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쓰레기통에 우리 아이 잠바가?

쓰레기통 인심이 후한 프랑스

by 김선경

거꾸로 생각을 해봤다. 우리는 프랑스에 화장실이 별로 없다는 것에 당황하는데, 프랑스인들은 우리나라의 무엇에 갸우뚱할까? 내 생각엔 쓰레기통이다. 프랑스인들에게 직접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분명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길거리를 걷다가 마땅히 쓰레기통이 있어야 할 자리에 쓰레기통이 없다는 것에 당황할 것이다. 가끔 한국인인 나도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원래 쓰레기통이 이렇게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꽤 많이 있었다.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서 그네처럼 앞뒤로 움직이는 쓰레기통이 가장 일반적이었다. 그 쓰레기통 위엔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는 작은 재떨이가 있었다. 지하철역 플랫폼에도 곳곳에 하늘색 플라스틱 재질의 원통형 쓰레기통이 놓여있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공공장소에 있는 쓰레기통에 위험물을 숨겨둘 수 있다는 이유로 불투명한 쓰레기통이 사라졌다. 그리고 투명한 비닐봉지를 끼워둔 철제 쓰레기통으로 바뀌었다가 이제 그조차도 거의 없어졌다. 그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쓰레기 종량제를 시작했다. 가정이나 상점에서 쓰레기를 버리려면 돈을 주고 산 봉투에 넣어서 버려야만 했다. 어떤 사람들은 쓰레기를 공짜로 버리고 싶어서 공공 쓰레기통에 가정용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나마 남아 있던 공공 쓰레기통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들은 공공 쓰레기통이 없는 삶에 적응해 갔고, 외출 시에 생긴 쓰레기는 자연스럽게 집으로 가져간다는 인식이 생겼다. 이러한 사정을 외국인들이 알까?


이모가 사준 잠바

2025년 파리로 출발하기 전 한국은 역시 더웠다. 6월부터 30도를 넘긴 더위가 시작되고 있었다. 프랑스도 때 이른 폭염으로 7월 초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에 에펠탑이 휘어져 에펠탑 꼭대기층 전망대가 폐쇄되기도 했다. 올여름은 유럽도 덥겠구나 예상하며 소매가 없는 옷이나 시원한 옷들을 잔뜩 준비했다. 출발하기 일주일 전 가져갈 옷을 챙길 겸 파리 일기예보를 보았다. 그런데 우리가 파리에 머무는 주에는 최저 16도에서 최고 22 정도 되는 기온에 계속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한국은 30도가 넘어가는데 20도라니 초봄 날씨다. 솜잠바를 챙겨야 하나 아무래도 여름에 솜잠바까지는 아닌 것 같다. 대안으로 도톰한 바람막이 잠바를 사가기로 했다. 출국 바로 전날 급하게 유니클로 매장에 들러 여름잠바라고 하기엔 조금 두께가 있는 방수 잠바를 샀다. 친동생이 조카를 위한 여행 선물이라며 첫째의 잠바를 결제해 주었다. 기능성 의류라 그런지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사이즈가 있는 것으로 고르다 보니 연보라색뿐이었다. 바로 내일이 출국이니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잘 접으면 뒷 목 아랫부분에 붙어있는 네모난 주머니에 잠바 전체가 쏙 들어가는 휴대성이 좋은 상품이었다. 트렁크에 그 잠바를 챙기면서도 이렇게 두꺼운 긴 옷을 입을 일이 있을까 했다. 그런데 그 잠바를 여행 내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입게 될 줄이야.


책임감이란 무엇인가

일기예보대로 파리에 도착하니 날이 서늘했고, 하루에 몇 번씩 비가 왔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여행하기에 매우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국처럼 푹푹 찌는 습도에 뜨거운 햇볕을 견뎌야 하는 날씨가 아니라 다행이라 위로했다. 문제는 비가 내리면 온도가 내려가 추워지고 날이 개이면 따뜻하다가 순식간에 더워진다는 것이었다. 첫째 뿅뿅이는 이런 미묘한 날씨의 변화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워도 ‘너무 덥다.’ 조금만 추워도 ‘정말 춥다.’라고 호들갑을 떤다. 이런 아이의 특징을 모르지 않기에 나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히고 혹시 모르니 잠바는 꼭 챙겨서 숙소를 나섰다.


파리에서의 날들이 하루 이틀 지나자 남편과 아이의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남편은 갑자기 책임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아이에게 말하는 파리에서의 책임감이란 자기 자신의 물건을 스스로 챙기고 챙긴 그 물건은 스스로 지니고 다니는 것이었다. 잠바를 입었다 벗었다 하면서 엄마 아빠한테 맡기고 다시 달라고 하는 모습이 참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날도 잠바를 입고 나왔다가 더워지니 역시나 뿅뿅이는 남편에게 잠바를 벗어던지다시피 건넸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뿅뿅아, 이제 니 잠바는 니가 알아서 들고 다녀.”

