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엽서, 대화는 가시...
밴쿠버 여행 3일 차.
오늘의 교통수단은 버스다.
“하루 종일 걷기”였다.
동행은… 딸이었다.
여행을 오기 전엔 상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자주 티격태격할 줄도.
버스 창가에 앉아 밴쿠버의 거리를 본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나무와 하늘은 지나치게 평화롭다.
“얼마나 가야 되니?”
“조금만 더 가면 돼, 엄마도 알아서 찾아봐.”
순간 뻘쭘하면서 서운하다.
이 대화는 오늘 하루에만 최소 서너 번은 반복됐다.
딸의 눈은 핸드폰을 향해있어서
나의 불안함을 모르는 듯하다.
서로 말수가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계속 걷는다.
밴쿠버의 길은 참 예쁘다.
차분한 색의 집들, 툭툭 튀어나온 커피숍, 괜히 한 번 더 올려다보게 되는 하늘.
딸도 힘들고, 나도 힘들지만 그래도 여행은 여행이다!.
여행은 늘 즐겁기만 할 거라는 기대는 어른의 욕심이라는 것도.
버스에서 내려 또 걷고,
걷다가 잠깐 카페 가고,
걷다가 햄버거 가게에 가서 점심을 머코,
아, 이 여행은 관광이 아니라 딸과의 소중한 시간이구나.
서로 다른 속도로 걷는 법을 배우는 연습.
해 질 무렵, 다시 버스를 탄다.
딸은 창밖을 보고, 나는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한다.
하루를 돌아보면
유명한 관광지도, 특별한 음식도 흐릿하다.
같이 걷다가, 투덜대다가, 그래도 끝까지 함께였다는 사실이다.
밴쿠버 3일 차.
우리는 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 걸었고, 많이 티격태격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언젠가 딸과 다시 웃으며 이야기하게 될
가장 현실적인 여행의 장면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사이좋게만 지내는 게 아니라
다투고, 이해하고, 다시 나란히 걷는 일이라는 걸
오늘 밴쿠버의 길에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