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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서윤 Dec 31. 2021

어른도 아이도 아닌 사람

허공에 던지는 물음

어른들은 이상해요. 어른들은 매일 회사 가서 일만 해요. 왜 어른들은 일을 좋아할까요? 나는 장난감, 친구들, 엄마만 있으면 행복한데. 엄마는 나랑 같이 있기 싫은가 봐요. 유치원에 가기 싫은데 맨날 유치원에 보내요. 야채도 먹기 싫은데 맨날 먹으라고 하고요. 지금 안 먹으면 키 안 큰대요. 우리 엄마가 나랑 많이 놀아줬으면 좋겠어요. 인형 놀이도 많이 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싶어요. 백화점에서 장난감도 많이 사줬으면 좋겠어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어른이 되면 가기 싫은 유치원에 안 가도 되고, 야채 안 먹어도 되잖아요. 화장도 할 수 있고 드레스도 입을 수 있고. 드레스 입으면 왕자님이랑 결혼할 거예요. 왕자님이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거예요.


어른들은 불쌍해. 어른들은 회사 가서 일만 해. 어른들은 정말 일을 좋아할까? 어른들은 일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돈은 좋아하지. 세상은 내가 싫은가 봐. 일가기 싫은데 억지로 일해야 해. 차라리 야채만 먹고사는 게 나을 거 같아. 지금 먹어도 키는 안 크지만 말이야. 우리 사장님이 돈을 많이 줬으면 좋겠어. 인형 놀이나 소꿉놀이는 관심도 없어. 백화점에서 샤넬 백 많이 사고 싶어. 너무 빨리 어른이 됐어. 차라리 유치원에 다시 다니고 싶어. 화장하는 것도 너무 귀찮아. 하지만 안 하고 살 수 없게 됐어. 결혼은 또 언제 할까? 드레스는 어디서 맞추지? 왕자님은커녕 남자 한 명 없구나.


어린 시절의 나야. 미안. 너의 꿈과 달리 건조하게 살고 있어서.


이런 건조한 일상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좀 알려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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