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켜지고, 곧 사라지던 시간
유산 이후, 내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회사에서 뜻밖의 위로를 받았다.
남초 회사에서 늘 다소 경직돼 있던 내게
팀장, 파트장, 동료들이 하나둘 자신들의
아내 이야기를 꺼내 주었다.
그들도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였다.
짧은 말들이었지만 사무실 한켠에 앉아 있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몸이 회복되자
난 다시 회사일을 핑계 삼아 임신 계획을 미뤘다.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이 말했다.
“아이를 가질 거면 이제 진짜 준비해 보자.”
아픔을 겪은 만큼, 계획적으로 하자는 거였다.
그래, 출산이라는 과제.
정면으로 풀어내 보자.
생리 주기도 일정했고,
검진 때마다 자궁은 건강하다 했으니
마음만 먹으면 금방 될 줄 알았다.
배란테스트기를 사서 날짜를 맞춰봤다.
그런데… 소식이 없었다.
달력 위 빨간 동그라미는 차곡차곡 늘어났다.
그 동그라미는 어느새 두 해 가까이 이어졌고,
그만큼 초조함도 쌓여 갔다.
한 달에 한 번, 희망이 반짝—
그리고 이내 불 꺼지듯 사라졌다.
남편은 겉으론 태연한듯 보여도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 게 느껴졌다.
나 역시 점점 조급해졌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를 은근히 의심했다.
‘내 탓은 아닐 거야.’
‘아마 네 탓일 거야.’
하지만 결국,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답을 찾고 싶다는 마음, 그 하나만은 같았다.
그러다 남편이 말했다.
“우리 난임병원 가보자.”
그래, 가보자.
어쩌면 답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