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가 시스템 반도체를 만드는 세상
애플에서 쫓겨난 잡스는 루카스 필름에 그래픽 전용 컴퓨터를 제공하던 PIXAR를 인수한다. 하드웨어 성능을 테스트할 목적으로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은 잡스를 사로잡는다. 토이 스토리 이후 픽사는 애니메이션 강자가 된다.
빅 테크 기업들이 자신만의 프로세서 반도체를 설계한다. 테슬라는 자율 주행을 위해 엔비디아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애플은 이미지와 동영상 처리 최적화를 위해 인텔에서 벗어나 강력한 그래픽 엔진을 내재한 M1을 직접 설계한다. 구글은 검색에 최적화된 데이터 처리 엔진을 고안한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를 만들어낸다. 수직 계열화의 마지막 단추가 채워지려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구분하는 용어는 PaaS, IaaS, SaaS다. 모두 as a SERVICE라는 라임을 가진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하드웨어 스펙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시절이 있었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IT를 지배하던 시절, 하드웨어는 운영체제와의 조화를 추구한다. IBM 호환 기종이 탄생한다. 빌 게이츠는 모든 집에 PC가 놓일 것은 예견했지만, 모든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될 거라는 예측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IT 기기들은 하드웨어나 운영체제에 상관없이 서버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클라우드 시장에 발을 들어 놓기로 결정한 마이크로 소프트는 예전의 영광을 회복한다.
워즈니악과 컴퓨터를 만들던 시절 잡스는 깔끔한 하드웨어에 집착을 보인다. 아이팟과 아이폰을 출시하게 되면서, 음악, 신문, 앱 등을 유통하는 아이튠즈를 중심에 둔다. 텍스트 (천리안)에서 이미지 (싸이월드)로 그리고 영상 (유튜브)로 이어지는 흐름에 맞춰 카메라에 무게를 둔다. 소비자로 머물던 사용자가 생산자가 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한다. 촬영한 영상의 편집까지 끊김 없는 연결과정을 추구한다. 그 결과물이 M1이다.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수직 계열화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