. 이러한 극단적인 입장의 차이는 합리적이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에 따른 지식과 역사 해석을 포함한 감정의 표현인 경우도 있다. 컵에 물이 절반 차있는 객관적인 사실을 두고서 “물이 절반 밖에 없네!”와 “물이 절반이나 차있네!”라고 극명하게 생각이 나뉘는 것과 비슷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가능한 많은 숫자와 데이터를 가지고 중국을 정확히 볼 수 있도록 제시한다. 저자는 중국을 분석하면서도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인구 문제와 환경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 책에서 펼친다. 올해 11월, 리더스 포럼의 저자 직강 모임에 참석을 못해 아쉬윘는데 많은 자료 준비와 함께한 열강이었다는 소식을 나중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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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중국의 인구는 14억명으로 전 세계의 18%를 차지한다. 중국은 한족 91%, 55개의 소수민족 9%로 구성돠어 있다. 이러한 거대 인구의 중국도 2016년을 기점으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시작되었고, 2022년 부터 인구 감소세가 시작되었다. 이를 두고 중국도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에 중국의 성장도 한계에 부딧힐 거라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이 중국보다 고령화가 많이 진행되었다. 또한 저출산인 중국의 절대적인 출생자 수는 매년 900만명에 이르는데 이는 이스라엘(917만명), 오스트리아(896만명)의 나라 전체의 인구보다 많다. 이러한 출생자 수가 떠받히는 중국의 생산활동가능인구는 2050년 까지 8~9억명 유지하기 때문의 중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전 세계적인 기준에서 문제가 안된다.
저자는 중국의 거대한 인구를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지구적 차원에서 인류가 모두가 쾌적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살아 가려면 모든 지구인이 삶의 양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하여 ‘지속가능한 성장’ 보다는 ‘탈성장을 통한 지속’을 말한다. 탈성장은 인간 개개인의 보편적 욕망을 억제하는 것으로 일반 시민이 덜 일하고, 덜 생산하며, 덜 소비하는 반면에 더 많이 나누고, 더 많은 자유시간을 누리며, 자존감과 기쁨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미래를 말한다.
가슴뛰는 이러한 미래를 위하여 위하여 5가지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시되어 있지만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면 우울하다.
- 경제성장 없는 그린 뉴딜
- 보편 기본 소득과 서비스
- 커먼스 되찾기
- 노동시간 단축
- 이상의 4가지 개혁을 뒷받침하는 공공 금융
저자는 인구의 증가가 정상이고 인구의 감소가 비정상적이라는 사고를 정반대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인구의 감소가 재앙이 아니고 축복이라고 여겨야 한다는 뜻이다. 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삶의 양식을 개별 국가가 아니라 세계 인류 차원에서 실행해야 한다고 하는데, 국가간의 이기주의를 생각하면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저출산 추세는 인류가 살아남기 위하여 과잉 인구 문제를 해소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저출산을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축복이라고 말한다. 현재 OECD 국가의 평균 출산율 1.6까지는 저출산의 충격을 견디면서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평균 출산율 0.7 수준은 거의 재앙이다. 저출산 속도가 너무 빠르고 평균 수명의 연장과 맞물리면서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등의 부도로 사회안전망이 무너지고 결국은 국가 경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3년에 설립된 국제생태발자국 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는 현재 지구의 환경을 지키면서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세계 인구는 45억명으로 진단한다. 즉, 2023년 6월말 79억명인 지구 인구에서 34억명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UN은 전세계 인구가 2050년에 97억명, 2100년에는 112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의 2021년 1인당 GDP 1만여$이고, 2023년의 명목 GDP는 1.4만$이다. 중국 정부는 1인당 GDP를 2035년 2만여$, 2050년 3만여$로 목표하는데 이의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의 하나로 도시화율 증가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하여 2020년 기준 64%의 도시화율을 가진 중국은 2035년 도시화율을 75%까지 높이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도시화는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이다. 도시화를 통하여 진행되는 1인당 GDP의 증가는 생산과 소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사실상 인구 증가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4장은 중국의 독특한 문화로 알려져 있는 꽌시(關係)라는 관행을 황광궈의 '중국인의 권력 게임 모델’로 설명한다. 꽌시는 체면, 인정, 보답에 걸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방식이다. 권력 게임 모델에서는 이것을 애정(Love), 지위(Status), 정보(Information), 돈(Money), 상품(Goods), 서비스(Services)이라는 6가지 사회적 자원의 교환 이론으로 설명한다.
“어떻게 하면 남과 관계를 잘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는 굳이 중국인들 만의 문제가 아니고 인간의 공통된 문제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쓴 아래 내용은 생각할 수록 깊이있는 삶의 지혜이다.
좋은 관계를 추구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성향으로 꽌시를 중국인만의 특별한 별종 같은 행동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문화라는 렌즈로 세상을 본다. 문화는 본래 편견(Prejudice)이다. 남을 관찰하거나 판단하기 전에 자신의 눈이 얼마나 자신의 문화에 깊이 물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자신의 관점을 최대한 객관화 하여야 한다.
“ 상대방이 가는 방향으로 함께 가세요. 당신이 그와 같은 편 사람이며, 당신이 결코 그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인식하게 하세요. 그가 만일 당신과 함께 하는 시간을 편안하게 느낀다면 관계는 저절로 좋아집니다. 사람은 이익을 좇고 손해를 피하는 존재입니다. 당신이 그에게 이익이 되는 존재라면 관계는 저절로 좋아집니다. 심지어는 나쁜 짓도 함께 할 정도가 되어야 진정으로 깊은 속내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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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관계(인연)을 만들고 싶다면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라도 당신을 부를 때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초대에 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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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그렇기에 사람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면 절대적으로 후회할 일이 생긴다. 이 때문에 큰 일과 작은 일을 떠나서 일의 진향 과정에서 뜸뜸이 의식적으로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깊은 신뢰 관계는 매일매일 오랜 기간 이런저런 계기들의 축적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지 그것 자체를 추구한다고 어느 날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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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말과 행동과 생각이 일치되는지 알아본다.
말만 듣고 행동하면 호구가 되기 쉽고, 말과 행동의 일치 여부만 보고 판단하면 더 큰 위험에 빠지기 쉽다. 그의 말과 행동의 이면에 내재해 있는 속마음까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생각까지 알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고, 시간이 지나야 사람의 본심을 알 수 있다.”는 축적된 시간의 힘을 말한다. “
2002년에 영국에서 출간된 장하성 교수의 ‘Kicking away the Ladder (사다리걷어차기)’는 중국에서 '부자 나라의 위선(2009년)‘과 ’부자 나라가 파놓은 함정(2020년)‘으로 각각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선진국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과 ’열등한 제도‘가 확산되어 있다. 이 책의 요지는 선진국이 보기에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 정책도 사실상 개발도상국들에게 유용하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정책들이 후진국에서 효율적으로 사용되기만 하면 더욱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이 현재 개발도상국에게 소위 ‘바람직한’ 정책을 권고하는 것은 자신들이 정상에 오르고 난 후에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