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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st Castle Aug 24. 2023

서리는 내려 앉는다

서리 [THE FROST ON YOUR EDGE]

마침내 한국힙합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 30 - Cakewalk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쇼미더머니 시리즈가 한국 힙합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즌 3부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래퍼가 생겼고, 전국의 래퍼들이 고시 준비하듯 쇼미를 준비해온게 10년 정도 되었으니까.


그러나 문화상품이라는게 으레 그렇듯, 계속 비슷한 것만 보여주면 관심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쇼미더머니6(행주 우승, 우원재 참가)까지는 2% 시청률을 유지했으나 7부터는 1%대 시청률로 돌입했고, 11에 와서는 0%대 시청률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쇼미 시청률 하락 추세와 엑스페리멘탈 힙합(특히 전자음악과 결합 된)이 부상한 시점을 살피면 재미있다.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기에 XXX [Language]가 발매되었고, 최고 시청률과 최저 시청률 모두 1% 안팎을 기록하는 시점에서 이현준과 009의 앨범이 나왔으니까. 일단 드러난 현상의 결론만 말하면 쇼미더머니로 낀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건 한참 됐다.


거품이 꺼지는 것 까지는 당연하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있는 법이니까. 그런데 지나치게 빨리 커졌고, 빨리 꺼지고 있다. 뭐든 지나치면 항상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일본도 부동산 거품이 빠르게 생겼다가 훅 꺼진 영향으로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한국 힙합 시장도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잡음이 일어날 것은 정해진 수순이고, 이미 많은 잡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딴게 무슨 힙합이냐 vs 그딴게 무슨 힙합이냐


우선 당장 보이는 잡음은 기존 팬과 신규 팬이 이해한 힙합의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세대 갈등이 생겼다는 소리다. 새로운 인구가 들어오며 문화가 바뀌는 걸 막을 수는 없다. 그 과정에서 버릴 부분은 버리고 가져 올 부분은 가져오는게 문화의 발전이다. 그러나 이게 급격하게 이뤄지면 타협하기가 힘들다. 서로 이해를 못하니까.


기업을 예시로 들어보자. 기업은 채용을 과정을 통해 사람을 필터링하여 조직에서 잘 융화되면서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 이후에도 온보딩 시스템을 통해 조직 문화에 적응 할 수 있는 기간을 제공한다. 이 기간 동안 조직 내의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씩 일을 맡으면서 기업에 차근차근 적응한다.


그런데 익히 알다시피 쇼미더머니가 보여주는 면은 기존 팬이 이해하는 힙합문화와 다른 점이 많다. 이런 현상은 쇼미더머니가 대기업의 거대 자본을 앞세워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쇼미더머니는 철저한 시장 연구를 통해 매스 미디어로 콘텐츠를 살포했다. 여기엔 오랜 기간 불특정 다수에게 콘텐츠를 제작하며 쌓았던 경험치가 모두 녹아있다. 즉, 누가 봐도 어느 정도 매력을 갖춘 콘텐츠라는 소리다.


반면 쇼미더머니 이전의 힙합은 그런 식으로 전달되던 문화가 아니다. 그냥 친구가 좋아한다길래 들어봤더니 취향에 맞았고, 자꾸 디깅하다보니 더 많은 아티스트를 찾게 되고, 그러다보니 힙합 문화를 깊이 향유하게 되는 식이다. 아니면 길을 가다가 들었던 매장음악이 우연히 좋았고, 그걸 찾아보다가 푹 빠지게 되는 식이다. 즉, 비교적 폐쇄적인 커뮤니티였다.


물론 힙합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근 적은 없었다. 다만 힙합 스스로가 자신을 불특정 다수에게 살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비를 유도한 적도 없었다. 쇼미 이전에 에픽하이, 타이거 JK 같은 예시를 들며 지나친 일반화가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리스너 플레이어 포함해서 전체 씬의 몇 퍼센트나 됐을 것 같은지 되묻고 싶다. DJ 투컷이 에픽하이 초기에 음악을 준비하며 "이딴건 힙합이 아니다" 라며 타블로와 사사건건 충돌하다가 통장에 돈 꽂히는거 보고 태도를 바꿨다는건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시장과 관계 없이 힙합은 어떻게든 자생해왔다. 돈이 하나도 없었다면 진작 고사했겠지. 그런데 어떻게든 살아남았다는건 결국 안에서 돈이 돌긴 돌았다는 뜻이다. 즉, 문화 안에서는 마케팅의 도사지만 정작 문화 바깥에 있는 잠재적 소비자에게 자신의 매력을 포장하는 방법은 하나도 모르는게 힙합이다.


