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수의 다시 만난 고대문명(이집트)》

“나의 두 번째 교과서” 프로그램에 걸맞는 이집트 문명 소개

by 이원규

※ 이 서평은 네이버 부흥 카페의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해 출판사 협찬 도서를 받고 작성하는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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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과 청소년에게 교과서의 지식을 새롭게 전달하고자 기획된 EBS 나의 두 번째 교과서의 고대문명(이집트) 강의를 책으로 엮은 《곽민수의 다시 만난 고대문명(이집트)》입니다. 지은이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 소장은 “애굽민수”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이집트학자이자 고고학자며, 대중에 이집트학을 알리는 지식 전달자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별명에 들어간 “애굽”은 성경에서 이집트를 가리키는 말로, 이집트를 가리키는 고대 그리스어 아이귑토스(Aígyptos)의 변형입니다. 같은 그리스어가 라틴어 아이깁투스(Aegyptus), 중세 프랑스어 에집트(Egypte)를 거쳐 영어의 이집트(Egypt)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애굽이 이집트라는 것은 아직도 생소합니다. 개신교인은 성경에서 애굽을 많이 접하지만 그 애굽과 실재의 이집트를 연결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4대 문명의 하나로 이집트 문명을 배우지만 단 몇 쪽만으로 수천 년 존속한 이집트 문명을 이해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그만큼 이집트는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입니다. 그런 이집트 문명을 다시 우리 곁으로 보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 되겠습니다.


저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요람인 현 팔레스타인 지역과 이집트 문명의 관계에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강 고대문명, 그 빛나는 첫걸음

2강 나일강이 가져다준 선물

3강 이집트를 둘러싼 아홉 개의 활

4강 고대 이집트의 신과 함께

5강 파라오, 이집트 문명의 근간

6강 고대 이집트인의 일상생활

7강 미라와 죽음 이후의 세계

8강 피라미드, 영원한 미스터리

9강 투탕카멘과 파라오의 저주

10강 고대 이집트를 향한 열정

참고 문헌

출처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3강에서는 문명의 개념과 자연 환경, 주변 환경 등 이집트 문명의 토대를 설명합니다. 4-8강에서는 종교·정치·일상생활 등 이집트 문명의 구체적인 모습을 다룹니다. 마지막 9·10강에서는 투탕카멘 발굴을 비롯한 이집트학의 성립과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이집트 문명 연구의 의의를 소개합니다. 이집트 하면 쉽게 떠올릴 법한 파라오, 미라, 투탕카멘의 저주 등 대중적인 관심사에도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제가 기대한 것 중 하나인 이집트 문명이 주변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다루지만, 또 다른 기대인 이집트 문명에 대해서는 대중적이고 개략적인 설명에 충실하게 쓴 책입니다.


문명이란 말을 흔히 쓰면서도 문명이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애굽민수님은 개인적인 견해로는 자원을 낭비할 수 있는 사회, 곧 먹고 사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행위에 자원과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사회가 문명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대 문명에서도 마찬가지로 먹고 사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행위들을 우리는 하고 있고, 더 나아가 이런 행위가 우리들의 내면을 형성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명의 정의 위에서, 이집트 문명의 시작은 기원전 3100년에 이집트가 하나로 통일, 끝은 기원후 391년에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이집트에서 이집트 전통 종교 의식을 금지한 것으로 설명합니다. “다시 만난 고대문명”이라는 제목처럼, 이집트 문명이 주제지만 문명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4대 문명”이라는 널리 알려진 개념을 비판하면서 최신의 문명 이해를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이 긴 역사 동안 물론 수많은 왕조가 있었고 시대도 나뉘지만, 그럼에도 시대를 넘어 지속되어 온 이집트 문명의 특징을 나일강이라는 자연 지리와 연관지어서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이집트 문명을 흔히 사막 문명이라고 하는 통념도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집트인은 나일강가에 살았지 사막에 살지 않았으니까요. 사람이 일부러 관개 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는 나일강의 주기적인 범람에서 이집트 문명의 기본적인 삶의 조건과 질서가 갖추어졌습니다.


이집트인은 주변 민족과 문명, 국가들을 아홉 개의 활이라고 불렀습니다. 이집트가 교통이 불편해 고립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잇는 레반트를 지배하고, 지금의 이집트 남부를 이루는 누비아를 정복하며, 히타이트와 싸우는 등 다른 민족과 국가들과 교류하기도 했습니다. 이집트인은 이집트를 질서가 있는 곳, 이집트 밖은 혼돈의 곳으로 여겼지만, 그 정도로 혈연이나 민족보다도 이집트 땅을 중시했기에 외국에서 온 사람도 이집트에 살면 이집트인이라고 인정하는 의외로 열린 자세도 보여주었습니다.


