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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Jan 07. 2022

IT 개발자와 영어

더 나은 삶을 위한 투자

빅 테크 기업 연구소의 대다수는 미국에 있다. 최고의 인재를 모으고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고 상장의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최신 기술 자료는 영어로 작성된다. JAVA 관련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당시에도 기술 문서의 한글 번역본을 찾을 수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에 발목을 꽉 잡힌다. 대입 실패 후 영어 단과반으로 달려간다. 조상이 묘를 잘 쓴 덕분인지 수학적으로 영어를 풀어주던 강사는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게 한다. 서울 지역 영어 교사 자격시험을 통과한 친구에는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전공 서적은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한다.


해외 출장 기회


이공학 관련 영어 문서나 도서의 언어적 난도는 높지 않다. 전문 용어 제외하면 난도가 높은 단어는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과학도인 마이클 클라이튼, 의학도인 존 그라샴의 소설들은 소재와 연관된 몇몇 전문 용어만 확인하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기술 문서의 문장은 소설보다 간결하다.


직장 2년 차, 첫 출장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학회 참석이다. 연구소에서 영어로 작성된 자료를 자주 접한 덕분에 영어 강연의 80~90% 정도가 들려온다. 매끄러운 영어 구사와는 거리가 멀지만, 개발 관련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실리콘 밸리와 파리를 한 달 안에 오가는 출장 인생을 살기도 한다. 개발자에게 유창한 영어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미국 파견 근무


앞선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국내 IT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지사 혹은 본사를 설립한다. 한국에서 파견된 엔지니어들은 현지 개발자들과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한다. 주재원 근무를 마친 개발자 앞에는 미국 빅 테크 기업 취업의 문이 활짝 열린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첨단 기술을 장착한 경쟁력 있는 개발자가 되고, 스톡옵션 등으로 밀리어네어의 꿈을 이루기도 한다.


스몰 토크가 가능하면 더 넓은 문화 체험이 가능하기에 새벽에 학원을 다닌다. 토익, 토플 성적이 좋다고 반드시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지는 않다. 재미가 있어야 꾸준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하에 프렌즈 등의 유명 시트콤으로 진행되는 강의를 수강한다. 성문 종합 영어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영어를 만나게 된다. 파견 근무 당시, 대화에는 서툴렀지만, 시트콤에서 수 없이 들었던 익숙한 발음과 표현에 긴장감을 떨친다. 언어는 친숙함이다.


호주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인도계 개발자는 인도식 영어를 많이 털어낸 상태였지만, 간혹 생소한 발음이 들려오면 철자를 확인하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인도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젊은 개발자와의 영어는 스타카토 음악을 듣는 듯하다. 공동 개발을 진행하던 SUN의 개발 팀장은 중국계다. 느리지만 중국식 성조를 섞인 영어는 프리 필터를 돌려야만 한다. 그들도 한국식 영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부분의 소통상 문제는 영어가 아닌, 기술적 이해에서 발생한다.  


다국적 기업 입사


다국적 테크 기업들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다. 세일즈 오피스로서 기술 영업 직군을 주로 모집한다. 소프트웨어 등의 현지화를 위해 개발자들을 구하기도 한다. 미들웨어를 개발하던 미국 기업은 일부 기능을 한국에서 개발하는 전략으로 진출한다. 지사 근무는 이메일, 온라인 회의, 출장을 통해 본사와의 협업 수행으로 가득하다. 능력을 인정받은 개발자들은 본사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헤드헌터의 전화를 받는다. 해외 파견 근무 경력이 만들어 낸 다국적 기업 이직의 기회다. 영어 인터뷰가 진행된다. 1년 넘어의 파견 근무는 가벼운 수다를 가능하게 한 듯하다. NBA로 화재가 옮겨간 후, 이야기를 주도하며 열을 올리던 헤드헌터와의 인터뷰는 기분 좋게 마무리된다. 외국계 기업 경력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해외 취업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속담은 활동 범위가 국내로 제한되던 시대 반영이다. 세계에서 몰려드는 인재들과 교류하며 첨단 기술 개발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한국에서의 스타트 업 성공 때보다 10배 이상의 금전적 보상도 기대할 수 있다. 연봉 수준도 다르다. 여행, 레저, 공연 등의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다채로운 삶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자녀들에게 국제적인 감각을 키워줄 환경 제공도 가능하다. 물론 유연한 고용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는 감수해야 한다.


강의 중에 미국에서의 IT 개발자의 삶을 풀어놓곤 한다. 결단력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있다. 언어는 현지에서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언어 장벽으로 귀국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제적 가정을 꾸리기도 하고, 한국 대기업의 임원으로 스카우트되어 들어오기도 한다. 지사 설립과 함께 귀국하는 이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개발자 영어


IT 관련 기술은 영미권이 주도한다. 개발자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영어를 구사하면 기회의 문은 넓어진다. 더 큰 보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성적을 위한 영어보다 기술 문서의 문해력을 갖춘 개발자가 대접을 받는다. 기술 용어를 주로 한 대화를 준비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세상을 만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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