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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Oct 02. 2021

아이폰 13이 보여준 마케팅 세상

인문학이 소프트웨어 기획 및 개발자에게 필요한 이유에 대한 생각

파리 출장은 생소한 경험의 연속이다. 5시 반경부터 퇴근을 재촉한다. 6시 이후 근무는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거리로 쫓겨 나와 식당을 찾아 나선다. 상점은 직장인을 위한 배려로 창가에 신상품 등을 늘어놓고 조명을 켜 둔 채 퇴근한다. 퇴근길에 눈팅을 하고 주말에 오라는 방식이란다.


인터넷이 마케팅 시장을 뒤흔들기 전, 상품이나 브랜드를 접하는 보편적인 방법은 공중파 방송 중 시청자에게 쉬는 시간을 제공하는 광고 시간대나, 신문 하단의 광고 혹은 끼어서 들어오는 전단지 등이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인기는 달고나 세트와 양철 도시락의 세계적 판매를 촉발한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은 PPL의 천국이다. 차이는 우연이냐 전략이냐이다.


마케터들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하려고 수많은 밤을 지새운다. 매체, 시간, 장소, 표현 방식, 문구 등을 연구 분석한다. 인간의 직관력을 흉내 낸 딥러닝은 지치지 않는 체력과 노사 갈등이 없다는 강점을 갖추고 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재화와 고객의 욕구를 연결하는 경이로운 마케터다.


빅 테크 기업들은 최고의 마케터를 양성하기 위한 최고의 환경으로 빅 데이터를 확신한다. 아마존 쇼핑은 미국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소비자의 쇼핑 데이터에 대한 보상으로 착한 가격을 제공한 결과다. 네이버와 구글은 무료 검색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자신도 인지 못한 욕구 파악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카카오는 무료 문자서비스를 내세우면서 생활 속 거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 분석할 기초를 마련한다. 페이스북은 일상에 대한 기록과 소통을 지원하고 관계망에서 확인 가능한 정보를 확보하고 분석한다. P&G가 누린 마케팅 사관학교의 명예는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빅 테크 기업은 사람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에 매진한다. 어떤 서비스가 사용자를 확보하고 머물게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집요한 추구다. 이메일, 검색, 동영상, SNS 서비스의 차별화도 그 일부다. 재화와 고객 간의 연결에 이야기라는 인간을 움직이는 기본 요소를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아이폰 13은 하드웨어적 혁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폭발적 반응을 불러온다. 1 테라의 저장 공간을 탑재하고 손떨림 방지 기능을 가진 동영상 촬영기기로의 포지셔닝의 결과로 여겨진다. 촬영한 동영상은 편집이 필요하다. 애플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기들은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연동하는 생태계를 제공한다. 동영상이 소통의 중심인 세대의 마음을 사로 잡아간다. 디지털카메라가 싸이월드를 잉태했고, LTE가 유튜브를 키워냈던 역사는 반복되려 한다. 애플 카가 추가된다면, 동영상 데이터 확보 경쟁은 마무리될지도 모른다.


MS는 판매형 소프트웨어 개발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다. 인터넷의 가능성을 폄하했던 빌 게이츠는 닷컴 시대를 독점으로 풀어가려고 했다. 이후 기업은 뒷걸음질 친다. 인터넷은 소통과 공유다. 3대 CEO 나델라의 오픈소스로의 전환은 판매형 소프트웨어 사업과의 거리두기를 의미한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인 클라우드 서비스에 눈을 뜬 MS는 다시 한번 세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오른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그 어느 소프트웨어 판매 기업보다 많은 투자를 감행한다. 빅데이터를 축적한다. 최고의 마케터를 얻는다. 그들은 세계 최고 기업군을 형성한다.


소통과 공유를 향한 인터넷과 소프트웨어의 조화는 마케팅의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다. 벤처 투자자인 친구는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개발자 출신의 벤처 사장에게 하게 되는 질문은 "그래서요"란다. 최고의 기술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묶어둘 수 없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인문학 전공자를 대거 영입하는 구글의 인사 정책은 눈여겨볼만하다. 소프트웨어 기획 및 개발자는 컴퓨터와의 대화뿐만이 아니라 인간 본성과의 대화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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