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샐러리 볶음: 나를 방치하지 않았다는 증거

by 서해


주말 내내 외식과 레토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편했고, 빨랐고, 배는 불렀다.

그런데 속은 계속 비어 있는 기분이었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된다는 예감이 들자,

주방을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싱크대에 쌓인 그릇을 비우고 냉장고에서

남은 재료들을 꺼낸다.


한 주간 먹을 음식을 미리 만드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다시 돌보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샐러리는 늘 샐러드로만 먹던 재료였다.

차갑고 생생하며, 어딘가 늘 ‘곁들임’에 머물던 것.

문득 이걸 볶아보면 어떨까 싶었다.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먼저 볶다가 샐러리를 넣자 아삭한 소리가 났다.

기름진 것과 단단한 것이 부딪히며 의외의 조화를 이룬다.



생각해 보면 삶도 그렇다.

부드러운 것만으로는 버틸 수 없고,

기름진 것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서로 다른 성질이 섞일 때 비로소 균형이 생긴다.


완성된 한 접시는 화려하지 않다.

그렇다고 소홀하지도 않다.


지쳐 돌아올 며칠간의 저녁,

데워 바로 먹을 수 있는 든든한 상비군이다.

이렇게 한 번 만들어 두면

한 주가 조금 덜 버거워진다.


대단히 잘 사는 건 아니어도,

적어도 나를 방치하지는 않았다는

작은 안도감이 남는다.


다음 한 주도 힘내야지.

그 다짐이 허공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오늘은 팬 하나에 나의 일상을 미리 담아두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