그런 상황에서 쇼미더머니는 강제로 힙합이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제시해줬다. 그런 식으로 유입된 팬도 있다. 그런데 기존 팬들은 여기에 반발한다. 그러다보니 지속적으로 마찰이 생기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 싸우시는데요? 라고 묻는다면 유튜브 댓글창만 봐도 설전을 벌이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튜브 댓글은 거르는게 맞다는 의견은 문화를 공유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싸움을 벌인 결과 "쟤들은 우리 문화를 이해시킬 수도 없고 이해할 노력도 하지 않으니 그냥 포기 하시죠" 라는 시니컬한 의견을 갖게 된 경우다. 지금은 더 콰이엇, 팔로알토, 딥플로우 등 밑바닥부터 힙합을 일궈온 플레이어가 대량의 문화자본과 돈을 가진 일종의 기득권으로 작용해서 강제로 균형을 맞춰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이 상황이 영원할거라 생각하면 그거야말로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


결국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생기는 법이다. 쇼 비즈니스는 더 심하고. 딥플로우가 VMC 레이블 해산과 관련된 인터뷰를 할 때, 예능 같은걸 하지 않으면 레이블 존속이 힘들어서 했다는 말을 했다. [Founder]에서도 이런 현실을 녹여냈었다. 욕을 먹더라도 노바뱀이 되어야 했다는 소리다. 다르게 말하면 기존 힙합팬 가지고는 그 덩치를 유지하는게 힘들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서론이 길었다. 한줄로 요약하면 쇼미 때문에 구세대와 신세대의 갭이 크다는거다. 그리고 크루 서리는 이 안에서 본디 힙합을 부르짖는다.


그리고 지금, 힙합은 벼랑 끝에 있다.


앨범 커버

아메리칸 비주얼 노벨 스타일(마블, DC 등)로 그린 앨범커버다.


잘 보면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사람이 달라진다. 왼쪽 사람을 중심으로 보면 오른쪽 사람이 검정색 구멍으로 떨어지는 느낌이고 오른쪽 사람을 중심으로 보면 왼쪽 사람이 벼랑 아래로 떨어진다.


왼쪽 아래 말풍선의 문구는 "위기 속에서도 그 대담한 녀석은 뭔가 속셈이 있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누가 떨어지는지도, 어디가 절벽인지도, 전후 맥락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건 앨범 제목인 "벼랑 끝에 서리가 있다" 라는 사실 하나 뿐이다.


메시지 뜯어보기에 앞서

몇 가지 알고 가야 뜯어보기 수월하니 사용된 요소를 정리해보겠다.



Cakewalk


재즈 리듬을 기반으로 한 파티용 댄스음악, 혹은 그 댄스를 지칭한다.

piece of cake이라는 관용어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동명의 DAW도 있다.


극도로 주관적인 요약


1. Cakewalk


[딥플로우]

난 죽이 식었다고 식은 채로 내버려두는 타입은 아님

본캐인 딥플로우는 작업실 휴가 내버리고

부캐 파서 바닥부터 다시 올라간다.


부캐 상대를 좀 어렵게 골라봤는데

테이크원이 좋겠군

지금은 좀 그렇고 좀 더 맛있게 익혀 먹어야딩


[쿤디판다]

개빡세게 삽질해서

이제 국힙 자리 좀 잡았는가 했더니

남의 집이었네 처음부터 해야겠구만 ㅋㅋㅋ


내가 씬에서 그래도 중견쯤 되는거같은데

밑에서 자꾸 사고를치네

교육 좀 다시 시켜야겠군


내 행실이 어떻게 되든간에 다 상대해줄라니까

리스너 니들은 그냥 하던대로 퍼나르기나 해라


우리가 밀려난 것 처럼 보이냐?

