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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서윤 Dec 31. 2021

혐오와 자본주의

혐오 감정이 돈이 되는 세상


2021년은 프리랜서로 첫 시작을 맞이한 해였다.


이모티콘 2개를 출시하여 한 달에 5천 원을 벌고, 편지를 팔아 10만 원 정도의 수익을 냈으며, 2개의 외주 작업으로 45만 원을 벌었다.

(한마디로 굶어 죽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죽어도 가기 싫었다. 그러나 나는 굶어죽기 직전이었다.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아보다가 특이한 아르바이트를 발견하였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결혼’ , ‘시댁’ , ‘친정’을 주제로 한 라디오 사연을 써줄 사람을 모집한다는 글이었다.

호기심에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그러자 다음 날 연락이 왔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글을 쓸 때 요구 조건이 말이다. 요구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 최대한 고부 갈등이 담길 것.

2. 최대한 진짜처럼 쓸 것.

3. 되도록 해피엔딩은 지양할 것.

4.5페이지 이내의 분량일 것.


제시한 요구 조건은 4번 빼고 모두 이상했다. 그래서 그 유튜브 채널의 댓글을 찾아봤다. 댓글에는 “어떻게 저럴 수가!!” , “정말 너무하네요~~” ,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등 분노와 혐오의 내용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그 사연이 진짜라고 믿고 있었다. 사연에는 ‘이 이야기는 모두 창작입니다’ 같은 표시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연의 내용도 정말로 그럴듯했다. 가짜라고 말하기엔 꽤 디테일하고 개연성도 뛰어났다. 진짜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인터넷에는 별의별 사연이 다 있다. 나도 그런 사연을 몇 번 봤다. 그런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혐오라는 감정은 그만큼 사람을 끌어들이기 쉬우니까…

비단 유튜브뿐이겠는가. 다른 SNS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혐오를 조장하는 사연의 제목은 대충 이런 식이다.


-남자친구가 한 말 나만 세한 거야?

-사이코패스 불륜녀

-정말 미친 것 같은 새언니!!

-알바 잘린 이유를 모르는 신입


유튜브 사연 아르바이트를 알게 된 이후로, 이런 사연이 다 가짜처럼 보였다. 만일 진짜라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신이 멍해졌다. 아무리 돈이 급해도, 이렇게까지 돈을 벌어야 하나...


글을 쓸 때마다 생각했다.


무해한 글을 써야지.

도움이 되는 글을 써야지.

읽고 나면 마음이 건강해지는 글을 써야지.


그런데, 혐오를 조장하는 글을 쓰라니. 아무리 아르바이트라도 이건 도저히 못쓰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미디어는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 감정을 유발하여 돈을 벌기도 했다.

알기 싫은 걸 알게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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