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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Dec 29. 2021

문법은 그저 거들뿐

프로그래밍 언어는 언어다

인과 관계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교육 전문 기관에서 JAVA 강의를 할 때다. C 언어가 선행 수업이었다고 한다. 수강생들에게 높지 않은 난이도의 반복문 예제를 구현해 보라고 한다. 대부분은 강사를 쳐다보거나, 모니터에 얼굴을 묻고 미동도 보이지 않는다. 이전 수업과 평가 방식을 듣고 나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명문대 입시를 통과한 좋은 영어 성적을 손에 쥐고도 귀머거리, 벙어리 때론 난독증까지 겪는다. 일본에서 건너온 문법 중심의 영어 교육은 흥미를 떨어뜨리거나, 언어를 화석화하기에 충분하다. 미국 시트콤을 활용하는 영어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들리는 대로 말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기들이 언어를 배우는 방식이다. 이러한 수업 방식은 높은 성적은 물론, 살아 있는 영어를 장착하고 유학길에 오르게 한다.


한국 소프트웨어의 역사라 할 수 있는 다수의 프로그램을 개발자를 선배로 둔 건 복이다. 어깨너머로 보이는 선배의 모니터에는 컴파일 오류가 가득하다. 컴퓨터가 확인한 오류는 빠른 손놀림 속에 급격히 자취를 감춘다. 문법 오류를 눈으로 확인하는 방식의 시험에서는 낙제였을지도 모른다. 문법 오류 확인은 컴파일러가 전문가다. 고수는 주어진 문제 해결을 위한 알고리즘 설계 전문가다.


강의 중에는 최소한의 문법을 알려준다. 문법에 질려 핵심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판단 문이나 반복문 등을 잘 활용해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익혀야 한다. 문법을 가르치는 일은 다양하고 적당한 예제 만들고 제안하기보다 수월하다. 한발 한발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가이드는 강단에서 코드를 설명하는 방식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간혹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을 만나면 함께 흥분하게 된다.  


행운


언어의 마법사들을 만나곤 한다. 문법 학습보다 대화가 많은 환경, 많은 독서량, 글쓰기 습관, 상상을 초월하는 사색량 등이 드러난다. 


SUN microsystems에서 개발한 운영체제 코드를 분석하고 새롭게 설계된 프로세서에 Porting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정상급 개발자들의 혼이 담긴 소스 코드를 들여다보게 된다. 책에서만 보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예술의 경지다.


아름다운 오픈 소스들이 오픈되어 있다. 고전을 읽듯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동화되어 간다. 필사까지 하면 혼까지 접수할 수 있다. 고수의 향기를 뿜어내는 순간이 오면, 헤드 헌터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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