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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익수 Oct 20. 2024

두 얼굴의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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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신문사의 기자로 입사한 후 10년차에 베트남 특파원으로 파견된 저자가 온 몸으로 겪은 베트남에 대하여 쓴 글이다. 직업이 기자인 저자가 쓴 글이어서인지 내용이 재미있고 읽기도 쉽다. 이 책의 부제에 ‘비지니스’라는 용어가 들어 있지만 직접적인 비지니스에 대한 내용 보다는 저자의 생활 밀착형 베트남 체험기로 읽혀진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여간해서는 알 수 없는 베트남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하여 흥미진진하게 접할 수 있어서 좋다. 새로운 비지니스를 하려는 나라의 문화와 사회 환경을 많이 이해할수록 실제 비지니스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익한 책이다.

저자의 끈질기고 억척스러운 기자 정신이 이 책 곳곳에 듬뿍 담겨 있다. 베트남을 떠나서 한국에 돌아온 후, 베트남 사랑에 가슴앓이 하는 저자의 인간적인 모습도 보기에 정겹다.

북한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2017년에 피살한 사건의 후일담이 책의 말미에 ‘북한 공작원이 베트남 여성에게 접근한 까닭’이라는 소제목으로 나온다. 북한 공작원에게 매수 당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유독성 화학 물질을 순간적으로 덮어 살해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이 베트남으로 귀국한다는 정보를 저자가 본사로 부터 받았다. 말레이시아 정부로 부터 풀려나 항공편으로 베트남에 돌아오는 흐엉을 집요하게 좇은 저자는 하노이 공항 입국장에 들어서는 흐엉의 모습을 찍어 국내 신문에 특종으로 싣었다. 저자가 어려움을 헤쳐나가면서 흐엉을 추적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마치 영화 주인공의 스토리 같다.

사람을 독극물로 죽인 흐엉이 분홍색 캐리어에 뾰족 구두를 신고, 화려한 색상의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하노이 공항에 나타났다. 북한 공작원에게 매수 당해서 북한의 김정남을 살해한 젊은 여자가 예쁘게 차려입고 베트남으로 몰래 귀국하는 장면은 당연히 대중의 큰 관심을 끄는 설정이다. 흐엉이 공항에 입국하는 장면을 저자가 단독으로 카메라에 담아서 특종을 잡았다. 스캔들에 휩싸인 연예인을 추적하는 것과 같은 저자의 활약, 그 결과 언론에 실린 특종. 개인적으로는 편하게 읽어도 충분히 재밋고 유익한 이 책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부분으로 느껴진다.

이 책을 거의 읽은 즈음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8차 방류를 개시했다고 한다. 원전 오염수 방류 초기에 난리 치던 대부분의 우리나라 언론(기자)은 어느덧 옛것(Olds)이 되어 버린 오염수 방류 사건이 더 이상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을 알아챘고, 소수 언론에서만 이 기사를 다루고 있었다.

최근에 BTS의 슈가가 과도한 음주 후에 전동 스쿠터를 타다가 넘어져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대중의 큰 관심을 끌만한 새것(News)이 만들어졌다. 슈가 본인이 무책임하게 행동한 것을 공식 인정한 후에도 기자들은 집요하게 이 사건을 파헤치면서 슈가의 방탄소년단 탈퇴를 압박하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대중들은 이 사건을 불안한 눈으로 보고 있고 이 상황은 대중의 이목을 잡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사거리가 되었다.

새로운 것(News), 특종이라는 기사를 대중에게 어필하고 팔아서 돈을 만들어야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존재하는 언론과 이 목적에 부합해야만 능력있는 기자로 인정받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저자가 유명 언론사의 기자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진실을 알리고 정의를 추구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추구해야 한다.“는 기자 정신을 이 책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은 나의 개인적인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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