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장례연구소 송슬옹 대표 인터뷰
“왜 장례 서비스는 유가족을 더 외롭게 만들까?”
장례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누구도 준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 순간이다. 고이장례연구소 송슬옹 대표는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졌다.
2021년 8월 설립된 고이장례연구소(이하 고이)는 ‘유가족이 가장 외로운 순간에, 판매가 아닌 추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출발한 장례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업계 최초 장례 비용 정찰제와 가격 조회 서비스를 도입했고, 2024년 6월에는 월 100원으로 가입 당시 가격을 평생 보장받는 ‘100원 상조’를 출시했다. 현재 가입자 10만 명 이상, 누적 119억 원의 투자 유치(시리즈 A)를 기록하며 장례 산업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송 대표가 장례 산업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계기는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다. 아버지는 장례지도사, 어머니는 꽃집을 운영하며 근조화환을 납품했다. 죽음은 늘 일상 가까이에 있었다. 그러나 스무 살 무렵, 할머니를 떠나보내며 장례의 구조적 문제를 체감했다.
“발인을 마치고도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1년 뒤 가족들과 산소를 찾아 기억을 나눌 때 비로소 제대로 울 수 있었어요.”
정해진 절차를 따르느라 정작 추모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아쉬움. 여기에 세 가지 장면이 더해졌다. 물건을 팔듯 장례품을 권하는 구조,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입관식, 장례가 끝난 뒤에도 남겨지는 행정적 부담. 그는 깨달았다. 문제는 ‘죽음’이 아니라, ‘장례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는 것을.
고이의 철학은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유가족에게 죽음을 소화할 시간을 돌려드리자.”
한국의 장례는 지난 수십 년간 빠르게 효율화됐다. 병원 장례식장 중심 구조, 상조 패키지 시스템, 표준화된 절차. 장례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되지만, 유가족이 슬픔을 받아들일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고이는 이 구조를 ‘인센티브’에서부터 바꿨다. 기존 장례지도사는 대부분 프리랜서이며, 옵션 판매 실적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구조적으로 더 팔수록 더 번다. 고이는 이를 완전히 뒤집었다. 판매 실적과 무관한 고정 보수를 지급하고, 업계 평균보다 1.5배 높은 수준을 보장한다.
장례지도사의 역할도 재정의했다. 그들을 ‘프로페셔널 정서 가이드’로 부른다. 현장에서는 ‘메모리얼 테이블’을 운영한다. 고인의 생전 사진, 좋아하던 물건과 음식을 생화와 함께 진열한다. 휴지 대신 천 손수건을 제공하는 세심한 배려도 장례지도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장례 후에도 동행은 끝나지 않는다. 상속 절차, 행정 안내, 상복 수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고이와 기존 상조의 가장 큰 차이는 ‘돈의 흐름’이다. 전통적 상조는 수백만 원의 선납금을 받고, 실제 장례 시 추가 비용을 청구하는 구조다. 소비자는 이미 돈을 낸 상태이기 때문에 협상력이 낮다. 고이의 ‘100원 상조’는 월 100원의 계약금만 받고, 실제 장례가 발생하면 후불 정산하는 구조다. 가입 당시 정찰 가격을 평생 보장한다.
“돈을 맡기는 회사가 아니라,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줄 회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 모델은 빠르게 확산됐다. 현재 10만 명 이상이 가입했다. 또한 누적 36만 명이 장례 정보를 조회했고, 매달 10만 명 이상이 홈페이지를 방문해 비용을 확인한다. 가격을 비교하는 문화 자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시장에 남긴 영향도 적지 않다. 실제로 다수 후발 업체들이 정찰제·투명 견적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사업 초기, 고이는 ‘가격 정보 조회 서비스’에 집중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유가족은 견적표를 직접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슬픔 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릴 여유는 없다. 그래서 서비스 구조를 바꿨다. 홈페이지에서는 네 가지 최소 질문만 입력하면 되고, 구체적인 안내는 상담사가 직접 돕는다. 장례 가이드북과 체크리스트도 제공한다. 결국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정보’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
송 대표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가 장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첫째, 투명성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다. 가격의 근거를 묻고, 비교하고, 선택할 권리를 당연하게 여긴다.
둘째, 형식보다 의미를 중시한다. 전통 절차를 따르기보다 고인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에 집중한다.
셋째, 죽음을 미리 이야기하는 데 거부감이 적다.
100원 상조 가입자의 상당수가 30~40대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업체는 도태될 겁니다. 고객의 가치관에 맞춰 진화하는 회사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현재 고이는 100명 이상의 파트너 장례지도사와 협업하고 있으며, 평균 평점은 5점 만점에 4.9점이다. 품질 관리는 세 축으로 운영된다. 보상 구조 개편, 체계적 피드백, 그리고 자율성 부여다. 장례 후에는 ‘장례 동행 리포트’를 제작한다. 전문성·경건함·따뜻함 등 여섯 가지 항목을 시각화해 공유하고, 구체적 개선 포인트를 제시한다. 한 고객의 지적을 계기로 이 시스템은 더욱 정교해졌다. “환불 대신 고인이 운영하던 비영리재단에 기부해 달라”는 요청은 고이 내부 품질 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고이의 장기 비전은 분명하다.
“죽음 앞에서 덜 외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
단기적으로는 건강한 캐시플로우와 지속가능한 성장에 집중한다. 중기적으로는 정찰제·후불제·비영업 장례지도사 모델을 산업 표준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100원 상조의 자동 결제 알림은 단순한 청구 메시지가 아니다. ‘언젠가 이 순간이 온다’는 작은 리마인더다.
마지막으로 송 대표는 창업가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처음에는 기존 상조 업계의 방식을 흉내 냈습니다. 당연히 실패했습니다. 누군가의 성공 방정식은 스타트업에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본질로 돌아가세요. 저희는 ‘장례 하나는 잘 치르는 회사’가 되기로 했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죽음이라는 가장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고이가 말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결국 산업을 바꾸는 힘은 거대한 전략이 아니라, 본질을 향한 집요한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