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로봇

나는 로봇.png

나는 로봇이다. 물론, 정말로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누구나 공장에서 일하다 보면 그렇게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떠내려오는 물품들을 조립하는 것이 내 일인데, 그리 대단치도 않다. 제품에 뚜껑을 끼워 맞추면 끝이다.


하루 종일 그것만 반복하다 보면 나 자신이 사람이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 기계가 하는 일과 별다를 게 없으니까. 분명, 인간이라면 이런 일을 할 리가 없다. 어쩌면, 나는 진짜로 로봇인 것이 아닐까?


“제길, SXP-1648 로봇이 또 고장이 났군.”

“분명 A/S 불렀을 때는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그러니까 희한하다는 거야. 왜 중간중간 멈추는지 도저히 모르겠네.”

“로봇도 단순한 반복 작업은 하기 싫은 거 아닐까요?”

“에이, 자의식이라도 있지 않는 한 그럴 수는 없겠지.”

“그렇겠죠? 로봇이 무슨…”

그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SXP-1648의 시스템을 재부팅했다.


나는 로봇이다. 물론, 정말로 그렇지는 않다…

작가의 이전글보물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