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띵 20 : 아이스크림>을 읽고 펼쳐 보이는 나의 이야기
세미콜론 출판사의 '띵 시리즈'
세미콜론의 '띵'은 작가가 애정하는 음식에 대한 짧은 에세이를 엮어 묶은 시리즈다. 주제가 아이스크림, 멕시칸 음식, 카레, 고등어, 해장 음식 등 폭넓고, 저자도 하현, 정연주, 김겨울(사랑해요), 임진아 등 다채롭다
사실 띵 시리즈는 한 번도 읽은 적 없었을 때도(어제까지의 내 인생) 이미 좋아함 벌써 재밌음으로 마음 한 구석에 놓아둔 책이다. 요즘은 말하는 사람의 내면이 비추어지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너무 좋아져서, 그런 에세이를 사랑하게 돼서 가지게 된 내적 친밀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하여튼 이 글은 띵 시리즈의 아이스크림 편을 읽다 갑자기 아무도 묻지 않은 내 최애 아이스크림을 펼쳐 보이는 글이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편 매우 재밌어요 추천드립니다
좋아하는 말이 있다.
나는 '인생은 레벨 업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다'라고 믿는데 옛날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레벨 업한 버전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옛날의 나로부터 지금의 나까지를 모두 다 품은 내가 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스펙트럼이 언제 넓어졌다는 실감을 하느냐? 바로 한없이 가벼운 초코맛의 쌍쌍바 먹을 때다. 마요네즈 범벅 콘샐러드를 먹을 때다. 케첩맛 낙낙한 나는 나폴리탄 파스타를 먹을 때다. 다디단 딸기맛 우유를 먹을 때다. 지금 보니 순 먹을 때뿐이군.
어렸을 때의 나는 앞의 것들은 모조리 안 먹었다. 보통 말하는 어린이 입맛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저렴한 초코맛? 취급하지 않았다. 오직 진짜 초콜릿만 좋아했다. 용가리 너겟보다 곰취나물 새발나물등의 별별 나물반찬에 밥을 먹었다. 나이 먹고 건장-한 어른이 되고서야 나는 어린이 입맛음식을 하나 둘 섭렵하기 시작했다. 흥 유치한 맛은 별로라 외친 애늙은이의 오만을 지나, 음 이것도 맛있군 저것도 맛있군 다아 맛있군 하는 그냥 늙은이가 되었다.
어이없지만 나는 이게 포용력이 좋아진 거라고 생각한다. 홀홀 이것도 괜찮구나. 저것도 괜찮구나. 음 이건 내가 아직 안 좋아하지만 좋은 음식이로구나. 쌍쌍바를 손에 들고 난 그런 생각을 했다.
요즘 아이스크림 할인점 가면 어떤 맛부터 찾느냐? 수다 됐고 그래서 먼 아이스크림 좋아하냐? 바로 따옴바 패션후르츠맛이다. 800원의 행복. 먹을떄마다 이 가격에 이 맛이??? 싶은 퀄리티. 그것이 바로 따옴바.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잘 만든 공산품은 예술품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정말 온 맘을 다해 동의한다. 진짜로 나는 정말 엄청나게 잘 만든 할리우드 영화 재밌게 봐놓고, '음 그냥 잘 만든 블록버스터 그 수준이네~' 이딴 헛소리로 인정해 주는 척 실상 폄하하는 놈들을 맘속으로 매우 미워하고 있다.
아니 그래서 하여튼 따옴바가 바로 정말 퀄리티가 도른 최고의 공산품입니다. 영화로 치면 <스타트렉 3 : 비욘드>,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의 퀄리티라고 할 수 있겠다. 아 이런 좋은 상품은 샤라웃 해야 한다. 왜냐하면 나만 알면 단종되니까…. 여러분 한번 츄라이 츄라이.
어렸을 때 가장 많이 먹은 아이스크림이 뭘까라고 고민해 보면 단연코 서주다
합법커피섭취 매력에 많이 먹었던 더위사냥, 부스러기 다 흘리며 먹었던 돼지바, 빙빙 꼬였네 괴상망측해 (하하하하) 딸기맛 사과맛 좋아 좋아(꺄하하하) 스크류바, 세상에 아이스크림 많고 많지만 애네는 하굣길에, 놀러 가는 길에 짤랑거리는 내 용돈으로 하나 둘 사 먹은 애들이라 탈락이다. 서주는 아빠가 비닐봉지에 와르르 담아서 (오 직 서 주 만) 자 먹자~하고 사다 주신 아이스크림이기 때문이다. 물량공세에서 승리.
아빠픽 아이스크림은 바밤바, 비비빅도 있었지만 그건 아빠가 젤 좋아하는 아빠전용이었다. 가족들이 다 함께 먹은 아이스크림은 서주지 암암. 엄마, 아빠, 언니, 나, 동생 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었다.
하여튼 서주 생각하면 맛보다는 장면이 생각난다
차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아빠가 서주를 쓸어와서 무거운 봉지째 창문으로 건네주셨다. (와-) 우리도 헤헤 먹고 아빠도 아이스크림 물고 히히 마히따 (그히) 하며 출발했던 장면이 생생하다.
하지만 맛은 역시 잘 기억 안 난다 어느샌가부터 서주를 잘 안 사 먹었으니까. 얼마 전에는 나 포함 우리 집 삼 남매가 서주 아이스크림은 무슨 맛이다 토론하기도 했다 나랑 동생은 서주는 물에 연유탄 것처럼 이상하게 맹맹한데 이상하게 겁나 진하고 단 우유 맛이다라고 주장했고, 언니는 아니다 그거 우유 조금밖에 안 들어있어서 서걱거리기는 맛이다라고 맞받아쳤다. -이 논쟁은 구글링을 통한 팩트체크를 통해 언니가 아맛나 겉 부분 맛과 서주를 혼동한 것으로 판명나 나와 동생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리고 쓸데없지만 치열했던 이 이야기의 끝은 아빠 보고 싶다 (그치) 였다. 생각해 보면 아빠 돌아가신 후부터 서주를 안 먹은 거 같아.
못 본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지금 세보고 좀 놀랐네. 긴 것 같기도 짧은 것 같기도 해.
나는 아빠 목소리가 기억이 안 난다. 사실 그런지 꽤 됐어. 내가 고등학생 때, 언니가 아빠 사진 보면서 얘기했다. 사실 이제 아빠 목소리가 생각이 안 난다고. 그 말 듣고 왈칵 난 눈물에 엉엉 울었었다. 장례식 끝나고 제일 크게 울었던 날이었던 것 같아. 나도 기억이 안 나는 걸 그제야 알았거든.
내 맘속 부동의 1위는 메로나 너야. 널 어떻게 안 좋아하겠니.
하지만 할 애기는 딱히 생각 안 났어 메로나야.
나는 네가 코코넛맛 파인애플맛 별의 별맛 다 나오는 모습도 참 멋있다고 생각해.
하여튼 좋아한단다.
아주 사소한 것을 잘 이야기하는 사람이 거대한 일까지 잘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마음에도 신경을 쏟으며 이에 자신의 주관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말그대로 남다른 매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의 최애 아이스크림과 그 이유가 궁금하다.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여러분은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