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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들 우희의 결혼에 주는 아버지의 덕담

by 전익수

아버지의 살아온 경험에 비춘 덕담을 오늘 결혼하는 첫째 아들 우희와 새아기 수연에게 해 주고 싶구나.

사람이 짝을 만나 결혼하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결혼이란 인생에서 정말 축복스런 일이다. 그래서 처녀.총각은 결혼한 사람을 그 자체만으로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끌리고 사랑해서 맺어진 결혼이지만 살아 온 과정이 다른 두사람이 함께 살면서 결혼을 잘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앞으로 두사람이 복된 가정으로 잘 가꾸어 나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아버지의 덕담을 전한다.


모든 사람은 자기의 생각과 주장을 가지고 있다. 어려운 사람 앞에서는 쉽게 말을 못하고 마음에 담아 두지만, 편하고 쉬운 사람에게는 쉽게 주장을 한다. 흔히 가족 사이는 편하기에 쉽게 감정을 드러내고 주장하는 편이다. 부부는 함께 잠자리를 할 만큼 특별히 편한 관계이다. 그래서 더 쉽게 자기의 주장을 하게 된다. 결혼하여 부부가 되어도 원래 다른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고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서로 타투어서 화가 나는 상황이라도 잠자리는 꼭 안방을 함께 지켜라. 너희 신혼집에 방이 두개 있는 것을 잘 안다. 안방을 떠나 건너방으로 가서 자면 바보가 되는 거다. 먼저 손을 내밀고 잡아 주어라. 아버지의 결혼 초를 떠올리면 이 부분에서는 우희 엄마가 아버지 보다 훨씬 마음씀이 바르다는 것을 늦게서야 깨달았구나. 짝이 되어서 이런 것을 미리 생각하고 마음 쓰면 더 없이 멋진 한 쌍이 될 거다.


두사람은 맏이라서 집안 대소사에 마음 쓰는 일이 결혼 후에 종종 있을 거다. 너의 생각과 행함을 보면 지혜롭게 잘 할 거라 보이는구나. 결혼 이후에 자기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안 서운케 해드리려는 생각으로 짝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 말거라. 그러다가 지혜가 부족하면 정말 별거 아닌 것으로 다투게 된다. 이런 말을 할 때 짝이 어떻게 느낄지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거라. 이런 뜻에서 생각없이 효자 효녀가 되려고 애쓰지 말거라. 부모는 너희가 안 다투고 마음을 잘 맞추어 사는 것을 바라고, 그렇게 잘 사는 모습이 효자이고 효녀인 거다.


누구는 세월이 흘러도 생각과 행동이 한결 같아서 훌륭하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거라. 세월이 흐르면 사람의 생각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정상이다. 나이가 들어 감에도 생각이 안 바뀌고 똑같으면 그게 오히려 문제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여간해서 바꾸질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으로 세상의 옳고 그름을 따진다. 그러나 세상에 다름은 존재해도,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정말 어렵다. “상대의 생각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내 생각을 꼭 이렇게 가질 필요는 없겠구나!” 라고 조금만 마음을 열어 보거라. 세상의 관계는 마음에 안 들고 싫으면 떠나면 그만이지만, 부부란 그런 것이 아니다. 결혼하고 살다 보면 다툼은 있을 거지만 나의 생각을 바꾸어서 지혜롭게 사는 부부가 되어라.


살면서 삐지지 말자. 대부분 삐지는 것은 나이지 상대방은 아니다. 삐진 마음으로 서운했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상대방은 오히려 어이없어 한다. 그러니 삐지면 나만 손해고 속 좁은 사람이 된다. 삐지려는 마음이 들 것 같으면 빨리 마음을 다잡고 생각을 바꾸어라. 젊은 너희는 자신의 생각이 특별히 잘못된 게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곤 한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는 것이 잘 안될 거다. 나이가 50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깨닫고 바뀔 거지만 젊은 너희는 가능한 빨리 그리하려고 노력하거라. 굳이 세월이 지난 후 지나간 행동을 아쉬워하는 바보가 되지 말거라. 그러니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열고 다듬기에 항상 깨어있거라.


인생의 공짜는 없다. 살아오면서 행한 모든 선택과 행동은 반듯이 자신의 삶에 그대로 담겨 진다. 누구와 거래에서 내가 더 남았다고 좋아하지 말거라. 이익은 나누어 가져야 한다. 내가 노력하지 않고 주어진 이익은 언젠가는 수업료로 나에게 청구되는 것을 명심하자. 내가 받은 호의와 혜택은 반듯이 돌려 주려는 마음을 꼭 품거라. 그 당시에 못했다면 잊지 말고 나중에 꼭 갚도록 하거라. 그러면 인생의 큰 저축이 될 거다.


우희야, 결혼의 과정을 하나씩 열심히 준비해 나가는 네 모습에서 아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느꼈다. 엄마 아버지가 잘 키웠다기 보다는, 네가 잘 커준 것 같아서 고맙구나.

수연아, 새아가야! 결혼을 준비하는 짧은 기간에 접한 너의 모습과 심성을 보면서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잘 자랐다고 믿어지는 구나.

첫 아들 우희에 대한 깊은 사랑을 새아기에게도 함께 담으려는 우희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참 기분이 좋구나. 새아기의 목소리가 예쁘다고 우희 엄마가 나에게 여러차례 말하더구나.


사돈 어르신, 잘 커주어 결혼에 이른 아들과 딸 덕분에 훌륭한 두분을 알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흔히 사돈 사이는 예를 차리고 각별히 조심하기 때문에 그만그만 무난한 관계로 지내는 모습을 봅니다. 어차피 우희와 수연이는 자기들 끼리 어쩌다 가끔은 다투겠지만 우리 젊은 때 보다는 더 미쁘고 지혜롭게 잘 살겁니다. 우리 사돈끼리는 늦게 만난 새친구처럼 편하게 왕래하고 재밋게 지내는 사이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양가의 뜻을 모아 치루는 ‘작은결혼식’이지만 우리의 마음은 ‘큰결혼식’을 담았기에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서 함께 축하해 주시는 가까운 가족친척과 지인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모시지 못했지만 이 결혼을 축복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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