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들깨수제비 한 그릇

by 서해

요즘 업무가 바쁜 시즌이라 야근이 잦다.

야근이 확정되면 팀원들과 회사 근처에서

적당히 메뉴를 고르고 허기를 채우며 생각한다.

주말에 뭘 먹어야 이 독소가 빠져나갈까.


엄마가 해주던 수제비가 생각났다.

엄마는 걸핏하면 수제비를 끓였다.

감자와 호박이 뭉그러지게 푹 끓인 멸치육수에

쫄깃한 수제비.


너무 흔해서 특별할 것 없던 그 수제비가

먹고 싶었다.


결혼하기 전 수시로 먹던 그 음식이

결혼 후엔 금기가 되었다.


남편은 칼국수, 라면, 떡볶이, 수제비 같은

밀가루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

소화도 잘 안 되고, 체질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늘 다른 메뉴로 합의하며 식단을 짰다.

그렇게 결혼 10년 동안

내 집에서 수제비 반죽을 해본 적이 없었다.

번거롭기도 한 그 반죽을 나만을 위해서는

나도 선뜻 하게 되지 않았는데,

이번 주는 평일 내내

그 수제비가 생각이 났다.


요즘 반죽이라면 뭐든 신나는 아이와

수제비 반죽을 함께 만들었다.

아이에겐 수제비 반죽도 놀이가 된다.



봉지에 담아 들고 다니며 꾹꾹 눌어주는

손길 덕에 반죽은 생각보다 쫄깃해졌다.


야채 듬뿍 넣은 국물이 끓으면

반죽을 떼어 넣고

들깻가루도 듬뿍 넣어 마무리한다.



남편은 역시나 먹지 않겠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를 위한 들깨수제비 한 그릇이

고된 한 주의 위안이 된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