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쉽고 누군가에겐 어려운
우연히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까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나와 주변 사람 건강하고, 경제 활동하고, 사람들이랑 트러블 없으면 행복해져요.”라고 말했다. 내가 말하고도 스스로 깜짝 놀랐다. 행복이 생각보다 너무 단순해서. 내가 나한테 질문했을 때는 이런 답이 안 나와서.
어느 날은 우연히 심리 테스트를 했다. 그런데 조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주서윤님은 일상을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컨디션이 잘 무너지는 편입니다.’
윽. 나를 간파하다니…… 생각해 보니 정말 불규칙적으로 살고 있었다. 잘 먹고, 잘 자야 행복해지는데, 그걸 알면서도 엉망으로 지냈다. 회사를 그만두고 글을 쓴답시고 엄청나게 불규칙적으로 생활했다. 퇴사한지 5일 만에 새벽형 인간이 된 것이다. 단언컨대 새벽형 인간들 중에서 새벽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새벽은 고립의 시간이다. 새벽마다 깨어있으면 산속에 갇혀서 구조를 기다리는 심정이 된다. 나는 새벽이 싫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건 죽을 것 같기에 덜 죽을 것 같은 새벽을 선택한다. 이 선택은 최선이라기보단 차선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매일 한심하다. 잘 먹고, 잘 자는 ‘기본적’인 걸 못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것도 못하는 인간이 나라서 더 싫었다.
새벽이 되면 부정적인 상상이 풀가동되기도 한다. 그 상상을 진짜라 믿으며 불행의 구덩이에 퐁당 빠진다. 가령 이런 것이다.
서윤은 회사를 그만두고 글을 썼으나 대중들은 그녀가 쓴 책에 시큰둥하다. 하지만 서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쓴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그녀는 생활고에 시달린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그녀가 책으로 번 수입은 1년에 150만 원 남짓이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그녀는 더 이상 힘들어서 취업을 결심한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그녀는 면접을 보러 다닌다. 그렇게 또 6개월이 지나고, 그녀는 취업을 한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그녀는 갑질에 버티지 못해 퇴사를 한다. 그렇게 원점이 되고, 그녀는 정신과를 다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그녀는 폐쇄병동에 입원한다. 그렇게 그녀는 세상과 단절하는 걸 택한다.
……라는 상상을 새벽에 하는 것이다.
책에서 본 내용 중 그런 게 있다. 밤에는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지쳐있어서 감정적으로 흐르기 쉽다고. 불안정한 생활은 두뇌 활동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쓰키야마 다카시의 <두뇌의 힘 100% 끌어올리기>라는 책에 나와 있다. 뇌라는 녀석은 규칙적인 일상을 좋아하는구나. 그런데 나는 그렇게 살기 싫은데 어쩌지? 뇌 말을 들을 것인가, 내 말을 들을 것인가. 그건 인생 최대의 고민이었다. 새벽에 하는 상상은 별로였는데, 아침에 하는 상상은 어떨까. 아침 일찍 일어나면, 희망차고 사랑스러운 상상이 가득할까.
무너진 일상이 복구되면 일상을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사실 몇 번 경험했다. 규칙적인 일상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걸. 너무 중요해서 ‘중요하다’는 말을 Ctrl C+Ctrl V 하고 싶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만 내 뇌를 조금 더 사랑한다. 그 녀석은 나를 인간답게 살게끔 도와준다. 정말 중요한 건 마음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