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역사

Ken Wilber @2020.09

by 전익수

2018년 4월에 ‘인간 역사의 모든 것을 다룰 것 같은’ 멋진 제목에 끌려서 산 책입니다. 나의 지적인 허영심과 호기심이 함께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최근 거의 두달간 씨름하다가 오늘 다 읽었습니다. 두달이면 대기중인 책 여러권을 읽을 수 있었는데 독서 효율이 극히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있을 거라고 믿고, 나름 다루는 주제가 우주인지라 금맥 찾아 힘들게 굴을 파들어 가는 마음으로 6백여쪽의 두껍고 무거운 책을 매일 가지고 다니면서 읽었습니다. 이 책의 역자가 나름 이 분야에 정통하여 번역이 부실한 것 같지는 않은데 내용이 어렵고 단어가 난해하여 읽으면 얼마 안있어 나를 금방 졸리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일부러 잠드려고 읽은 적도 있었고 신기하게 잘 먹혔습니다.


이 책은 모든 것의 역사(The Brief History of Everything) 제목이 주는 선입관 처럼 선사시대, 고대 그리스/로마, 중세, 근대, 현대의 역사 전체를 기술한 책이 아닙니다. 굳이 따지면 근대(近代, Modern)의 비중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산업혁명이나 1차, 2차 세계대전 등을 다루지도 않습니다.

이 책은 ‘마음과 세계가 어떻게 태어나고 어디로 진화하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사회의 성차별갈등, 인종문제, 환경문제, 종교분쟁, 민족주의, 지역분쟁 등의 온갖 현대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나름 명쾌한 논리로 제시합니다.

칸트, 스피노자 등의 근대 철학자들의 사조를 크게 에고주의와 에코주의의 대결로 나누고 어느 쪽의 접근방법도 현대사회가 격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서로를 부정하는 극단적인 싸움을 해왔다고 진단합니다.

개인중심주의와 경험주의에 입각하여 문제에 접근하는 에고주의와 절대자연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다른 모든 것은 자연에 부속 요소로 접근하는 에코주의는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공동의 목표 앞에서 서로 헐뜯고 공격하면서 근대사회가 만들어 놓은 현대병을 치유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저자는 초개인.통합심리학 분야의 큰 업적을 쌓은 철학자입니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함께 아우르는 학문적 성취를 이루었다고 보입니다. 자신의 철학이론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수행자의 모습을 보면 오히려 동양철학의 가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봅니다. 학교 수업에서만 배웠던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의 논리와 가치도 함께 다룹니다.


켄윌버는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사분면(四分面,Quadrant) 개념으로 매우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합니다. 우주(Cosmos) 만으로는 이 세상을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어 온우주(Kosmos) 개념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를 통하여 ‘과학 만능주의‘의 근세를 지나면서 심각하게 잃어버린 마음, 정신, 공동체, 진실성, 의식, 영(靈,Spirit) 등의 가치(세상, History)를 복원하고자 합니다.


이 긴책의 끝 부분, ”빅뱅 이전에 당신이 가졌던.. 온우주로 노래하는 순수한 공(空).. 그래서 남아 있는 것 전부란 미소뿐이며, 어느 투명하게 밝은 밤 조용한 연못 위에 비친 달의 모습뿐입니다.“ 의 마무리를 보면 솔직히 따라하기 힘든 영역으로 보입니다.

책 권수로 따지자면 독서효율을 극히 떨어뜨린 힘들게 읽은 책이지만 충분히 보상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책입니다.

세상(우주)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깨닫고, 가까운 사람을 이해하고, 내 일을 성공시키는 법을 알게 되고, 세상을 여유롭게 받아들인다."는 것과 충분히 서로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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