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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방아저씨 Aug 13. 2023

길가메쉬 서사시와 수메르의 신들

지난번에 수메르 대홍수 신화와 논쟁에 대한 글을 올렸었습니다. 

당시 "길가메쉬 서사시"(Epic of Gilgamesh) 에 포함되어 있는 "수메르 대홍수이야기"를 설명드렸고,  이는 그 이후에 쓰여진 구약성서의 "노아의 방주"와 내용이 매우 유사하고 표절 및 카피의 논란이 된다는 이야기까지 드렸습니다. 


오늘은 길가메쉬 대왕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하루는 당시 중학생이던 저희 딸이 뜬금없이 길가메쉬가 누구냐고 물어보더군요.  이름이 좀 생소해서 어디에 나오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다 나온 인물인데,  중동 수메르 관련 캐랙터인데 아는지 물어보더라고요. (당시 제가 중동 역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해서 ㅠㅠㅠ 물어봤다는)  부랴부랴 자료를 찾아보면서 알게 된 것이 저와 길가메쉬와의 첫 조우였습니다. 


이후에 마블시리즈인 "이터널즈"에서 마동석님이 길가메쉬로 출연을 해서,  길가메쉬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습니다.  여기서 나온 마동석의 길가메쉬는 수메르 신화 (현재는 역사로 인식)의 길가메쉬와는 몸집이 크고 힘이 세다는것 외에는 큰 공통점이 없더군요.  물론 마동석님도 극중에서  태초에 지구로온 신으로 나오고, 길가메쉬도 반신반인(2/3가 신, 1/3이 인간)으로 유사하기는 합니다. 

Fate Grand Order의 길가메쉬 서번트 (좌) / 마블의 이터널즈의 길가메쉬 마동석님(우)

1850년대에 앗시리아의 고대수도 니느웨의 아슈르바니팔 도서관 유적에서 2만4천여장의 설형문자 토판이 발굴되었고, 1870년대 영국 박물관의 조지스미스에 의해 수메르 대홍수에 대한 토판의 발견 및 판독이 이루어 졌습니다.  이로인해 조지 스미스는 큰 명성을 얻었으나,  구약성경이 그보다 700여년전 (BC2800경) 전에 있었던 구전에 나오는 수메르 대홍수와 유사하고, 표절의 의혹이 있다 보니 토판 판독이 이후에 사실상 중단되었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https://brunch.co.kr/@westnn777/13


서설이 길었습니다.  오늘은 지난번 대홍수 이야기에 이어서,  이 이야기를 포괄하고 있는 "길가메쉬 서사시"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고,  이후 고대 그리스/로마/이스라엘 까지 영향을 미친 수메르의 신들에 대해서도 다음에 올릴 글에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수메르의 신들과 이후의 신들과 비교하는 것도 흥미 있으니,  계속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수메르 지역설명 및 발굴된 길가메쉬 토판


중동지역인 유프라티스와 티그리스강 사이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시작된 것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입니다. 이 문명의 초창기 발상지는 수메르 지역이고, 위치는 지도와 같이 현재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쪽에 존재했었습니다.  

   ※ 수메르는  BC5000년에서 BC2000년까지 약 3천여 년간 존속했고, 북부 아카드의 사르곤왕의 침략으로 멸망하게 되었습니다.이후 고대 바빌로니아와 앗시리아가 이 지역을 평정하게 됩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국가 (지도 출처 : 신앙신보) 

1850년대 신앗시리아의 수도 니느웨의 아슈르바니팔 도서관 유적에서 발굴된 2만4천장의 서사시 토판중, 길가메쉬대왕에 관련된 내용이 있었고,  그의 탄생,친구와의 우정, 영웅담과 영생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대한 내용을 서사시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국박물관내 왼쪽상단에 위치한 길마메쉬 서사시 XI토판 ( 사진 :  김산해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서사시 중) 

수메르 지역 우르크 1왕조의 5대왕 길가메쉬는 BC2800년부터 126년간 이지역을 통치하게 됩니다. 

 ※ 126년간 통치했다는 말이 신빙성이 떨어지긴 한데,  700년이후 태어난 아브라함도 175세를 살았다고 합니다. 길가메쉬 대왕은 현재 신화와 역사 양쪽에 속해 있으며,  여러 사료를 통해 현재는 거의 역사로 인식됩니다. 

