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지 모르겠다면 일단 생각부터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는가?”
찬반이 극명하게 나뉘는 질문이다. 짐작컨대 대체로 부정적 시각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꿈꾸고 바라왔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우리는 큰 좌절을 맛본다. 그때 맛본 좌절은 오랜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횟수가 잦다는 점이다. 매주 도전하는 로또는 당첨되지 않고, 바쁜 와중에 내 앞에 차들은 길게 늘어서 있고, 원하는 시험 전수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사랑하는 그 이는 내 마음을 몰라준다. 이런 삶이 반복될수록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는가?”라는 물음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서점에 있는 무수한 자기계발서나 성공에세이에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세상이 움직인다고 말한다. 긍정확언이라는 것을 아침마다 소리 내어 3번 외치거나 노트에 필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180도 바뀐다고 말한다. 이 말에 굳이 태클을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무래도 부정적인 마음으로 사는 것보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게 좋을 테니까. 다만,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뿐이다.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 맞기 전까지는.” 이상은 이상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하지만 운동에서 만큼은 예외라고 생각한다. 운동할 때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헬스장에서 트레이너에게 PT를 한번이라도 받아본 이들이라면 이런 말을 무수히 들어봤을 것이다.
“고객님, 스쿼트를 하실 때 단순히 앉았다 일어난다 생각하지 마시고, 두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어낸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고객님, 덤벨프레스를 하실 때 팔로 덤벨을 밀어올린다 생각하지 마시고, 팔꿈치를 살짝 모은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고객님, 데드리프트를 하실 때 허리를 펴서 일어난다 생각하지 마시고, 바닥에 있는 바벨을 뽑아 올린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생각하라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각자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한 방식이라서 개인차가 분명 존재한다. 굳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잘 운동하는 사람이 있고, 그보다는 조금 다른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사람도 있다. 각자 느끼고 생각한 방식을 어떻게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애쓰는 말들이다.
나 역시 그랬다. 대학 테니스 동아리에서 훈련부장으로 있을 때, 내가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이런 말이었다.
“날아오는 볼을 단순히 라켓으로 휘둘러 친다고 생각하지 말고, 라켓 면을 만들어서 볼을 밀어낸다고 생각해야 돼. 스윙을 크게 하면서 볼을 앞으로 쭉 미는 거야. 자~ 쳐봐. 앞으로 쭈욱~~ 앞으로 쭈욱~~ 볼은 라켓에서 떠났다 할지라도 계속 끝까지 밀어낸다 생각하고 스윙을 크게 하는 거야. 앞으로 쭈욱~~”
테니스는 볼을 길게 쳐야 한다. 상대가 볼을 받을 수 없도록 좌우로 볼을 길게 보내는 것이 승리의 비법이다. 그러면 상대가 좌우로 움직여야 하는 활동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실수를 유도할 수 있다. 만약 실수로 볼을 짧게 치면, 상대방이 앞으로 다가오면서 빠르게 각도를 틀어 어프로치샷을 칠 것이고, 나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한 채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테니스를 처음 배울 때는 볼을 길게 친다는 감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볼을 끝까지 밀어내는 연습을 시킨다.
남을 가르쳐본 입장에서 트레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다만, 나는 테니스공을 밀어 친다는 건 알고 있지만, 팔꿈치를 안쪽으로 모으면서 덤벨프레스를 한다는 게 뭔지를 잘 모를 뿐이다.
이럴 때 뭔지 모르겠다면 일단 생각부터 해보는 게 우선이다. 뭔지 모르겠지만 두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어낸다 생각하고, 팔꿈치를 살짝 모은다 생각하고, 바벨을 뽑아 올린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신체의 위치와 각도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힘이 들어가거나 힘이 빠지는 근육이 달라지면서 운동 효율을 높여준다. 우리 몸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인다.
운동은 단순히 근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배우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바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서 시작된다. 올바른 자세를 익히고, 근육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먼저 머릿속에서 그 움직임을 떠올리고 의식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지만, 반복하다 보면 몸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어느 순간부터 그 움직임이 당연한 것이 된다.
이것은 운동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적용된다. 무작정 힘을 쓰는 것보다 먼저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단순히 막연하게 바라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하고 실행해야 한다. 생각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듯,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삶도 조금씩 나아간다는 것을 헬스를 통해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