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독서모임을 오래 다니다보면 갈때마다 책을 고르는 것도 일이다. 참고로 우리 독서모임은 지정도서를 읽는 것이 아니라 각자 읽고싶은 책을 읽고 와서 얘기를 나눈다. 오늘도 어떤 책을 읽어야하나 고민하던 중 밀리의 서재 베스트셀러 1위에 노출된 박정민 배우의 책이 보였다. 최근 청룡영화제에서 화사와 함께 화제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박정민 배우의 책이라면 지금만큼 몰입해서 읽기 좋은 시기가 없었다. 화사의 Good Goodbye 노래에 맞춰 아련한 눈빛과 걸음걸이, 제스쳐를 보여준 박정민 배우의 연기를 보면 나는 남자이지만 왜 여성분들이 박정민 배우에게 그렇게 빠졌는지를 알아차릴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큰 고민없이 선택한 이 책. 재밌다. 박정민 배우의 익살스런 매력이 묻어나고 마치 수다를 떠는 것만 같다. 포장된 연예인이 아니라 날것의 우리와 같은 인간 박정민. 신사의 나라 영국에 가서 밥 먹듯이 무단횡단을 하는 신사를 목격한 이야기, 본인을 알아본 일본인과 음식점 사장님과 즐겁게 놀았지만 뒤통수를 맞은 이야기 등 재밌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놨다. 익살스런 대화 하나를 인용하고 싶다.
"아, 그럼 영화 출연하신 거 있으세요?"
"있긴 한데 잘 모르실 걸요. 스미마셍." <- 박정민 배우
"뭔데요?"
"<파수꾼>이라고...스미마..." <- 박정민 배우
"꺄악! 저 그 영화 다섯 번 봤어요. 이제훈 짱 팬임."
"그렇죠. 저도 한 일곱 번 봤는데요. 내가 이제훈 더 팬임." <- 무려 박정민 배우
이렇게 격의 없고 유치한(?) 대화를 재밌게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그의 문체에 혼자서 속으로 웃으며 봤다. 또한 이렇게 동네형 같은 모습 이면에 불안한 현실 속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위로 메시지를 던져주니 재밌고 유익하고 혼자 다하는 우리 형이다.
오늘 읽은 부분 중에서 인상깊은 챕터를 고르자면 '영화 같은 인생'이다. 이 단어에서 풍겨나오는 멋있는 삶에 대한 상상을 시작조차 못하게 작가님은 '참 싫다. 영화 같은 인생 말이다.'라는 말로 챕터를 시작한다. 알고보면 영화 같은 인생이 멋있지만은 않다. 위험하고, 불안하고, 절망을 맛본다. 평범한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작가님은 죽지도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의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긍정적인 감정만을 불어넣어도 평온하기 어려운 정신 세계에 스스로 부정적인 감정을 불어넣어야하니 그 힘듦을 가늠하기 어렵다. 작가님은 이 경험을 하면서 독자의 삶도 누군가에게는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영화 같은 인생일 것이라며 우리를 위로한다. 뭐 이렇게까지 말씀해주시니 나도 나만의 영화를 찍을 수 밖에.
한동안 브런치를 안했는데, 배우님의 책을 읽고 갑자기 5개의 글이 써졌다. 다른 사람까지 글을 쓰게 만드시다니. 작가님은 작가 소개에 본인을 '작가는 아니다'라고 표현하셨지만 너무 겸손하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