그는 우르크의 3대왕 루갈반다와 들소의 여신 닌순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으로, 2/3는 신이고 1/3은 인간이었는데, 완전한 신은 아니었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하기 그림 우측 계보 참고)

수메르 신의 계보


2. 길가메쉬 서사시 (Epic of Gilgamesh) 


반신반인의 길가메쉬는 키가 11완척으로 현재 기준으로 5미터의 장신이었습니다.  그는 우르크 시내를 무장을 한채 힘을 과시하며 젊은이들을 괴롭히고,  초야권을 이용하여 새신부를 신랑보다 먼저 범하는등 방탕한 생활을 일삼고 다녔었습니다.   주민들의 불만은 하늘의 천신인 아누 (엔릴과 엔키신의 아버지)의 귀에 까지 들어가게 되고,  아누는 창조의 여신에게 명령하여, 길가메쉬와 똑같은 모습의 자를 만들어 경쟁을 시키라고 합니다. 창조의 여신은 흙으로 용감무쌍한 엔키두를 창조하게 됩니다. 

반신반인이었던 길가메쉬의 난폭한 행동

엔키두 (Enkidu)는 힘이 장사였고 온통 털에 뒤덮혀 있었습니다. 그는 영양들과 함께 언덕에서 풀을 뜯고, 다른 야생동물들과 들판을  몰려 다녔습니다.   하루는 지나가던 사냥꾼이 그를 보고 공포에 휩싸였고,  돌아와서 아버지께 이야기를 하니 빨리 길가메쉬 대왕에게 가서 이를 고하라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길가메쉬는 사냥꾼에게 신전의 여사제 샴하트를 데리고 가서, 그를 정복시커 야수성이 사라지게 만들라고 명령을 합니다.  사냥꾼은 여사제와 산으로 가서 야생의 엔키두를 만나게 되고, 여사제는 7일 밤낮을 동침하면서 그의 야수성을 없애줍니다.  함께 살아오던 영양들과 야생동물들은 야수성을 잃은 엔키두를 멀리하게 되고, 엔키두는 샴하트를 따라 길가메쉬를 찾아오게 됩니다. 

야생의 엔키두를 교화시키는 샴하트 (1993 Ludmila Zeman 삽화)

엔키두가 길가메쉬를 처음 만난곳은,  마을의 결혼식장이었고 신부에게 강제로 초야권을 행사하려던 길가메쉬를 보고 엔키두는 결투를 신청하게 됩니다.  혼례가 열리던 집 앞에서 둘 간의 싸움이 벌어지고,  길가메쉬가 먼저 무릅을 꿇으면서 결투가 끝나고, 둘은 친구가 됩니다.

엔키두 추정상 (출처: 김산해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중) (좌) / 길가메쉬와 엔키두의 싸움(우)

가메쉬가 엔키두와 친구가 되자마자, 평생의 꿈이었던 삼목산을 지키는 무서운 훔바바를 죽이고 명성을 얻고자 했습니다.  (여기서 삼목산은 현재의 레바논 근처라는 설과,  이란고원의 자그로스 산맥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신전을 짓는데 필요한 삼나무가 가득한 삼목산을 지키기 위해,  신들의 제왕 격인 엔릴(ENLIL)은 훔바바라는 산지기를 임명하여 인간들의 접근을 막았던 것입니다.   모두의 반대를 무릎 스고, 길가메쉬와 엔키두는 삼목산으로 향했고, 결국 훔바바를 죽이고 명성을 얻으며 돌아오게 됩니다. 

삼목산의 산지기 훔바바 (후와와)의 두상 (BC1800~1600, 영국 박물관 소장) 

랑과 전쟁의 여신이자, 하늘과 땅의 여왕인 이쉬타르가 훔바바를 죽이고 돌아온 길가메쉬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쉬타르 여신은 대놓고 길가메쉬를 유혹했고, 이에 길가메쉬는 그녀의 사랑의행적(?)과 그로인해 불행해진 남자들을 열거하며 면전에서 거절을 하게 됩니다.  그의 거절에 격분한 이쉬타르 여신은 하늘로 올라가 아누신에게 눈물을 흘리며 복수를 위해 하늘의 황소를 달라고 간청을 하게 됩니다.  여신은 하늘의 황소를 이끌고 우르크로 내려와서 강물을 축내고 도시를 부수기 시작했고,  이에 길가메쉬와 친구 엔키두는 협업하여 황소를 죽이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이에 저주를 내리는 이쉬타르 여신에게 황소의 오른쪽 다리를 찢어 그녀의 얼굴에 던짐으로써, 길가메쉬의 승리로 이 싸움은 끝이 나게 됩니다. 

