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만의 독특한 운동법

베네딕트 컴버배치 편지낭독 “Just Do”

by 바쁜남자

내가 다니는 헬스장에 한 어르신이 계신다. 그 어르신의 운동법은 참으로 독특하다. 헬스장에 오셔서 모든 헬스기구를 딱 한 번씩 사용하신다.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가벼운 중량으로 운동하시지만, 정말 모든 운동을 다 하신다. 바벨 스쿼트도 하시고, 시티드 로우도 하시고, 덤벨 플라이도 하시고, 덤벨 숄더프레스도 하신다. 심지어 팔 벌려 높이뛰기도 하시고, 팔굽혀펴기도 하시고, 플랭크도 하신다. 단지 딱 한 번씩만 하신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저러면 운동 효과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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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을 키울 때는 ‘고립’과 ‘집중’이 중요하다. 고립이란 특정 근육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근육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걸 뜻한다. 등 운동을 하는데 어깨와 팔 근육의 개입이 많아지면, 등 근육을 제대로 발달시킬 수 없다. 고립으로 등 근육에 집중하고, 다양한 형태의 등 운동 루틴을 수행해야 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어르신께서는 특별한 순서 없이 눈에 띄는 헬스기구에 가셔서 가벼운 중량으로 한 번씩 운동하신다. 흔히 보디빌더들이 하는 운동 방식과는 분명 거리가 멀다. 그러니 남들이 보기에는 하나마나한 운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떨어질지 몰라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아무 운동도 안하는 것보다는 저렇게라도 움직이고 힘쓰는 게 건강을 위해서는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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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는 <Letters Live>라는 행사가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에서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편지를 유명 배우나 예술가들이 직접 낭독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동안 톰 히들스턴(Tom Hiddleston), 올리비아 콜맨(Olivia Colman), 이안 맥켈런(Sir Ian McKellen) 등 유명 배우들이 낭독자로 참여하였고, 배우들의 목소리로 시대와 배경을 초월한 편시 속 진솔한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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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16년 <Letters Live>에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가 미국 예술가 솔 르윗(Sol LeWitt)이 독일 조각가 에바 헤세(Eva Hesse)에게 보낸 1965년 편지를 낭독한 영상은 많은 이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주었다.



솔 르윗과 에바 헤세는 절친한 친구이자 예술적 동료였다. 창작에 대한 불안과 자기 의심으로 괴로워하던 에바 헤세에게 솔 르윗은 편지를 통해 진심 어린 격려를 보냈다. 다음은 솔 르윗이 에반 헤세에게 쓴 편지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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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stop thinking, worrying, looking over your shoulder, wondering, doubting, fearing, hurting, hoping for some easy way out, struggling, grasping, confusing, itching, scratching, mumbling, bumbling, grumbling, humbling, stumbling, numbing, rambling, gambling, tumbling, scumbling, scrambling, hitching, hatching, pitching, moaning, groaning, honing, boning, horse shitting, hair splitting, nit picking, piss trickling, nose sticking, ass gouging, eyeball poking, finger pointing, alleyway sneaking, long waiting, small stepping, evil eyeing, back scratching, searching, perching, besmirching, grinding, grinding, grinding, away at yourself stop it and just Do.”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그만 생각하고, 그만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망설이고,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상처받고, 쉬운 길말 찾고, 발버둥치고, 집착하고, 혼란스러워하고, 가려워하고, 긁어대고, 중얼거리고, 허둥대고, 불평하고, 겸손한 척하고, 휘청거리고, 무감각해지고, 두서없이 말하고, 도박하고, 굴러 떨어지고, 문지르고, 밀쳐내고, 꽉 묶어버리고, 깨버리고, 욕하고, 신음하고, 끙끙 앓고, 불평하고, 분석하고, 헛소리하고, 따지고, 트집 잡고, 찝찝해하고, 오지랖 떨고, 쓸데없는 짓하고, 눈 찌르고, 손가락질하고, 훔쳐보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찔끔 해보고, 째려보고, 아첨하고, 찾아 헤매고, 앉아서 쉬고, 이름에 먹칠하고, 스스로 갉아먹고, 또 갉아먹고, 또 갉아먹지 말고, 다 그만두고 그냥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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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든 예술이든 중요한 것은 결국 ‘하는 것’ 그 자체다. 어르신께서는 비록 여러 운동을 한 번씩만 하시지만, 그 누구보다 꾸준히 운동하신다. 이는 솔 르윗이 에바 헤세에게 보낸 편지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고민하고 의심하는 것을 멈추고 그냥 좀 해!”고 말했다. 운동도, 예술도, 삶도 결국 움직이고 실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종종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다 시간을 흘려보내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체계적인 계획을 세운다 해도 실행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조금은 부족하고 비효율적이더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낫다. 중요한 것은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고민을 멈추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 그것이 결국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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