조급한건 너같은데 ㅋㅋㅋ


2022년도 어느 날
크루 서리는 공격태세라는 황당무계한 선언을 시작으로
한국 힙합의 빈축을 샀다

무분별한 호전성에
수차례 무분별한 디스전이
1년 내내 난무하였고
한국힙합팬들이 그들에게 느끼는 불편함은 점차 커져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맹목적 비난 인격적 무시와 음해 등
한국힙합 팬들의 차가운 시선이 낳은 행동이
서리크루를 씬 맨 끝 언저리로 몰아가게 되고

살을 에는 듯 한 찬 바람에
소름돋는 그 절벽까지 그들을 밀어낸 끝에
마침내 한국힙합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나레이션 요약: 절벽으로 밀린건 서리크루지만 절벽 아래로 떨어진건 한국힙합이었다.


2. 밴


[딥플로우]

아 ㅋㅋㅋ 우리 잔치인 줄 알았더니

남의 잔치였네 ㅋㅋㅋ

근데 뭐 어쩌라고 일단 앉아서 먹는거지 ㅋㅋㅋ


[오하이오래빗]

야 거 먹는건 먹는건데

입에 막 집어넣지 마라

나중에 뭐 입에 넣었다가 뱉었다가

다시 주워먹지 말고

드럽게 뭐냐 그게


나는 입맛이 없어서 안 먹을란다

식탁보 새하얀게 아주 깔끔하구만

다들 젠체는 오지게 하던데

언제까지 깨끗한지 함 구경이나 할까?


[손 심바]

엣헴 힙꼰대 여기 왔다.

거 표정들이 왜그래

주름좀 펴봐


거 내 음식인지 아닌지 그런건 모르겠고

난 내가 먹는게 제일 중요함 ㅋㅋ


3. writer's glock


[디젤]

아 모르겠고

총들었으니 우리 동네에서 다 꺼져


[손 심바]

너네 집 펜트하우스(드라마)

난 하우스 오브 드래곤(드라마)

니들이랑 스케일이 다름


니들 나 가지고 맨날 인터넷에서 조롱하는거 앎

근데 그거 어차피 나 계속 언급해주는거잖어 ㅋㅋㅋ

니들 이제 닥칠래도 못 닥치잖슴? ㅋㅋ


[쿤디판다]

뭔 X발 힙합 X도 모르는 것들이

힙찔이 특 이러고 빠개


야 너도 임마

니가 좋아하는거에 부심도 못부리냐 어?

그러니까 니가 나보다 못하는거야 ㅋㅋㅋ


거 그거 몰라?

어?

그거 있잖아

리얼 레코나즈드 륄?


진짜는 한국에 없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4. airhead


[쿤디판다]

뭔 구걸하듯이 내 벌스 하나 받아보려고 어?

니들 나랑 뭐 하나 하면 태도 싹 바꿔서

전이랑 존나 다른 레벨에 있는 척할거잖아

척척ㅄ들 주제파악 요망


[오하이오래빗]

ㄹㅇ 힙합씬 꼬라지 ㅋㅋㅋ

니 얘기야 임마


5. the blod crew


[쿤디판다]

팩트는 니가 랩 못하는거고 ㅇㅇ

그리고 니들 힙합 좋다는거 다 개구라잖아

그게 좋아하는거면 크앤도 애인이냐? 낄낄


[손 심바]

Lil, Jay, Boy, Young, Kid 이런거로

대충 랩네임 붙이고 랩 쳐하는 새끼들

니들은 한 번은 봐도 두 번은 볼 일 없음 shift+66


[딥플로우]

내가 딥플로우인데 어?

뭐 이름값이 내려가겠냐?

언더그라운드로 서리가 돼서 내려가는거지


아 그나저나

거 공연 끝나고 멬썸노이즈! 하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이팅 ^^

(마천루는 저스디스가 피쳐링한 던말릭 곡)


6. 너구리


가사 보면 정황상

너구리=너 구림

인 것 같다.


[디젤]

(대충 구린 새끼들 찢는다는 벌스1)


[손심바]

(대충 구린 새끼들 찢는다는 벌스2)



7. double edge


[디젤]

야, 시장이고 나발이고 난 절대 안바뀐다

누가 뭐라고 하든 일단 줘 패는건 확정임

이짓거리 해서 이래저래 손해 볼 수도 있는데

언젠가 빛 보겠지

힙합 안에서 경쟁과 투쟁은 중요한 가치고

내 음악의 뿌리는 힙합임


[쿤디판다]

한국 힙합이 짱이다 XXX들아

인정 못하면 니들이 뭐 어쩔건데?

