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바다 사이에서
금요일 저녁,
퇴근하자마자 가벼운 짐을 챙겼다.
집 안엔 정돈되지 않은 평일의 잔상이
그대로였지만,
지금 중요한 건 떠나는 일 자체였다.
네 살 딸아이는 밤에 나간다고 신나서 뛰었고,
나는 그냥 설렜고,
남편은 “피곤하다”를 연발하며 뒤따랐다.
“가서 자~ 가서~”
우리는 그렇게 무작정 길을 나섰다.
출산 후 1년 3개월의 휴직.
복직은 예상보다 훨씬 낯설었다.
십 년 넘게 쓰던 오피스 프로그램조차
손이 어색했다.
익숙한 얼굴 하나 없는 새로운 팀에서
적응부터 다시 해야 했다.
업무와 관계,
두 가지를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현실이
왠지 모르게 서러웠다.
토요일 아침, 간식거리를 챙겨 차에 올랐다.
인천대교를 건너는 길은 언제나 벅찼다.
예전엔 공항 가는 길이었지만,
지금은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광활한 수면 위를 달리며
도심의 나를 잠시 내려놓는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빛이
내 마음의 먼지를 걷어냈다.
활주로 같은 영종해안도로를
비행기처럼 내달린다.
묵은 것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었다.
“외로움은 단순히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짜 감정을 말할 수 없는 관계 속에 있을 때
생긴다.”
- 요한 하리,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복직 후
출근길은 같았지만
그 길을 걷는 나는 달라져 있었다.
회사에선 점점 말이 줄고,
관계는 느슨해졌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외로웠다.
회식도, 출장도 자연스럽게 거절하고
입만 열면 육아 얘기일까 봐 말을 삼켰다.
적당히 웃고, 적당히 끊고, 적당히 삼키며
대화에서 한 발짝씩 물러섰다.
‘다들 어쩜 저렇게 아무렇지 않지?’
그때 나는 고립된 작은 섬 같았다.
바다에 닿았다.
조촐하고,
조용하고,
목적 없는 여정.
바다는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보고, 걷고, 앉아 있어도 충분했다.
마주한 바다는 혼자였지만,
그럼에도 온전했다.
바다는 섬을 밀어내지 않았다.
고립된 존재를 묵묵히 품어주고 있었다.
그 바다 앞에서 나는 깨달았다.
내 안의 섬들도,
그렇게 안아줄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