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삼성이 처음으로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면서, 경쟁사에 비해 품질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라고 자부하며 도발적인 광고 카피를 꺼내든다.
물론 자동차 산업은 흥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최고의 기술력으로 휴대폰, 반도체를 세계 1등에 올려놓으면서 확실하게 삼성은 이제 누구가 인정하는 세계 TOP 브랜드다.
특히 국내에서는 더욱 "삼성이 만들면", "삼성이 한다"라고 하면 일단 믿음이 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그런 삼성이 국내 최초로 MZ세대를 위한 체험형 플래그쉽 스토어 "삼성 강남"을 오픈한다고 했을 때 마케터로서 내심 기대가 됐었다.
정말 삼성이 만들면 다른가?
결론부터 말하면 많이 아쉽다
"삼성 강남"은 강남대로 중심에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총 6개 층, 약 2000㎡ 규모로 구성된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다. 공간에 진입하면 입구부터 안내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관람하면서 1층으로 내려오면 된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엘리베이터의 위치가 맨 구석에 숨겨져 있어 딱히 동선상 좋은 배치는 아닌 생각이 들었는데 4층으로 올라가는 과정 역시 조금 답답한 면이 있다. 층별로 이뤄진 공간은 기본적으로 각 층들이 어떤 매력이 있는지 미리 살짝 보여주면서 기대를 갖게 해야 하는데, 꽉 막힌 이동은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엘리베이터를 입구 전면에 투명으로 설계해서 올라가는 동안 층을 미리 보면서 기대와 호기심을 갖게 하고 반대로는 강남대로를 내려다보는 재미를 뒀으면 어땠을까?"
Open Playground로 네이밍 된 4층에 들어서자마자 초대형 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미디어아트 "Amazing City"를 관람할 수 있게 배치했다.
현장에서 셀카를 찍으면 본인 얼굴이 미디어 아트 영상으로 구현되어 강남대로 옥외광고판에 투영되는 참여형 체험인데 이미 많은 전시회나 다른 브랜드들이 많이 쓰고 있어서 인지 딱히 새로움이나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콘텐츠 내용도 사계 강남, 갤럭시 강남, 비스포크 강남 등 세 가지 테마로 30분 분량으로 구성했다고 하는데 크게 임팩트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솔직히 재미가 없으니 딱히 몰입이 어려웠다.
LED월을 지나면 넥슨과의 협업을 통해 게이밍 모니터를 체험하며 게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는데 게임을 즐기기에는 주변 분위기가 너무 Calm하고 진지하다. 차라리 게이밍 공간을 더 늘렸으면 어땠을까?
게이밍 모니터 G9체험
계단을 통해 3층 Social Lounge로 내려가면서 층을 바라보면 공간의 구성을 마치 놀이공원에서 기구들을 이곳저곳 타볼 수 있게 띄엄띄엄 배치해 논게 눈에 띈다. 혼잡도를 고려한구성으로보이는데 전체 공간이 한데 어우러진다기보다는 각자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처음 맞닥뜨리는 성수동 유명 커피전문점인 "센터커피"에서는 내심 기대를 했는데 돈을 내고 사 먹어야 한다. 굳이 돈 많은 삼성이 음료 팔아서 돈 벌고자 하는 것은 아닐 텐데...체험을 녹이기 위해 도입한 아이디어인 갤럭시를 통해 찍은 사진을 전송하면 이를 커피아트에 반영해 음료를 만들어 준다고 하는데 번거로워서인지 홍보가 잘 안 되서인지 참여가 활발하지는 않았다.
카페 옆의 계단식 휴게공간인 라운지에서는 정기적으로 다양한 클래스가 열린다고 하는데 아직 준비는 안된 것 같고, 일단은 강남대로를 내려다보며 멍 때리면서 쉬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덤으로 휴대폰 무선충전도 가능하다. 사실 영리 기업들이 만드는 공간에 특히나 이런 비싼 강남 부동산에 이 정도 면적을 라운지로 조성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왜 라운지가 필요한지?" 설득에 설득을 통해 높으신 분들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많이 보여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센터커피
라운지
센터커피를 지나면 SLBS와의 협업을 통해 갤럭시 휴대폰 케이스를 여러 가지로 디자인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고 재활용 소재 활용한 에코 프렌즈 제품도 구경할 수 있다.
바로 옆 "비스포크 홈메타"부스에서는 VR을 통해 삼성 TV와 생활가전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3D가상주택을 만들어 놓았지만 역시나 체험이 쉽지는 않았다. VR이나 AR의 경우 반복되는 기술적 에러와 체험 시 익숙하지 않은 조종은 3D체험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큰 단점이다. 그래서 나는 대중들이 참여하는 체험형 공간에 3D 도입을 웬만해서는 반대한다. 많은 이가 누리기도 어렵고 너무 많은 기술적 에러가 발생한다.
SLBS 스튜디오
비스포크 홈 메타체험
코너 끝 Health Cafe에서는 갤럭시 워치와 모니터를 연동해 Health View운동 체험이 가능하다. 시도는 좋은데 달랑 1대라는 점은 좀... 헬스장처럼 강남대로 창가로 자전거를 여러 대 배치하고 투명 oled를 활용해 시각적인 재미요소를 좀 더 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남는다.
2층 Connected Hub에는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전시해 놓고 애플과 같이 여러 도슨트들이 제품 설명을 도와준다. 특이한 점은 외국인 도슨트를 배치, 글로벌 삼성으로서의 다양성을 배려한 점은 돋보였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갤럭시 모바일 기기는 이미 디지털플라자나 다양함 모바일 샵에서 체험할 수가 있는데 굳이 똑같은 체험을 여기서 왜? 해야 할지는 Question이다. 차라리 공간의 주제에 맞게 갤럭시를 통한 Connect, 즉 스마트씽스를 좀 더 다양하게 재밌게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MZ세대는 모르겠지만 추억 속 애니콜 전시공간에서는 옛 기억을 떠올리며 한참을 재밌게 바라봤다. 지금 봐도 역시 잘 만든 제품들이고 특히 세븐을 모델로 기용한 "가로본능"광고는 그 영상미나 크리에이티브가 역대급 작품이다.
애니콜 헤리티지존
1층으로 내려온 후 다시 4층으로 올라가 전체를 한번 더 돌아봤지만, MZ세대를 타깃으로 만든 체험 공간임에도 불구 막상 매력적인,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체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른 경험공간들처럼 "눈치가 보여 뭔가를 해봐야 하지는 않을까!"같은 무언의 압박은 없었지만 그래도 삼성이 만들었는데 기억에 남는 게 없다는 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