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설레게 하는 것

두 번째. 음악

by 아라보아

뚜벅이에게 노래는 필수입니다. 아무리 먼 거리도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걷다 보면, 세상을 조금 더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 이겨내고 피어 있는 꽃과 푸릇한 빛깔의 새싹을 보면 내 마음도 덩달아 활짝 피어나는 기분. 그래서일까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을 좋아합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 두 번째 주제는 "음악"입니다.


2026년이 시작된 지 두 달이 흐른 2월. 왠지 모를 두려움과 형체 없는 불안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시기. 내가 시작한 적 없는 새로운 하루, OTT를 볼 때처럼 잠깐 쉬어가고 싶을 때 누를 수 있는 일시정지 버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쉼이 필요했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더라구요.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어'라는 말을 굳게 믿으며 지금까지 걸어왔기에 아니,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왔기에 더 슬펐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때 만난 노래가 있습니다. 이제는 저의 최애 뮤지션이 된 이오늘님의 <발자국>입니다. 이 노래를 만난 비슷한 시기에 교단에서 만난 첫 제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성인이 된 제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쑥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선생님, 저 퇴사하고 중국으로 유학가요."

그동안 모아 둔 돈으로 스스로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제자를 보며 이제는 제게서 잊혀진 '용기'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저에게 던진 진심 가득 담긴 한 마디.

"뒤돌아 봤을 때, 지금 내린 제 선택이 정답이 아니었다 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말을 하고 있는 제자의 모습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누구나 이상을 품고 살아가지만 현실을 과감히 내려놓고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근데 그걸 해내고 있는 제자가 무척 대견하고 부러웠어요. 저는 선 안에서 삶을 살아가는 것조차 벅찰 때가 많아서 그 선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용기는 없거든요.


집으로 돌아와 <발자국>을 들으며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국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의미 없는 걸음이라 할지라도, 그 걸음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거라면, 꽤 괜찮은 걸음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이제 계속 걸어야 할까 멈춰야 할까.


이렇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복잡한 생각에 잠 못 이루고 있을 때, 노래의 가사가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계속 걸어 나갈 거고

내 작은 발자국을 사랑할 거야

언젠가는 꼭 도착하겠지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어

나는 계속 걸어 나갈 거고 내 작은 발자국을 사랑할 거야"

이 노래의 가사가 제게

그 어떤 말보다 쉼을,

그 어떤 말보다 위로를,

그 어떤 말보다 용기를 주었습니다.

마치 저를 잘 아는 사람이 해주는 응원 같았어요. 그 당시 저에게 제일 필요했던 말이었거든요. 그때,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의 말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노래가 넘어진 마음을 일으켜 줄 수 있구나 생각하며 신기하고도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삶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의심하고 있을 때 생각지도 못한 것들로부터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마치 소중한 생일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채워지는 그런 기분.


혹시 한 걸음조차 내딛기 힘든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내 노력이 어떤 의미로 남게될 지 헛헛하신가요.

그럴 때 이오늘님의 <발자국>을 들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맞고 틀리고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다만, 세상의 속도로 인해 빨라진 그 마음을

쉬게 해줄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계속 걸어나가려고 합니다. 이 작은 발자국들을 사랑하기만 해도 충분히 괜찮은 하루라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힘들어도 힘들기만 하지는 않을 거예요. 지나고나면 그 걸음들이 모여 빛을 비추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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