“왜? 유모차에 걸어두면 되잖아.”

“니 물통이나 기념품 산 거나 간식들은 엄마 아빠가 들어주니까, 잠바 정도는 니가 책임져. 더울 땐 허리에 묶고 다니고 추우면 풀어서 입어.”

“아니, 이렇게 가벼운 잠바인데 아빠가 좀 들어주면 안 돼?”

“그러면 니 짐 다 니가 들게 할까? 내일부터 니 작은 배낭에 니 간식이랑 짐들 다 넣어 다닐래?”

“아니, 아빠도 더우면 아빠 잠바 유모차에 걸어두잖아, 왜 내 거는 안 되는 거야?”

"아빠는 아빠가 유모차를 밀잖아."

"그럼 내 잠바 걸 때는 내가 유모차 밀게. 그럼 되는 거지?"

“콩콩이 유모차를 여기서 네가 미는 건 위험해. 잠바는 가벼우니까 그거 정도는 니가 책임지고 들고 다니라는 거야.”

“아빠 말대로 가벼우니까 이 정도는 그냥 걸어주면 되잖아!”


둘 다 주장이 뚜렷하다. 사실 이 문제는 여행 시작부터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이 가족구성원들의 이런 말싸움과 기싸움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은 첫째가 감각에 예민한지 알고 있으면서도 여행 와서까지 책임감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아이와 갈등을 만드는지, 또 뿅뿅이는 잠바 하나 정도 허리에 묶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안 하겠다고 그렇게 버티는지. 나는 둘 중 한 명이 양보를 하라고 이야기했다. 뿅뿅이는 아이답게(?) "그럼 아빠가 양보해."라고 말했고, 남편은 이 문제는 누가 양보할 문제가 아니라며 길길이 날뛰었다. 이것은 어떤 가치사이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뿅뿅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고 이걸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침을 튀기며 이야기했다. 왜 굳이 여행 중에, 파리 한복판에서, 아직 하루 일정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그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싸움에서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그래, 둘이 알아서 잘 해결하겠지. 이미 감정상태로는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의 3분의 1은 소진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씩씩거리던 남편은 단호하게 마지막 한 마디를 내질렀다.


"그럼 니가 알아서 해. 잠바를 허리에 묶든, 쓰레기통에 버리든 니 잠바니까 니가 알아서 책임지는 거야."

"그래, 알았어! 그럼 쓰레기통에 버릴게." 하더니 아이는 바로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 잠바를 넣어버렸다.


나는 순간 '저 잠바가 없으면 앞으로 여행을 어떻게 하지? 긴팔은 저거 하나인데...' 생각이 들면서 이 상황이 어떻게 되려나 지켜보고 있었다. 하필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을 건 뭐람. 남편은 정말 어이없어했다. 아니, 어이없어했던 것 같다. 나는 사실 남편의 얼굴을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 니가 쓰레기통에 버렸으니, 이제 저 잠바는 못 입는 거야. 추워도 니가 입을 수 있는 옷은 없어. 감기가 들거나 힘들어도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리고 너는 오늘 파리여행은 못해. 하루 종일 숙소에 있을 거야. 숙소에 있으면서 니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 봐. 엄마랑 콩콩이는 놀이동산에 가고 너는 아빠랑 숙소로 들어갈 거야."


그리고 나에게 둘째 콩콩이가 탄 유모차를 넘겨주었다. 남편이랑 나는 이날 놀이동산에 가는 것을 비밀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첫째는 우리의 오늘 일정이 놀이동산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놀이동산에 가는 일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허리에 잠바를 두를 수도 있던 아이였다. 많이 당황했겠지만 자존심 강한 첫째는 "알았어."라면서 자기의 결정과 그에 따른 일련의 상황들에 수긍하는 것처럼 보였다.


적극적 피구 플레이어로 거듭나다

전혀 상의되지 않은 이 상황에 제일 당황한 것은 나였다. '지금 내가 콩콩이만 데리고 놀이동산에 가서 놀아야 하는 건가? 놀이동산은 어떻게 가야 하는 거지?' 남편이 이번 여행에서 길 찾기 담당이었기에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남편이 "저쪽으로 쭉 걸어가면 놀이동산에 가는 버스 정류장이 나올 거야."라고 말했다. 나는 그냥 그 방향으로 걸었다. 설마 저러다가 따라오겠지라는 생각으로 계속 걷는데 그들은 따라오지 않았다. 5분쯤 지났을까? 휴대폰이 울렸다.


"미안한데 콩콩이를 내가 맡아야 할 것 같아. 생각해 보니 놀이공원 입장권이 내 휴대폰에 있어."

