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재료를 살리며

다시 주방으로 돌아오는 마음에 대하여

by 서해

잘 챙겨 먹다가도

월요일 아침, 출근을 앞두면 입맛이 딱 떨어진다.


특히 팀에서 중요한 보고 자료를 만드는 시즌이면

먹는 일은 더더욱 뒷전이 된다.

이번 주가 딱 그랬다.


새해를 시작하며

야심차게 52개의 디쉬를 기록해보겠노라

첫 글을 올렸던 그 기세는

바로 다음 날, 출근을 앞두고 사라졌다.


주말에 과연 요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그것마저 의문인 채로 평일을 보냈다.


그런데 주말 아침,

아이는 내 레시피북을 한 장 한 장 넘기더니

오늘은 스콘을 만들어보자고 졸랐다.


하도 졸라서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어

저울을 꺼내고 재료를 계량했다.

재료를 한데 모으고

아이가 가장 기다리던

휘젓기와 반죽 만들기를 맡겼다.


그러다 무심코

냉장고를 다시 열었다.


시들어 가는 채소들이

자꾸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연말에 어머니가 싸주셨던 미나리 한 줌은

시들다 못해 짓물러 가고 있었고,

감자에는 싹이 올라와 있었다.


아,

내가 들여다보지 않은 주방은

이렇게 조용히 시들고 있었구나.


스콘이 오븐에서 익어가는 사이,

서두르면 주말 안에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감자와 미나리로 전을 부쳤다.


시든 재료를 살려냈더니

시들어 있던 내 마음도

함께 살아난다.


다시 주방을 챙기며,

나 스스로를 다시 챙기는 주말이다.


내일이면 또

이 주방이 떠오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괜찮다.

이렇게 다시 돌아오면 되는 거였다.


다음 평일의 마음이 또 시들어지면

이 미나리 감자전을 떠올려야겠다.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그 정도면,

다시 힘을 내기에 충분할 것 같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