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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PD Mar 12. 2022

화를 내다 곰이 된 사연

火에서 和로

이웃이었다. 좋아하는 음식, 못 먹는 음식이 달랐지만 동네 사람이었다. 언제부턴가 동네 사람들은 둘로 갈라져 거리들 두기 시작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던 옆집 음식 냄새가 역겹다고 느껴진다. 감각적 불편함은 긴장감을 불러오고,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적극적인 반응인 화가 되어간다.


우연이었다. 예전 같으면 지나칠 수도 있던 사소한 문제였다. 가구를 옮기다 큰 소리가 났을 뿐이다. 화가 폭발한다. 서로의 믿음을 흉보기 시작한다. 가구를 옮기게 된 이유가 가리는 음식 때문이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문 간의 불화는 어디서 시작된 걸까? 명예 살인이 법 위에 있기도 하다. 전쟁이 길어지면 싸우기 시작한 이유는 잊힌다. 화를 내기 시작한 이유를 기억할 수 조차 없어진다.


해가지지 않는 제국을 만든 영국은 최소한의 군대로 최대의 효과를 낳는 방법을 찾아낸다. 분리하고 다스린다. 분리의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에게 화가 나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미워할 이유가 없던 그들 간에 다름이 미움의 근거임을 조금씩 불어넣는다. 이웃 간의 다름은 영국과 그들과의 차이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다는 객관적 사실은 뒷전이 된다. 인간은 큰 차이에는 도리어 둔감할 수 있지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 존재에서 문득 비친 낯섦은 충격과 공포가 된다. 마침내 서로를 미워하기 시작하고 무기를 든다. 지배자는 인자하고 공정한 현자가 되어 등장한다. 중재를 빌미로 더 큰 힘을 얻는다.


역사가 좋다. 관습화 된 뿌리가 보여서 흥미롭다.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서는 비행기가 신앙이 된다. 그들이 정복당한 이유라고 백 년도 안된 믿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미개해서일까? 알게 모르게 근거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믿음들이 많다. 화의 시작이 된 믿음의 뿌리는 어디에서나 발견되고, 알고 나면 허탈하다.


화가 나면 상대가 크게 보이고 주변은 사라진다. 전쟁 중에 이유를 찾는 건 사치다. 화를 증폭시켜야만 한다는 강박만이 호르몬을 지배한다.


힘을 탐하는 이들은 화가 난 이들 사이에 기회가 있음을 안다. 미워하는데 에너지를 소모하는 이들은 통제하기 쉽다. 화로 뒤덮인 이들의 에너지는 어느덧 예상치 못한 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경제 활동에서도 화로 에어지가 분산된 이들이 기회를 포착하고 집중하기는 어렵다. 시야가 화로 덮이면 세상은 붉게 물들어 본연의 색깔을 인지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원하는 삶에서는 점차 더 멀어진다. 누군가는 블루 오션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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