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단순함

by 서그냥

독서모임을 하면서 책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다양한 생각이 떠오릅니다.

우리 모임은 각자 다른 책을 가져와 읽고 얘기를 나누는데, 한 분이 세이노의 가르침을 가져왔습니다.

회원님은 이 책을 읽고 삶의 큰 변화가 있을 정도로 큰 도움을 얻었다고 했는데요.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의 에피소드('개X끼에게는 욕을 해야한다' 라는 챕터로 기억합니다..)를 보고, 때로는 세이노 작가처럼 시원시원하게 내뿜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하다보니 다양한 사람의 존재를 더 선명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 과정에서 과거에 있었던 자신의 변화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과거에 자신은 조금 더 본인 위주였다고 해요.

왜 다른 사람들은 본인처럼 생각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본인의 생각을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마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자연스레 느끼고 수용하는 변화를 경험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회원님에게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나만을 생각하는 건 단순하고, 남까지 생각하는 건 복잡하죠.

나의 입장 뿐만이 아니라 남의 입장까지 고려하는 건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줍니다.

예를 들어 사회에서 이슈가 터졌을 때 나쁜 사람으로 판단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단순하게 그 사람을 평가하면 나쁜 사람으로 평가하면 되죠.


하지만 그 사람의 상황에서 생각하면 얘기가 복잡해집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 사람, 경험을 내가 겪었을 때 나도 그 사람의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나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의 '나'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을 거치고 다양한 경험의 영향을 받은 나일텐데 말이죠.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이 착한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지 않았을까? 의문을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악질적 범죄는 나쁜 거죠. 의문과 고민에도 선이 있는 겁니다.)


이런 고민을 하면 사람은 신중해집니다.

신중하면 섣부른 판단을 못하게 되죠.

이때 주변에서는 단순하게 생각해서 이슈가 터진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당연하게 인지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복잡성이 생겨버린 나는 바로 공감을 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쌓이면 사이가 멀어져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단순하게만 판단하면 잘못된 판단을 해버릴 지 몰라요.

이슈가 터진 사람을 몰아세웠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사람이 문제인 경우 다들 겪어보셨잖아요. 하하하.

사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사회는 유야무야 흐지부지 얼렁뚱땅 다음 이슈로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너무 복잡하게 판단을 해도 늦고 너무 단순하게 판단을 해도 틀리고 어떻게 해야좋을까요?

저는 궁극적으로는 복잡한 단순함을 추구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이 사회에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경우만 있으면 단순함만을 고집해도 될거에요.

하지만 이 세상은 너무나 복잡합니다.

복잡한 사고가 필요해요.

복잡하게 사고하다보면 어느 순간 다양한 상황에서 허상이 걷어지고 핵심이 보이기 시작해요.

복잡한 단순함이죠.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은 거칠고 시원시원한 말투로 독자들을 매료시킵니다.

얼핏 보면 단순하게 말하는 거 같죠.

하지만 작가님은 정말 다양한 상황을 겪었고 그 중에서 핵심이 되는 말들을 남겼습니다.

단순한 말이지만 깊이가 달라요.

이 책의 인기 비결은 복잡한 단순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는 습관도 들일 겸, 독서모임에서의 생각을 휘발시키지 않을 겸, 글을 써봤는데 저도 오늘 무슨 말을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저는 아직 단순하게 복잡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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