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의 Anna(Go To Him)
5년 전, 좋아하는 코인 노래방이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만 지나면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조금 특이한 이벤트를 했다. 온라인 쿠폰을 보여주고 특정 금액을 내면, 하루 동안 원하는 만큼 무제한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이벤트였다. 나는 그 코인 노래방이 너무 좋았다. 아쉽지 않을 만큼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특히 백수일 때는 그 노래방을 더 자주 갔다. 한 번 가면 5시간은 부르고 온 것 같다. 발라드, 인디밴드, K-POP, 팝송 등 장르도 다양했다. 노래방은 세상이 내 목소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때 유일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소 같았다. 일명, 목소리를 허용하는 공간. 나에게는 그런 공간이 필요했다.
이외에도 세상에는 아름다운 소리가 많았고, 나는 그런 소리에 자주 매료됐었다. 중학교 때는 MP3 플레이어에 재즈, 팝송, 힙합, 락, 발라드, 클래식을 폴더별로 나누어서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음악을 들었고, 고등학생 때는 점심시간에 음악실이 비어있으면 혼자 피아노를 연주하며 행복해했다.
대학생 때는 갑자기 밴드부에 들어가기도 했다. 밴드부에 들어간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였다. 그곳에서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기에.
백수가 되었을 때는 코인 노래방에서 5시간 넘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되었다. 비록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타난 이후로는 노래방을 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우연히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영화를 볼 때 스토리나 비주얼뿐만 아니라 OST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OST가 매우 훌륭했다. 세상이 이 영화 속의 노래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상상할 정도로.
특히 영화 속 삽입곡인 You’ll Never Know(feat. Renee Fleming)와 The Shape Of Water는 유달리 사랑의 모양을 닮은 곡이었다. 음악은 감정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사랑과 닮아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로 삶을 사랑하기 어려울 때 음악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사랑은 음악과 닮아있으니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 삽입곡을 ‘음악’이라 부르지 않고 ‘배경음악’이라 칭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기본 카메라에 필터를 입힌 것처럼 평범한 풍경도 특별하게 보이니까. 평범한 퇴근길도 슬픈 음악을 들으면 사연 있는 풍경처럼 보이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조금 더 다채로운 경치처럼 감각하니까.
마지막으로, 나는 비틀스의 Anna(Go To Him)라는 노래가 배경음악인 인생을 살고 싶다. 그 노래는 너무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인생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싶다. 비록 삶이 실망스럽게 굴어도, 한 번은 살아볼 만한 게 인생이라고, 거짓 없는 마음으로 말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