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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Feb 05. 2022

몰입과 집착 사이(ft. 자본주의)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속 두 주인공 이야기

영화 소울의 주인공 조 가드너는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기간제 음악 교사다. 마침내 성공적 데뷔를 하지만 밀려드는 허무함에 놀란다.


역사적 인물로 구성된 멘토들에게 좌절감을 선사하며 지구에 내려가 삶을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영혼 22번은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조 가드너는 22번의 안내로 몰입의 세계를 항해하는 이들을 만난다. 동일한 세계에는 흐느적거리며 배회하는 영혼들도 공존한다. 주변의 소음을 차단한 채 트레이딩에 집중하는 펀드 매니저가 순수한 영혼 위에 켜켜이 쌓인 검은 먼지를 떨어 버리는 순간이 과격하게 묘사된다.


지구로 내려가 삶을 살아갈 영혼들의 마지막 준비 단계는 몰입의 순간을 맛보는 경험이다. 행복학자인 칙 센트 미하이 교수는 몰입의 즐거움에서 행복은 현재 상태에의 몰입이라고 말한다. 틱낫한 스님이 말하는 마음의 평화는 현재에 오롯이 집중할 때 다다르는 상태다.


자본주의는 현실이다. 과제는 주워졌다. 몰입이 행복을 가져다준다. 목표는 몰입을 거들 수 있지만, 집착의 원인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은 뇌에게는 치명적이다. 목표를 향해 성실하게 달려가다 보면 번 아웃 증후군에 빠지기도 한다. 결과는 통제의 영역이 아니며, 미래는 노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우격다짐으로 쌓아 올린 결과의 후폭풍은 더욱 거칠다.


조화가 필요하다.  


몰입의 순간과 성취를 동시에 이룬 조 가드너는 행운아다. 결과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몰입하는 순간들이 삶이었음을 깨닫는 과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22번은 열린 감각이 가져다주는 몰입감을 경험하고 삶에 도전한다. 속편에서는 자본주의의 숙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몰입으로 누구나 경쟁력을 갖추는 동화 같은 세계를 꿈꿔본다. 몰입 경험은 시작을 독려할지 몰라도, 자본주의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능과 환경은 다른 영역이다. 스케이팅에 몰입감을 가진 사람은 김연아만은 아니다. 결과에 대한 집착은 온전한 몰입을 방해하곤 한다.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결과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다.


몰입의 결과를 담아낼 수단들은 넘친다. 결과물들이 세계를 만날 기회가 넘친다. 넷플릭스가 있어서 오징어 게임은 세계인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유튜브는 사이를 시작으로 K-POP의 세계를 넓혀준다. 100만 구독자는 특별한 축복이지만 롱테일 법칙도 인터넷의 선물이다. 찐 팬들과의 만남이 가능하다. 충분한 양과 (최고는 아니지만) 적당한 질은 몰입으로 가능하다.


인간은 결과를 생산해내는 기계적 존재가 아니다. 영혼은 몰입을 경험하도록 준비되어 있다. 몰입은 기본권이다. 통제 불가능한 목표와 가능성이 아무리 높아도 집착하는 마음은 삶을 무너져 내리게 한다. 좋아요 지향은 집착이 되기 쉽다. 몰입을 방해한다. 방전을 일으키고 우울 상태로 빠져들게 한다. 결과는 처음부터 내 몫이 아님을 인정하면. 몰입이 잦아지고, 몰입의 창조물들이 쌓여 나간다.


자본주의의 현재와 미래의 균형감각


조 가드너의 음악 수업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무질서한 연주 속에서 몰입 상태를 경험하는 학생을 만난다. 재즈의 세계를 설명하는 그는 무아지경이다. 육신은 감각이라는 선물을 선사함과 동시에 에너지 공급을 요구한다. 성공적 데뷔 무대를 가진 그의 앞에는 프로 연주자로서의 삶이 기다린다. 프로에게는 팬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팬덤은 다음을 준비할 연료 공급원이다.


따로 또 같이


현재를 포기한 미래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려 한다. 지구에 내려올 때 가슴에 달았던 몰입을 찾는다. 세상에 내어 놓는 꾸준함을 목표로 삼는다. 기한은 세상과의 소통 상태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숫자는 인간이 만들어낸 기준이다. 나만의 스케줄을 설계한다. 세상과 나의 연결은 카톡처럼 실시간 응답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세상을 향한 이메일은 때론 스팸 처리가 되기도 한다. 이어질 인연은 꾸준함이 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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