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바다, 오늘의 나

달라진 게 아니라, 내 안이 자랐다

by 서해
“진정한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
그곳에서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
— 칼 로저스, On Becoming a Person


매주 바다를 찾았다.


하나개 바다는 모래가 부드러워

아이가 맨발로 뛰어다녀도 안심이 된다.


물이 빠진 갯벌은

그 어떤 키즈카페보다 넓었다.

삽 하나만 있어도 아이에겐 최고의 놀이터였다.


얼마 만에 맨발로 흙을 밟아보는 걸까.

발바닥에 닿는 촉감에 웃음이 터졌다.

남편에게도 신발을 벗으라 권했고,

우리는 나란히 걸으며 아이처럼 웃었다.


도시에서는 늘 쫓기듯 살았다.

넘어질까, 다칠까 아이 곁을 잠시도 떠날 수 없거나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아이 때문에

숨 돌릴 틈조차 없었다.


그러나 바다에선 달랐다.


놀아달라던 아이가

갯벌에서 삽 하나 쥐더니 한참을 혼자 논다.

모래를 파고, 물을 퍼담으며

상상의 세계에 흠뻑 빠져있었다.


“엄마, 뭐 먹고 싶어요? “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부탁해요~.”


주문을 받은 아이는 더욱 신이 나

모래 커피를 만드는 데 몰두했다.

그 진지한 표정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나 역시 모처럼 두 손이 자유로워

마음껏 뛰어다니며 해방감을 맛봤다.


따로 놀지만,

어느 때보다 더 함께 있는 기분이었다.


하나개는 매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잔잔하거나 거세고,

흐리거나 눈부셨다.


그날의 바다는,

매일의 우리 같았다.


"엄마, 하나개는 왜 달라요?"

저번과 다르다는 아이의 질문에 나는 답했다.


"서하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봐.

오늘도 멋지다, 그치?"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출산과 육아, 복직이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나는 달라진 게 아니라,

내 안이 확장된 것이었다.


예전처럼 빠르게 일하지 않고,

불필요한 말은 줄이고,

머릿속 절반은 아이 생각으로 가득하지만—


그건 변질이 아니었다.

새로 번져든 빛이었다.

예전에 없던 색이 나를 물들이고 있었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관계는 담백해졌고,

인생의 우선순위는 선명해졌다.


바다는 매일 변한다.

하지만 누구도

"왜 어제랑 다르냐"고 묻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오늘의 바다를,

오늘의 파도를 받아들인다.


나 역시 그랬어야 했다.

어제 같지 않다고 나를 다그칠 게 아니라,

오늘의 나를 그대로 바라봐야 했다.


그 바다에서,

나는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조용히 안아줄 수 있었다.


“오늘의 나도 충분히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