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마흔, 한 번 더 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by 서해

아이를 낳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이제 자리를 잡을 때 아니냐”라고 말했지만 정작 나는 자리에 앉아 있어도 자꾸만 떠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일도, 육아도, 삶도 도망치지 않는데

내 마음만 혼자 어디론가 계속 도망가는 느낌.

복직 후 꽤 오래 동안 나는 방황 속에 있었다.


마음은 불안하고, 체력은 지치고.

여전히 ‘내가 되고 싶은 나’는 멀게만 보였다.


답은 쉽게 오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한 가지 질문만은

계속해서 나를 두드렸다.


“나를 잃고 싶지 않다.”


육아휴직 동안 잠잠했던 그 욕망이

복직과 함께 다시 꿈틀거렸다.

그리고 마흔이 되어 처음으로 인정했다.


나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라는 사람으로도 살아내고 싶다는 것을.


회사에서의 인정, 조직 내 역할, 이직 고민,

육아와 일 사이에서의 갈증—

모든 것이 뒤엉켜 있던 그때,

문득 오래된 마음의 조각 하나가 떠올랐다.


대학원.


한때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공부.

지금은 인생의 다음 길을 열어줄 ‘시야’가 필요했다.

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기반,

다시 단단해질 수 있는 출발선이.


그래서 나는

퇴근 후 졸린 눈을 비비며 전공 설명회를 찾아 듣고,

아이가 잠든 밤 조용히 자기소개서를 쓰고,

마지막으로 ‘마흔의 용기’를 꺼내어

대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이 이야기는

완벽한 준비를 갖춘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너졌다가 일어서고,

때로는 버티며 흔들리고,

그럼에도 계속 ‘나’를 붙잡고 싶은

한 워킹맘의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흔이 되어서도

나는 여전히 배우고 싶었다.

여전히 자라고 싶었다.

여전히 나를 선택하고 싶었다.


이 길이 어디로 향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지금,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