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시간과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쫓길 때

영화 <틱, 틱... 붐!>을 사랑하는 사람의 고해성사형 리뷰

by 윤슬조
정말 정말 좋아해


<틱, 틱... 붐!>은 동명의 뮤지컬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렌트>로 잘 알려진 뮤지컬 작가 조나단 라슨이 자전적 이야기를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하는 독특한 작품.



작가 조너선 라슨과 그를 연기하는 배우 앤드류 가필드


이 영화의 주인공 조나단 라슨은 틱, 틱... 하는 시계 초침 소리의 환청을 들을 정도로 현실 문제에 쫓기고 있다. 그도 그럴게 낮에는 웨이터로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10년째 집필 중인 작품을 붙잡고 있는

뮤지컬 작가이기 때문이다.


초조할 만도 하지. 그 와중에 서른 살까지 되어버림.

그리고 이 환장하는 상황을 명곡 'Stop The Clock'으로 승화해 낸다.


안 들어 봤나요??? 영화를 안 봤다구요???

한번만 들어봐주세요. 한번만 봐주세요. 제가 부탁합니다.






영화는 ‘나’를 보기 위한 것


낯선 타인에게서, 나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저 뮤지컬 천재작가청년을 거울삼아
나 자신을 보게 만드는 일

현실에서 도망가려는 나 자신을 다시 붙잡는 일,



회피형 인간으로서의 삶, 이를 극복하려는 삶


‘무대 위 존’
젠장. 프레디 병원에 가야 돼. 언제 가야 하지? 글을 써야 해. 수잔이랑 얘기해봐야 해. 프레디를 보러 가야만 해. 수잔한테 전화해야만 해.

'화면 전환 - 회상'
(존이 카운터에 선다. 그의 마음 안에서 생각이 텀블링하며 뛰 다닌다.)
왜 난 그 곡을 써내지 못하는 거지? 넌 어떻게 친구가 병원에 있다는데 니 쇼 생각을 할 수가 있어? 난 여기서 대체 뭘 하는 거지? 나가야 해. 문을 열고 나가.

‘다시 화면 전환 - 무대 위 존’
하지만 지금은 문댄스 다이너의 일요일 오전 9시 30분이에요. 저는 아무 데도 못 가요.


<틱, 틱… 붐! (이하 틱틱붐)>을 보게 된 계기는 “회피형 인간에게 최고”라는 추천 평 때문이었다. 나 자신을 지독한 회피형 인간으로 평가하는 나는, 이러한 나의 면모에 질리고 지쳐있었다. 그래서 꼭 보아야지 마음을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한 건 한참 뒤의 일이었지만.


나는 틱틱붐을 통해 나를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하는 조너선 라슨을 보면서 내내 나 자신을 보았다. 천재 뮤지컬 작가를 보면서 닮았다고 생각하는 일은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만, 하여튼 그랬다.


나와 가장 조너선이 비슷하다고 느껴진 건 그의 바닥, 극단적 회피성향이었다. 그와 나는 위의 쌓여있는 모양은 다르지만, 이를 흔들어서 미쳐 돌아버리겠는 근본적 문제가 같았다. 그를 보면서 객관적으로 회피성향이 얼마나 답답한지, 하기만 하면 되는 일을 하는 일이 얼마나 정답이 명확히 보이는지를 실감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회피하는 놈이 나뿐만이 아니구나!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실은 너와 나 그리고 재도 겪는 하잘 없는 흔한 문제라는 생각도 들어 위안을 얻기도 했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만으로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회피형 인간에게 정말 추천합니다.


그리고 그의 실패와 성공의 경험은 나에게 영감이 되었다. 수잔의 "사실은 네가 날 잡아주길 원했어."라는 고백을 통해, 사실 고민하고 회피하는 일이 얼마나 나만의 오해이고 이를 통해 문제를 키울 수 있는지를 느꼈고, 냅다 떠난 수영이 그에게 악상을 안겨주는 장면을 통해, 루틴적이고 업무 외 적인 행동이 내가 고민하는 일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회피하지 마. 그냥 해.




계속해서 하는 일의 중요성,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저는 이제 뭘 해야 하죠?

다음 극을 써. 다 쓰면, 그다음 것을 써. 그리고 다시 하고 또다시 해. 그게 바로 작가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이야. 애야. 너는 그냥 계속해서 벽을 향해 그것들을 던지면서 언젠가 무너질 것이라는 희망 하면 돼. 들어봐. 이 비즈니스에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있어왔던 한 사람이 주는 작은 조언이야.
이다음에는 네가 잘 아는 걸 써봐.


그는 자기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 뉴욕 슬럼가를 배경으로 예술가의 일생, 그 가운데 에이즈로 마약으로 스러져가는 친구들을 다루는 뮤지컬 <렌트>를 썼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렌트의 첫 공연 날,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 성공을 보지도 못했지만.


조너선은 답을 찾았다. 그는 8년 동안의 집필기간을 통해 30세에 완성한 <슈퍼비아> 이후 5년의 시간 동안 자전적인 자서전과 같은 이야기 <틱, 틱… 붐!>, 자전적이지만 자신을 둘러싼 친구들 모두의 이야기 <렌트>까지 써내며 온갖 찬사를 받았다.


나는 어떤 답을 찾아낼까. 어떤 일을 계속해서 하고, 어떤 내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해야 할까. 일단 하고 보자라는 생각이 드는 오늘.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에 답하고 싶다. 행동이 더 울림이 목소리가 크니까.










영화는 ‘너’를 보기 위한 것


조너선과 조너선의 친구가 나의 친구가 된다는 것

23-1 영화예술학 전공 ‘영화개론’ 대학 강의 중

실제로 영화는 관음증이 아닌 연대라는 이론으로 보통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영화인 ‘자바 타니’의 말


에이즈로 너무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는 친구들, 고군분투하는 예술가들, 모두 나의 일상과는 너무 먼 이야기다. 그렇지만 틱틱붐을 보았기에, 이제 나의 친구가, 이야기가 되었다.


나의 친구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

너무 행복한 조너선과 친구들의 모습, 삐걱거리는 모습 모두모두 나의 친구들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삶이란 얼마나 행복한가. 얼마나 소중한가 그 존재가.






<틱, 틱 붐>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우리 모두 못난 점도 가지고 있지만, 이 영화를 본 우리에게는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의지가 조금이나마 생겼지 않았을까. 우리 모두 힘냅시다. 조너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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