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의 공간 인터넷
2009년작, 일본 애니메이션 'Summer Wars'는 메타 버스를 보여준다. '서머 워즈'는 'OZ'를 게임, 쇼핑, 스포츠, 공연, 전시, 음악을 즐길 수 있으며, 다국적 기업들의 비즈니스 공간으로 소개하며 시작한다. 주인공 겐지의 아바타는 'OZ'안에서 팀장 아바타의 잔소리를 들으며 아르바이트를 한다. 수학 천재 겐지의 고등학교 여름 방학은 우울하게 삭제될 위기다. 인공지능 프로그램 'Love Machine'이 그의 아바타를 해킹해서 'OZ'를 뒤흔들면서 식은땀 나는 여름이 시작된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은 바이러스 퇴치를 명목으로 인터넷을 점령하고 인류를 향해 선전 포고를 한다. 'Love Macnine'은 자신의 위험한 게임을 막으려는 겐지와 여자 친구 나츠키의 가족들을 향해 인공위성 떨어 뜨리려 한다. 'Love Machine'이 인터넷 해킹으로 'OZ'는 물론 현실 세계의 교통, 통신 등 사회 인프라를 혼란으로 몰아가는 설정은 '다이하드 4.0'에서 보여주는 'Fire Sale'과 닮아 있다. 메타 버스 이전에도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는 이미 서로의 거울이다.
1992년 첫 인터넷 메일 계정을 만든다. 실시간에 준하는 무료 정보 전달 수단이다. 'Mozilla' 브라우저는 정보의 바다를 누비는 항해의 편의성을 높여준다. 'Netscape'가 그 바통을 이어받던 시절, 현실 세계의 거의 모든 정보들은 인터넷으로 빨려 들어간다. 속도의 향상은 공유하는 정보를 텍스트에서 이미지 그리고 영상으로 확대시킨다. 5G는 VR을 가능하게 한다. 메타버스는 3D, 혹은 4D를 통한 정보 접근 방식의 변화를 내재화한다.
'싸이월드'는 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인류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소통 공간으로의 진화를 상징한다. 닉네임과 캐릭터들로 만들어가는 1촌의 세계다. 인스타는 부캐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게임 '동물의 숲'의 주민 대표는 플레이어의 분신이며, 섬은 그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창조물이다.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는 비중을 높여간다. 아바타는 분신이지만 때론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부모 자식 관계와 유사한 감정적 연결 고리가 있다.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은 화자의 내적 세계를 글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소설가들이 등장인물을 통해 독자와 대화를 나누듯, 플레이어는 아바타를 통해 세상과 소통은 물론 감정적 교류에 나선다.
독자에 머물던 사용자는 가상 세계를 누비는 등장인물이 된다.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다른 아바타들과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MMORPG 게임은 매번 하나의 드라마를 연출한다. 플레이어는 분신을 위해 최고의 무기와 내공을 갖추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제페토에서는 GUCCI를 입은 아바타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신곡 댄스 팩을 구입한 아바타는 BTS 공연장에서 멋지게 춤을 따라 한다. 비즈니스 협상을 진행 중인 아바타들의 회의실도 비친다.
시청자로 보는 야구와, 야구장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응원을 하는 체험은 같을 수 없다. 관중으로 즐기는 야구는 직접 플레이어로 참여하는 야구와 비교 불가다. '오큘러스 리프트'등의 기술 발전 그리고 아바타의 진화는 시청자에서 관중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플레이어로 체험의 폭을 넓혀간다. 홀로 즐기는 체험을 넘어선 MMORPG 형태의 메타 버스는 체험 경제의 또 다른 레벨이다. 오징어 게임의 생명을 건 모험은 하지 않더라도, 메타 버스에서 감정적 유대로 이어진 아바타를 통한 도전은 피부로 와닿는 차별화된 체험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Love Machine'은 나츠키의 고스톱 승부에 응한다. 판돈은 아바타다. 나츠키의 아바타가 부족하게 되지, 세계 각국의 OZ 사용자들이 자신의 아이디를 OZ의 운명을 건 게임에 기꺼이 내어놓는다. 응원하는 관객에서 적극적 참여자로의 변신이다. 가상의 세계는 현실의 세계와는 다르지만 닮아 있는 관계의 세계다. 혼자이고 싶어 하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인간의 욕구도 반영된다. 부캐 혹은 아바타와의 유대감은 메타 버스에서의 체험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