외국 힙합 어쩌구 하면서

누가 제일 잘한다고 가스라이팅 해대는

유튜브 댓글 꼬라지 딱 보면

힙합 팬 수준 설명 지대로 됨

난 얻기로 한거 다 얻을거임

힙합 본질도 제대로 못 보는 시야 좁은 새끼들아

약은 느그 동네 가서 해라 ㅋㅋㅋ


[딥플로우]

내가 돈도 있고 자신감도 있고 근본도 있지

이거저거 집어 삼키면서

존나 달리다보니 벼랑 끝에 왔는데

얼마나 먹었는지는 모르겠네 ㅋㅋ


저번에 내가 몇 대 쳐맞긴 했는데

이제 내 차례인듯? ㅋㅋㅋ(저스디스 곡 인용)

아내 빼고 내 가사 아무도 안 말림

TV에서 보기 좋던데?

어~ 긋잡 ㅋㅋㅋ

이제 절벽에 온걸 환영한다 십탱아 ㅋㅋㅋㅋ


8. frost bite


[오하이오래빗]

그래 X발 선전포고 좀 때려봤다

근데 꼬라지 보니 아무도 답변 안할듯 ㅋㅋㅋ

어차피 다 짜고 치는 가사 쓰고

캐치한 훅에 부드러운 음악들 할거잖어 ㅋㅋ

힙합 그따위로 할거면 다 족구 해라 X발 ㅋㅋ


[쿤디판다]

뭐 개 쎈척하면서 구린 변명 하네 ㅋㅋ

문 쎄게 닫고 엄마한테 바람때문이라고 하는거같음ㅋㅋㅋ

너 여유 그거 짭이잖아

릭로스가 갱스터 랩 하면서 왜 여유가 있었겠냐

교도관이니까 그렇지 낄낄낄


[손심바]

아 덕분에 우리가 좀 고평가 받는거같으니 그건 ㄳ

뭐 우리가 사준다 뭐다 하는데

헛소리 작작하고 ㅋㅋㅋ 내가 왕임 ㅋㅋㅋ

뭐 아이디 여러개 돌려가며 다른 사람인 척 하는데

혹시 장삐쭈세요?(장삐쭈는 혼자서 여러 캐릭터를 더빙한다.)


[쿤디판다]

아, 다들 겁먹었나?

야 분위기 깨서 미안하다 ㅋㅋㅋ

어차피 이 바닥에 힙합 우리 하난데

거기서 힙합 외친 우리가 잘못했네 ㅋㅋㅋ


[디젤]

아 모르겠고 내가 다 죽인다니까?

(뭔소리야, 얘는 아까부터 자꾸 지 할 말만 하네)


9. dry finish


[손심바]

돌아가는 꼴 딱 보니까

아이돌 못돼는 애들이 돈 벌러 국힙 오는데

뉴진스는 어케 따라가냐 ㅋㅋ


난 내가 해도 되는거랑

하면 안되는거 딱 구분해놓고 살란다


[쿤디판다]

난 가야될 때 걍 떠나는게 맞다고 본다

예토전생때문에 나루토 어떻게 된지 못 봤냐

근데 아직 이 바닥은 서리가 필요한거같다


[오하이오래빗]

같이 시작했던 애들

뭐 간이고 쓸개고 온 마음을 힙합에 바칠 것 처럼 살더니

지금 힙합 다 때려치고 나 하나 남았다

1년에 음악으로 300 버는데

뭐 오하이오래빗 붐은 온다는

커뮤니티 모 유저 말 처럼

딱 그 정도 희망 갖고 살려고


[디젤]

난 원래 천성이 반항아야

힙합이 망하면 뭐 어쩌라고

난 어쨌든 그 시간에 가사쓰고 랩하는데

그 소리 인터넷에 싸제끼는 너는

어머니 마음에 대못이나 박겠지


[딥플로우]

요즘 나도 뭐 딱히 신선하다 이런건 모르겠고

걍 열심히들 하잖아

나도 초심으로 돌아가서

서리랑 같이 열심히 해볼란다


메세지: 거 한국 힙합이 말이지? 아주 개판이야

먼저 디젤과 손심바는 각종 힙합 커뮤니티에서 허구한날 도마위에 오르는 뜨거운 감자다. 특히 손심바는 "더 콰이엇 랩 못하지 않나요?" 의 계보를 잇고 있다. 이번 앨범의 퍼포먼스를 보면 손심바 수준의 랩 디자인을 보여주는 래퍼가 흔한 편은 아니다. 목소리나 플로우 전개 스타일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어도 기술적으로는 굉장히 뛰어나다는 소리다.


