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당신의 물기. 당신 손 안의 파도.
내 눈 속의 물체. 존재의 평온과 폭력.
그것은 하나이자 둘이며, 고립되길 원치 않는다.
- 프리다 칼로
이 문장은 몸과 세계의 경계를 흐린다.
파도는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손 안에도 있고,
눈 속에도 있고,
피 속에도 흐른다.
그래서 프리다는 자연과 감정을 같은 호흡으로 적어 내려간다.
식물.
호수.
조류.
사방에서 불어오는 장미 향.
피의 강.
모래.
태양.
노래.
입맞춤.
그녀의 세계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나뉘지 않는다.
사랑과 고통도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바다는 결코 고립되길 원치 않는다.
프리다가 노래했듯
존재의 평온과 폭력은
하나이자 둘이며 서로를 밀어내지 않는다.
마치 하나의 바다처럼
모든 것은 같은 물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쓴다.
“우리는 하나의 선이다.
단지 하나일 뿐이다.”
바다를 오래 바라본 사람이라면
이 문장이 낯설지 않다.
바다는 수많은 파도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실은 하나의 물이다.
서로 다른 파도처럼 보일 뿐
그 아래에서는
같은 깊이가 이어져 있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각자의 몸으로 살아가지만
슬픔과 기쁨,
사랑과 고독,
노래와 눈물은
결국 같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파도일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 손 안의 파도를
기꺼이 타인에게 내어주는 일이다.
내가 바다가 되고
당신이 파도가 될 때
우리는 단절된 개인을 넘어
거대한 하나의 생명이 된다.
작은 잔 속에 갇힌 물이 아니라
마법의 바다로 흐르는 하나의 선.
그래서 프리다는
고통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평생을 걸쳐
자신을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