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얻은 작은 용기
“바다 한 송이를 애기동백들은 감당하지 못한다… 한 송이 바다 앞에서는.”
— 정현종, 『한송이 바다』
주말집에서 삼십 분, 삼목항에 닿았다.
영종도의 끝, 육지의 마지막 마을.
선착장 위엔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짠내 섞인 공기가 얼굴에 닿자 마음이 조금
쪼그라들었다.
배를 타야 한다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다.
배라는 번거로운 교통수단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마도 그 낯섦이 두려웠던 것 같다.
이십 대의 나는 혼자 낯선 곳을 찾아다니며
그 감정을 ‘설렘’이라 불렀다.
하지만 결혼 후 여행은 달라졌다.
남편이 준비를 도맡고,
낯선 길에서는 그를 따르는 일이 잦아지면서
어느새 나는 점점 ‘편한 여행자’가 되어갔다.
이번 여행은 오랜만에
내 손으로 여는 세계였다.
냉장고 속 반찬을 몇 번이고 확인하고,
“그냥 데우기만 하면 돼.”라며
남편에게 여러 번 당부했다.
그리고 홀로 선착장.
작은 여객선이 출항하자,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파도가 튀었다.
출렁이는 건 바다가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40분 뒤, 장봉도에 닿았다.
물결처럼 이어진 봉우리들이
수평선 너머로 펼쳐졌다.
등산객들은 각자 차를 타고 흩어졌고,
나는 혼자 산길을 향해 걸었다.
솔숲을 따라 난 오르막길.
솔잎은 바람에 속삭이고,
발밑 흙은 사각거리며 따라왔다.
솔향이 코끝에 스며들자
잊고 있던 감각이 하나씩 되살아났다.
정상에 서자,
바다가 시원하게 열렸다.
강화도 마니산, 인천대교, 은빛 윤슬.
그 풍경 앞에서 내 마음도
바람에 날아가듯 가벼워졌다.
돌아오는 길, 선착장 벤치에 앉아
햇살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봤다.
생각보다 나는,
멀리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두려웠던 건 배가 아니라,
익숙함에 길들여진 내 마음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풍경은 그대로였지만
어쩐지 조금 달라 보였다.
내가 건넌 건
바다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