그런데 힙합엘이 국내 게시판에 몇 달전 즈음 "손심바 멜론 스트리밍 횟수 일 17회"를 들먹이며 손심바는 랩도 못하고 작품성도 없다는 주장을 펼친 사람이 있었다. 일단 사족이긴 한데 이에 대해 손심바가 직접 나서는건 모양 빠지니까 필자가 대신 변호를 하겠다. 손심바의 음악은 2023년 3월 13일 오후 10시 14분, 스포티파이 기준으로 월 26,975명이 청취하고 있다. 국내에 플랫폼은 멜론 하나가 아니다.



아무튼 제 자리로 돌아와서. 이게 앞서 지적했던 기존 팬과 신규 팬 사이의 거리감이다. 한국에 힙합이 들어온지 이제 30년 안팎이 되었다. 그리고 신규 팬들은 한국 힙합이 라임과 플로우에 대한 논쟁을 치열하게 하던 시기를 경험한 적 없는 세대다. 인터넷 방송 BJ들이나 공중파 예능에서 라임 개쩔었다고 던지는 단어들은 대부분 00년대 초중반에 버벌진트가 "진실 현실 사실 이꼴 색골 용주골 이딴게 수퍼 리리컬이라고..." 하던 라인으로 깠던 방식의 라이밍이다.


물론 웃자고 한 농담에 죽자고 달려드는 것도 이상한 일이긴 하다. 그런데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려고 하면 진지충이라고 악착같이 달려들어서 사람을 조져놓던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요즘은 그나마 이과생이 과학 현상을 댓글로 줄줄이 읊으면 문송합니다 하면서 좀 받아들이는 경향이 생긴 것 같긴 하다. 라임가지고는 아직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거 설득하는거 시간 아깝다. 그 시간에 리뷰 한 편 더 쓰는게 낫다. 아무튼 그런 시기에 힙합이 상업적 전성기를 달렸으니 신규 팬들이 라임이니 플로우니 마디가 어쨌니 알 바 아니지. 그냥 노래만 좋으면 장땡인 것이다.


그런데 크루 서리는 다른건 다 몰라도 힙합 한다고 하는 녀석들 만큼은 저기 휩쓸리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일부 가사에서 리스너를 언급하고 있으나 메인 타겟은 플레이어에 맞춰져있다.


구린 플레이어와 힙합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려 들지 않는 다수의 리스너, 서리는 한국힙합과 함께 벼랑 끝에 몰렸고 마침내 떨어졌다.


그런데 원래 서리는 내린다. 즉, 떨어져 바닥으로 돌아가는게 본질이다.


자 그래서, 지금 떨어진게 누구지?
저점 매수 vs 고점 매수


쇼미더머니 이후 한국 힙합은 양적으로 막대한 성장을 이뤘다. 그리고 그 쇼미더머니는 지금 점차 내리막을 걷는 중이다. 물론 CJ 편성표에 쇼미더머니를 대체할 신규 힙합 프로그램을 신설한다고 쓰여있다는 짤이 돌았다. 그런데 대중들이 껍데기 좀 바꾼다고 CJ발 힙합프로그램을 천년만년 소비할까? 그거 어차피 CJ가 만든거잖아. 투뿔 한우 등심도 10년 내내 삼시 세끼 먹으면 질릴텐데 이미 몇 번 씩 데인 CJ발 오디션프로그램의 결과가 반드시 좋을거란 보장이 없다.


맥주는 거품이 꺼져야 비로소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부분만 남는다. 그리고 서리의 의견에 따르면 한국 힙합은 고점을 찍고 거품이 꺼지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힙해 보여서" 힙합을 소비하던 리스너, "한탕 쳐 보려고" 들어온 플레이어들은 죄다 떨어져나갈 것이다. 그 거품이 꺼졌을 때, 진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부분만 남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벼랑 끝의 서리는 위기가 아닌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간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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