"어 어, 알았어."라고 내 입에서 대답이 나왔다. 나는 자연스럽게 걸어온 쪽으로 돌아갔다. ‘나는 왜 지금 이렇게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지? 그리고 내가 지금 첫째를 맡으면 나도 하루 종일 숙소에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리고 아이한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하지? 나는 할 말이 없는데? 나는 둘이 싸운 이유도 잘 모르겠는데?’ 앞이 깜깜했다. 사건의 장소로 돌아오니 남편과 함께 있는 첫째는 거의 울상이 되어있었다. 남편과 둘째를 보내고 일단 쓰레기통 앞으로 갔다. 다행히 사람이 많이 다니지는 않는 오전이었고, 쓰레기통도 비닐로 되어 있어서 연보라색 잠바가 잘 보였다. 나는 거기에서 일단 잠바를 침착하게 건져 올렸다. 그리고는 가장 가까운 짙은 초록색 벤치에 첫째를 앉혔다. 머릿속을 정리하자. 일단 남편이 이해 안 가지만 부모가 한편이어야 아이가 헷갈리지 않는다고 했으니, 내가 남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남편이라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아빠다. 아 진짜 이게 뭐야. 으앙, 내가 울고 싶다.


책임감에 대하여,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마음에 대하여, 타인에게 어떤 일을 부탁할 때의 태도 및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법에 대하여 이 세 가지의 주제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 첫째는 종종 잘 알아듣지 못했고, 이야기를 듣다가 자기도 놀이동산에 갈 거라면서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혼자 남편이 걸어간 쪽으로 엄청 빨리 뛰어가기도 했다. 두 블록을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는 아이를 붙잡아서 세우고 다시 우리가 이야기하던 벤치로 끌고 오기를 몇 번. 너 혼자 여기서 어디를 갈 수 있을 것 같냐고 이렇게 돌발행동을 하면 해외에서는 위험해진다는 주제가 추가되었다.


내 목은 터질 것 같았다. 길을 걷던 사람들이 우리를 이상하다는 듯이 계속 힐끔거렸다. 이미 하루에 써야 할 에너지를 다 써서 숙소에 그냥 들어가야만 하는 상태, 숙소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한 시간이 넘게 이어지는 내 이야기에 아이는 세 번 정도 오열하면서 서럽게 울었다. 나는 내가 하는 이야기를 첫째가 잘 듣고 자기의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하면 놀이공원에 합류할 생각이었다. 뿅뿅이는 쉽게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이야기가 다 끝날 무렵엔 지쳤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숙소에 들어가야 하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엄마가 말하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았지?” “응” 긴 연설의 마지막 매듭을 짓고 자리에서 일어난 뿅뿅이는 어깨가 축 쳐진 채 숙소 쪽으로 걸었다. 나는 "저쪽으로 가자"라고 말하며 반대 방향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걸었다. 방향이 달라 이상했겠지만 기운이 완전히 빠져있는 뿅뿅이는 나를 따라왔다. 때마침 남편에게도 문자가 와 있었다.


[내가 상황을 안 좋게 만들어서 미안해. 여행 왔을 때까지 그런 걸 시켜야 되냐는 네 말도 일리가 있는데, 나는 여행이 바로 그런 걸 배우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어.]


여행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돌발상황을 맞닥뜨린다. 해외일 경우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서, 혹은 문화가 달라서, 또 여행자를 노리는 여러 가지 범죄로 여행이 꼬인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비율로 같이 간 일행 때문에 돌발상황이 생긴다. 일행과 하루일정 조율을 하다 싸우거나 미묘한 말투에 기분이 상해서 여행이 뒤틀리는 것이다. 제멋대로인 나는 그런 나를 잘 알기에 배낭여행을 무수히 다녔지만 항상 혼자 떠났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나까지 포함한 네 명의 일행이 있었다. 떨어질 수 없는 네 개의 소우주가 함께 움직이는 것 같았다. 또 하나 나의 단점이자 장점(?)을 여기서 고백하면, 나는 곤란한 상황에서 도망치기 선수다. 40여 년간 그렇게 살아왔다. 남들과의 갈등을 겪는 것이 싫어서 그런 상황이 생길 조짐이 보이면 얼른 피했다. 그리고 그것이 잘하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족을 꾸리다 보니 국가대표급 선수인 나는 어디로 도망갈 수 없는 경우를 많이 만난다. 지금껏 인생에서 요리조리 피하기만 해온 문제들이 모두 이때다 하고 몰려오는 것 같다. 이번 일도 그랬다. 피구경기에 비유하면 공 피하기 기술로 끝까지 살아남았던 내가 이제는 나에게 오는 공을 정확히 정면에서 받아서 던져야 하는 플레이어로 거듭나야 했다.