이쉬타르여신 (영국박물관) / 길가메쉬와 하늘의황소 (고대 메소포타미아 테라코타, 벨기에 왕립박물관)

신들의 회의가 열리고, 신들의 아버지 아누가 말하기를 하늘의 황소를 죽이고, 삼목산의 훔바바를 죽인 길가메쉬나 엔키두 중에 한명은 죽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누의 아들 엔릴은 엔키두를 죽여야 한다고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신의 아들인 길가메쉬는 차마 죽이지 못합니다.)  엔키두의 꿈에 신들의 신탁이 나타나게 되고,  그날로 몸져눕더니 열이틀 만에 고통 속에 죽고 맙니다.  이게 길가메쉬는 엔키두의 죽음을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통곡하고, 이제서야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기 시작합니다.   

엔키두의 죽음을 슬퍼하는 길가메쉬

길가메쉬는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면서, 영생을 갈망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대홍수 때 살아남았으며, 신들로 부터 영생을 부여받은 우트나피쉬팀의 얘기를 듣고 그를 만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무시무시한 전갈부부가 살고 있다는 마슈산을 통과하고,  우트나피쉬팀을 만나기 위해서는 꼭 건너야 하는 죽음의 바다 앞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는 죽음의 바다 나루 옆에서 여인숙을 운영하는 씨두리라는 여인(여신)을 만나게 됩니다. 씨두리는 길가메쉬에게 인간은 필멸 운명이 주어졌기 때문에 영생은 불가능하니, 현재를 즐기라는 조언을 해줍니다.   여기서 죽은시인의 사회를 통해 널리 알려진 카르페디엠 (Carpe diem)개념이 최초로 유래됩니다.

영화 죽은시인의 사회 (좌) / 카르페디엄 구절 (우)

씨두리로 부터 죽음의 바다를 건네주는 뱃사공을 소개받아, 길가메쉬는 바다를 건너 우트나피쉬팀을 만나게 됩니다.  우트나피쉬팀은 그에게 대홍수 이야기와 자신이 엔릴신의 축복으로 영생을 얻은 이야기를 해주게 됩니다.  대홍수이야기와 영생에 대한 내용은 지난 글을 참고해 주세요. 


그러면서 신들을 모이게 하려면 6일낮 7일밤을 잠들면 안 된다고 했으나,  오랜 여독에 심신이 피곤했던 길가메쉬는 잠을 참지 못하고 7일 이후에 깨게 됩니다.  이로 인해 영생을 구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길가메쉬에게 우트나피쉬팀은 영생은 아니나 늙지 않게 되는 불로초를 알려주게 됩니다.  그는 단숨에 깊은 샘으로 뛰어들어 가시에 손이 찔리면서도 심연에서 불로초를 구해오게 됩니다. 

불로초를 찾아 심연에 뛰어든 길가메쉬

※ 우트나피쉬팀은 여러 이름으로 묘사됩니다.  길가메쉬 서사시 아카드어 토판  XI에는 아트라하시스1회, 그리고 나서는 우트나피쉬팀으로 묘사됩니다.  그리고 그이전 수메르어 판본에는 지아수드라 이야기로 나옵니다. 세사람 모두 동일 인물이고, 후대에 창세기 노아나 그리스신화의 데우칼리온의 모티브로 작용합니다.    


불로초를 손에 쥔 길가메쉬는 왕국으로 돌아가서 이를 노인들에게 나누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귀환길에 샘을 만나 목욕을 하는중에, 뱀 한마리가 나타나 불로초를 가지고 도망치게 되고, 이를 알아챈 길가메쉬는 털썩 주저앉아 울게 됩니다.  젊은왕 길가메쉬는 우르크로 돌아오게 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뱀에게 불로초를 빼앗기는 길가메쉬

※ 수메르 사람들은 이 뱀을 인간의 창조신 엔키로 생각했습니다.  인간을 창조했으나 영생을 주는 것에는 반대했던 엔키가 불로초를 길가메쉬에게 훔친 장본인이라는 해석입니다.   


마무리하며...  


길가메쉬 서사시는 여러 가지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최초의 서사시로 알려진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 보다 2000년이나 앞선 서사시가 있다는 것과,  그 내용이 영웅담 및 죽음에 대한 장엄한 서사시로서 내용이 지금 읽어도 감동을 얻을 만큼 훌륭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책을 보다 보면 BC2800년전 그 당시 수메르인들은 맥주를 즐겨 마시고, 술에 취해 실수로 여성의 몸에 오버잇을 해서 자책감을 느끼는 내용들을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생활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현재로부터 4800년의 시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이 이야기의 중요성은,  호메로스의 서사시뿐만 아니라, 이후의 설화, 신화 및 성경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스,로마신화에도 이글에 나오는 신들이 그대로 이름만 바꾸어 출현하고 있어서,  대조를 해보면서 책을 읽는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습니다.   많은 내용을 작고하신 김산해님의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에서 참조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수메르 전문가가 있다는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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