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부엌에서 보낸 조용한 오후의 기록
아이는 종일
"설거지도 같이 하자", "요리도 같이 하자"며
내 꽁무니를 졸졸 따라 다닌다.
밖에 나가 마음껏 뛰어놀게 해서
그 넘치는 에너지를 좀 빼앗아주고 싶은데,
오늘처럼 유난히 추운 날엔
어른도 바깥 나들이가 영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쿠킹 클래스다.
팝오버는 늘 신기하다.
반죽을 만들 때만 해도
'이게 정말 부풀까?' 싶은데,
오븐 안에서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기 몫만큼 부풀어 오른다.
밀가루와 그 두 배쯤 되는 우유,
버터, 소금, 달걀을 넣고
잘 섞이도록 젓는다.
묽은 반죽은 꼭 계란찜 같다.
부풀어 오르는 원리도
어쩐지 비슷한 것 같고.
아이와 함께 저울 위에
재료를 하나씩 올리고,
아이가 거품기를 쥐고 열심히 휘젓다가 묻는다.
"이게 진짜 빵이 돼?"
"지켜보면 알지요."
늘 머핀틀에 70% 정도 채워 만들었는데,
오늘은 그라탕 그릇에 넓게 반죽을 붓고
말린 과일을 한 움큼 넣었다.
과일을 넣자는 건 아이의 아이디어였다.
쿠키에 과일 넣어봤다가
생각보다 상큼해서 성공했던 기억이
아이에게도 남아 있었나 보다.
이번 팝오버는
말린 과일을 넣은 첫 시도였다.
아이는 오븐 앞에 딱 붙어 서서
"몇 분 남았어?"를
1분 단위로 묻는다.
유리창에 코를 거의 붙이다시피 하고
부풀어 오르는 빵을 바라본다.
나도 아이 옆에 서서
같이 그 장면을 조용히 본다.
200도에서 25분,
180도에서 15분.
심심한 계란빵 같은 이 퀵브레드에
말린 과일이 은근한 단맛을 더했다.
부족한 맛은
집에 있는 잼을 하나씩 꺼내
조금씩 곁들여 보며 채운다.
완벽하진 않지만,
오늘도 이렇게
부엌에서
아이와 나 사이의
한 가지 기억이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