해외여행 중에 그런 능력치를 올리는 미션이 주어지다니. 이건 도망치기 선수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에너지가 남들보다 너무 많이 들었다. 이런 나의 개인적인 피로를 아는지 모르는지 첫째는 "엄마, 여기는 숙소로 가는 방향이 아니잖아. 혹시 우리 놀이공원 가는 거야? 거기에 가도 되는 거야?" 하면서 방방 뛴다. 지금까지 처절했던 그 어깨와 눈꼬리는 어디 가고 갑자기 이렇게 기뻐할 수 있는 건지. 너무 기쁜 나머지 첫째는 덥다 춥다 말도 하지 않고, 잠바를 입고 신이 나서 쫑알거린다. 극과 극만 있는 초등학교 3학년의 마음상태가 경이로웠다. 놀이공원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도 쓰레기통의 행렬이 이어졌다. 아, 파리는 왜 이렇게 쓰레기통 인심이 후한 걸까. 우리나라처럼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없었다면 이런 사단까지는 나지 않았을 텐데. 괜히 쓰레기통이 원망스러워진다.


놀이동산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내리기 한 정거장 전부터 앞이 안 보일 정도의 비가 내린다. 일단 정차벨을 누르긴 했는데 내려도 될지 망설여질 정도였다. 우산도 남편이 가지고 간 유모차에 있었다. 내리는 문 앞에 서서 나는 비장하게 말했다. “뿅뿅아, 일단 바람막이 잠바에 있는 모자 써. 그리고 지퍼를 끝까지 올려.” 나도 목 뒷덜미에 있는 지퍼를 열어 파리에 온 이후 처음으로 잠바에 숨어있던 모자를 꺼냈다. 휴대폰을 꺼내서 손에 쥘 수도 없는 폭우였다. 휴대폰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가방도 잠바 안쪽으로 넣어서 지퍼를 올렸다. 자, 나간다! 뛰자! 비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놀이동산 표지판을 보고 달렸다. 10분쯤 달렸을까. 놀이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헥헥 거리며 아이와 나의 머리를 겨우 가릴 정도의 지붕이 있는 곳에 기대어 섰다.


“엄마, 근데 이 잠바 되게 좋다. 나 하나도 안 젖었어!”

“응, 그거 아까 누가 쓰레기통에 버린 잠바야.”




파리의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처하기 팁

20대 초반에 혼자 유럽 배낭여행을 왔을 때 신기했던 것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제가 서 있는 땅에만 비가 내리는 것이었어요. 제 머리 위에만 구름이 있었고 비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정말 저 앞에는 구름도 없이 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지요. 당연히 그쪽엔 비도 내리지 않았어요. 주인공의 머리 위에만 먹구름이 있고 그 자리로만 쏟아지는 비. 이런 장면은 만화에서 지어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더라고요.


두 번째로 신기했던 것은 파리에서 6개월 정도 살아보니 알게 된 것인데, 프랑스 사람들은 비가 와도 대부분 우산을 쓰고 다니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프랑스비는 산성비가 아니라 맞아도 되는 것일까? 그래도 옷이 젖으면 찝찝할 텐데. 프랑스인들에게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유전자 같은 것이 있는 걸까? 아니면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게 너무 귀찮은가? 6개월을 살았을 때도 끝까지 파헤치지 못했던 이유를 이번 일주일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답니다.


프랑스인들이 우산을 쓰지 않는 이유는 제 생각에 귀차니즘과 몇 분 사이로 격변하는 프랑스의 날씨가 합쳐진 결과입니다. (엄청난 발견은 아니지요?) 비가 엄청 오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개어버리는 하늘. 우리나라에서는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으면 적어도 오전 내내 오거나 오후 내내 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프랑스는 오다 말다 합니다. 그리고 그 정도가 극명해요. 비가 확 오고 확 개어버립니다. 게다가 대기가 건조해서 비를 쫄딱 맞더라도 금세 마릅니다. 심지어 양말도 빨리 말라요. 그러니 겨울같이 추운 날씨가 아니라면 굳이 우산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요. 겨울에도 우산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요. 우비를 입거나 가죽잠바를 벗어 잠깐 머리 위에 쓰고 뛰어가는 모습이 더 자연스러워요.


프랑스로 여행 가실 분들은 경량 우양산을 챙겨가셔도 좋겠지만 워터프루프 바람막이 잠바로도 충분하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우양산은 작고 가벼워서 그 정도는 챙겨가는 것이 낫지 않나 하실 텐데. 여행 중에는 지갑 하나도 무겁게 느껴지니까요. 바람막이 잠바는 프랑스 여행의 필수품입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밤낮의 온도차가 크기 때문에 긴팔 바람막이는 챙겨가는 것이 좋습니다. 방수까지 된다면 비옷으로도 쓸 수 있으니 더 좋습니다. 바람막이의 두께는 가는 계절에 맞춰서 선택하세요. 중요한 것은 방수기능이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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