4장부터는 본격적인 이집트 문명의 면모를 탐구합니다. 필요에 따라 수많은 신들을 착안하고 섬긴 이집트 종교를 들여다보면 이집트인들이 모순되는 신격과 신화들을 수용하고 다양한 세계를 인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집트인은 신에게서 받은 질서를 지키는 책임이 있다고 믿었기에 신을 섬겼고, 질서의 신이 혼돈의 신을 진압하는 신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이집트의 군주인 파라오는 사회를 통치하는 자면서 신을 섬기는 책임을 동시에 졌고, 직접 군대를 거느리고 싸우는 사령관이기도 했습니다. 파라오의 책무는 질서의 땅 이집트에서 이 질서를 지키고 혼돈을 무찌르는 것이었습니다. 책에서는 이런 파라오에게 붙은 상징들을 설명하고, 수많은 파라오들 중에서도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업적이나 유물을 남긴 몇몇 파라오들을 간략하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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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역사는 파라오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파라오의 신하들, 서기관, 장인, 그리고 전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한 농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 이집트 문명을 만들어냈습니다. 비록 피지배층의 삶을 다룬 유물들은 적지만, 그럼에도 남아 있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당시 이집트인의 옷, 주거, 결혼, 노동 등의 일상 생활을 설명합니다.


이집트 하면 떠올리게 되는 것이 미라입니다. 영화에서 미라가 벌떡 일어나는 공포 연출을 접할 수 있지만, 실제 이집트인이 생각한 부활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집트인에게 왜 미라를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발상이었는지, 그리고 미라를 만드는 이유와 이집트인이 생각한 사후 세계를 연관지어 설명합니다. 미라 외에도 이집트를 상징하는 것이 피라미드입니다. 피라미드가 어떻게 처음 이집트에서 나타났는지를 알려 주고, 수수께끼로 여겨지는 피라미드 짓는 법에서부터 피라미드의 종교적 상징성 등을 다룹니다. 그러면서도 아직 우리는 피라미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남아 있다는 것으로 피라미드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뒷일을 맡깁니다.


마지막으로는 투탕카멘의 무덤 발굴로 알게 된 이집트 문명의 자세한 면모와 함께, 이 무덤 발굴에 관여한 사람들이 숱하게 죽어나간 데서 비롯한 “파라오의 저주”를 풀어놓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집트 문명을 다루는 고고학·역사학 연구 등이 결합한 이집트학의 시작과 발전을 이야기합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이미 이집트 문명 안에서도 당대보다 더 옛날의 이집트 문명이 남긴 유산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원시적인 이집트학이 있었다는 것으로, 현대 이집트학도 이 원시 이집트학이 남긴 성과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고대 문명 강의에 걸맞게 문명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고대 문명으로서 이집트 문명이 지니는 특징들과 문명을 살아간 사람들의 면모를 폭넓게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성인은 물론 학생들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고 쉬운 말과 어투로 설명합니다. 풍부한 사진 자료가 책에서 설명하는 대상과 잘 부합하는 점도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이집트인의 일상 생활을 설명할 때 그런 생활에 쓰인 유물들과 이집트인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미술 자료들을 제시함으로써 이집트인의 삶을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 문헌 목록에서도 2022년에 발간된 자료와 같은 근간의 연구 결과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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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문명을 유물 속에 박힌 박제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게 하는 점도 눈에 띱니다. 책날개에도 적혀 있는 본문의 이 구절이 이런 성격을 대변합니다.

“고대 이집트의 사람들은 피라미드의 그림자 속에서 억눌려 살던 무기력한 백성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며, 노력으로 삶을 바꿔 나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신의 축복 아래 하루하루를 일구었고, 그 속에서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을 모두 경험했죠.”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이집트 내부의 구조와 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이집트 문명이 주변 세계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3강은 이집트가 주변과 맺은 상호 작용을 묘사하지만, 누비아 지역이 점차 이집트 문화권으로 편입하는 과정을 제외하면 교류와 전쟁,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집트가 무엇을 얻어냈는지 등 결국은 이집트 내부에 미친 영향 위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이집트 문명이 레반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는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었습니다. 특히 저는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문명에 남긴 흔적을 알고 싶었기에 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 더 아쉬웠습니다. 강의 수가 10강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이집트 문명의 요소를 다 다룰 수는 없었겠지만, 파피루스 등 이집트 문명의 기록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었던 점도 옥에 티로 느꼈습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이집트에 관심이 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집트를 더 잘 알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에게도 이집트를 흥미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는 책입니다. 고대 문명을 교과서를 넘어서 더 생생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두 번째 교과서”라는 기획 의도에 적합한 입문서로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한줄평 및 별점: 고대 이집트 문명의 시작부터 끝까지, 파라오부터 일상 생활까지 생생하게 느껴지게 하는 입문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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