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난임이라니

엄마에게 말 못 한 이야기

by 서해

우리는 결국 난임 병원을 찾았다.

남편은 정액 검사를, 나는 나팔관 조영술을 받았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양쪽 나팔관이 막혀 자연임신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건 난임이 아니라 불임 아닌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시간 끌 거 없이 시험관 시술 하시죠.”


마음이 내려앉음과 동시에 안도감이 스쳤다.

막막하던 길 위에 새로운 길이 열린 듯.


시험관이라니,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그렇지만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뭐부터 하면 되죠?”




난임 병원은 또 다른 세계였다.

입구에 커다란 냉동 장비들이 줄지었고,

모든 과정이 작은 단위로 분업화돼 있었다.


대기실 풍경도 산부인과와는 달랐다.

배가 홀쭉한 또래 여자들이

출근 전 들르거나 점심시간을 쪼개 다녀갔다.

서로 말을 섞진 않았지만,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 속에서 덜 외로웠다.


과배란 주사가 시작됐다.

남편은 주사 꾸러미를 보더니 흠칫 놀랐다.

솔직히 나도 그랬다.


“내가 이걸 다 맞아야 한다고?”


처음엔 무서워 주사를 들고 병원에 가서

간호사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눈 질끈 감고 스스로 주사를 놓았다.


그 순간 마음이 조금 단단해졌다.

‘그래, 아이를 만나기 위해 뭐라도 하고 있구나.‘


라식 수술을 했던 공장형 안과처럼

모든 게 빠르고 기계적인 분위기도

오히려 나를 안심시켰다.


“별거 아니야. 그냥 라식 같은 거지.”

스스로 중얼거리며 웃었다.




병원 스케줄은 내 일정과 상관없이 흘러갔다.

주치의의 시간표와 내 몸의 리듬에 따라.

나는 그저 통보 받고 움직였다.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다.

엄마는 유산 이후 누구보다

내 임신을 누구보다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끝을 알 수 없는 이 기다림만큼은

엄마와 나누고 싶지 않았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나는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이에게]

널 만나기로 결심한 그날을 기억해.
조마조마한 마음반, 설레는 마음반.
그래도 설레는 쪽이 더 컸을 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 괜히 기분이 좋았어.
돌아보면, 외할머니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사실은 나를 위해 그랬던 거 같아.

그런데 만약 네가 나에게 그런 비밀을
남긴다면 엄마 마음이 아플 거 같네.

조만간 외할머니에게도 말해야겠다.
나에게 일어난 이 일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