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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서윤 Dec 31. 2021

용기라는 작은 새싹

회피와 직면에 대하여


회사에서 혼이 났다.


“일한 지 3개월이 다 돼가는데 아직 부족한 모습이 많이 보여요. 일을 할 때는 집중을 조금 더 했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실수할 수는 있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문제가 있어요.”

“……팀장님이 생각하는 집중은 무엇이세요?” (용기 내서 물어본다)

“음.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는 거요. 일을 다 하더라도 ‘다 했나?’하고 한 번 더 의심하고 확인하는 거요.”


며칠 후, 또 혼이 났다.


“하나를 제대로 끝내고 다음 일을 해야 해요. 물론 여기저기서 많은 일이 오는 건 사실인데, 그래도 한 가지 일은 제대로 끝내야 해요. 그리고 일을 했으면 티를 내야 해요.”


다음 날, 또 실수를 해서 혼이 났다……


“오류나 버그 같은 거 이야기하실 때는 가능한 어떤 상황, 어떤 환경일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기술해 주시는 게 좋아요. 본인이 어떤 행동을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건지 최대한 기억을 해보세요. 유저라면 그냥 ‘안돼요!’하고 끝나도 되지만, 개발자는 결국 누군가가 그 원인을 찾아야 해요.”


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도망가고 싶었다.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워서 잠들지도 못하고, 깨어있자니 불안한 생각이 올라와 안 잘 수도 없었다. 아, 나는 왜 이러는가!


새벽에 영화 「마션」을 본 적이 있다. 화성에 혼자 남은 주인공이 살아남아 지구로 무사 귀환하는 이야기이다. 나는 주인공이 마지막 장면에서 한 대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대사는 이러했다.


“포기하고 죽을 게 아니라면 살려고 노력해야 하지. 그게 전부다. 무조건 시작하는 거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다음 문제도……. 그러다 보면 살아서 돌아오게 된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 주문 “윙가르디움 레비오사”처럼 나만의 주문을 만들었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마법 같은 말이다.

물론 해결이 안 되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투명 인간이 된다거나, 마법을 부리는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는 것 같다. 다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체력과 감정을 얼마나 소모할지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문제를 회피하면 두려움은 커진다. 본인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는 전형적인 회피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회사는 그만뒀지만 말이다.


회사를 그만두면, 그토록 두려워하던 가난과 직면한다. 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잠깐의 가난을 선택했다. 진짜 문제(가난)를 직면하여 해결하기 위해, 가짜 문제(회사 일)를 회피했다. 문제란 직면해야 해결되니까.


내가 내 멱살을 잡고 나를 제대로 도와주고 싶다. 터프한 사랑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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