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이가 이제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39도까지 오른 열이 일주일 동안 지속되니 난 감염인가 걱정되고, 엄마는 울고만 계신다. 못난 나는 울고 있는 엄마한테
"울면 뭐가 해결돼?"
소릴 질렀다. 모두가 동일한 대상에 슬픔을 느끼고, 같은 상황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데 가족이어서 더 쉽게 말을 내뱉는다. 울고 있는 엄마는
"너는 누나여서 엄마 마음을 모르지"
라고 했다. 가족에겐 감정을 참기가 더 힘들다. 더 공감하고 위로는 못할 망정 쉽게 예민해져서는 금세 골이 생겨버린다.
도대체 왜 가장 어린 정욱인 거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실 땐 80대의 노인이셔서 그런지 병환과 죽음이 이토록 어색하진 않았던 거 같다. 나와 우리 가족한테 김정욱이 너무 큰 자랑거리였나 보다. 그래서 신이 정욱이를 아프게 만든 게 아닐까. 이제 누군가 진심으로 사랑하기 두렵다. 또 빼앗아 갈 것 같다.
빼앗겨 버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