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는, 다른 이는 관심이 없다'
이 당연한 문장은 모두가 동의하지만 오늘 이 사실이 크게 다가왔다. 콘서트는 다른 공연과 다르다. 페스티벌이나 기타 행사는 공연자를 좋아하는 사람만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다. 그 순간 자체를 즐기기 위한 것일 수 있고 나들이하는 기분일 수 있다. 다른 가수를 보기 위해 왔지만, 겸사겸사 볼 수도 있다. 콘서트는 다르다.
관객의 차이는 공연의 차이를 만든다. 공연자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전제로 구성을 짠다. 관객 또한 자신과 주변 모두가 그 가수의 팬이기를 기대하고 바라며 그러기를 당연시한다.
평소 아이유의 팬이라는 사실을 숨기지는 않지만, 굿즈를 입거나 착용, 패용하지는 않는다. 대화를 나눌 때도 감정을 지나치게 담아 불편할 정도로 말을 쏟아내지 않게 주의한다. 콘서트장에 갈 때를 제외하곤.
아이유의 해외 팬이 점차 늘어난다는 점을 느꼈지만, 이번 공연은 특히 체감이 컸다. 적어도 30%, 주변을 기준으론 50% 가까이가 한국어를 자기 언어로 쓰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다(들렸다). 아이유는 소위 보컬로서의 매력도 뛰어나지만, 가사와 메세지가 가장 무기인 가수(아티스트)다. 그래서 이런 변화는 뿌듯한 동시에 왠지 모를 생경함과 의아함이 떠오른다.
오늘 내 양쪽 자리는 휴대폰을 많이 사용했다. 콘서트장은 도서관이 아니고, 영화관도 아니다. 지적할 수 없다. 그렇지만 주의가 흐트러져 신경쓰이는 점은 어쩔 수 없다.
내 왼쪽은 아마 중국인 또는 대만인으로 보였다. 평생 영어의 굴레에 시달리며 살았지만, 자막을 끼고 봐도 미드를 실시간으로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나뿐만 아니라 한국인 대다수가 그럴거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쓰는 언어라고 해도 나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인이 영어에 쏟은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쓰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내 왼쪽 관객은 아이유가 멘트를 할 때마다 녹음을 했다. 프로그램을 돌리려는 건지 아니면 아는 한국인 지인에게 물으려는 건지는 모르지만, 공연에 집중하는 나보다 더 이 순간이 간절해보였다.
반면 오른쪽은 한국인이었고 응원봉은 없었고 인터넷과 메신저를 사용하는 듯 보였다.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과자를 먹기도 했다. 기분탓이겠지만 멘트를 하는 중 우연히 본 표정이 조금은 지루해보였다. 내가 노래는 좋아하지만 그 이상은 아닌 가수의 콘서트에 갔다면, 팬의 소중함을 말하는 그 순간들에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이전 공연들은 양도가 안 됐지만, 이번에는 2층 좌석은 프리미엄을 붙이지 않은 범위에서 허용됐다. 아마 팬이지만 사정상 못가게 된 지인에게 표를 받은 거 아닐까 싶었다. (대화 내용은 보지 않았고 당연히 그래서는 안 되기에) 알 길은 없지만, 이런 경우라면 나라도 그 고마운 지인에게 상황에 대한 대화를 나눌 거 같다. 그리고 다른 가수라면 아이유에게 대하는 태도처럼 대하지 않을 거다. 아이유마저 좋아해본 적이 없다면 이 '마음'에 대해 나와 다른 어떤 세계라고 생각했겠다.
'사랑이 이긴다'는 문장과 사랑의 확장성을 생각한다. 사랑은 소중히하는 마음, 더 간단리 위하는 마음이다. 타인을 위하는 마음. 옥시토신은 흔히 '사랑 호르몬'으로 불린다. 사랑을 하면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옥시토신을 투여하면 사랑하는 마음이 커진다. 옥시토신의 재밌는 점은 사랑을 키우는 동시에 정반대의 감정 또한 키운다는 건데, 타집단에 대한 적대감이다.
콘서트가 끝나면 팬커뮤니티나 팬카페 등에 다른 괜객에 대한 공격적이거나 실망이 담긴 후기를 남기는 이들이 많다. 글을 쓴 사람이나 관객이 특별히 못나서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다. 사람마다 사랑의 부피는 다르겠지만, 깊이가 지나치게 깊어지면 넓이는 줄어든다.
다시, 이길 수 있는 사랑을 생각한다. 이길 수 있는 사랑을 하는 우리를 떠올린다. 이번 대장정의 마지막곡은 '여름밤의 꿈'이었다. '에필로그'가 아닐까 예상했고 떠올린 다른 곡도 있었지만, 그 안에 없었고 아이유 버전은 듣지 않은 지도 오래였다. 원곡 가수는 '사랑의 가객' 김현식이다. "라스트 판타지" 앨범 작곡진 중 한 명인 윤상의 작곡 데뷔곡이다.
'다시 아침이 밝아와도 잊혀지지 않도록'
사랑은 어떤 이, 어떤 순간에도 피어날 수 있지만 사랑이 이기기 위해선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는 충만함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오블리비아떼'와는 반대로) 사악한 존재를 쫓는 '익스펙토 팩트로놈'은 즐거운 기억, 사랑으로 만들어진다. 저마다 떠올리는 형태는 다르다. 지나온 경험이 다르기에 같은 순간일지라도 느끼는 감정이나 남는 기억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빛난다. 나와 다르다는 사실은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모두 같은 모습보다는 다르게 빛나는 모습이 모여 만드는 하모니가 더 아름답다.
혐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지 10여년이 지났다. 혐오가 만연한 세상이다. 동시에 사랑은 깊어지고 좁아졌다.
오늘의 기억이 나 그리고 우리에게 아쉬움이나 비일상보단 더 빛나가는 과정에 가깝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