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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경희 Sep 10. 2020

노는 것이 좋아서 책 읽는 아이

"아이가 책을 많이 읽는 데 책 내용을 잘 이해 못하는 것 같아요."

라고 걱정하는 엄마가 계셨다.


나는 학생과 만나 얘기를 해봤다.

학생은 초등학교 5학년이다.

학생은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이다.

가족들은 학생이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학생 자신도 책을 많이 읽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나는 학생에게 책 내용을 물어봤다.

책 내용으로 잘 읽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닐 수 있지만

학생이 내용을 다 안다고 하기에 물어봤다.

책 내용을 설명하라고 하니 우물쭈물하면서 당황해했다.

학생은 내용을 다 안다고 하면 내가 질문 안 할 줄 알았던 것이다.






"책 읽었니?"

"네, 읽었어요."

"혹시 책 읽을 때 집중 안 했니?"

"집중했어요."

"그럼 책을 읽고 싶은 부분만 읽었니?"

"네."

"왜 읽고 싶은 부분만 읽었니?"

"읽어야 될 책이 많아서요."

"읽고 싶은 부분만 읽으면 이해되니?"

"아니요. 엄마가 일 가시면서 하루 4권 ~6권을 읽으라고 해요. 빨리 읽어야 놀 시간이 생기죠."

"놀기 위해 대충 읽는 거구나."

"네."




학생과 얘기 후 학생의 엄마와 상담했다.

학생의 엄마는 책을 중요시 여겨 아이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런데 엄마의 의도와 달리 학생의 책 읽기는 숙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학생은 놀기 위해 숙제를 후다닥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놀기 위해 책을 휘리릭 넘긴 것이다.

학생이 숙제 같은 책을 후다닥 하고 휘리릭 넘겨도 읽어야 할 책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학생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책을 읽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학생의 생각에는 활자를 읽을 것도 책을 읽은 것이 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학생이 책을 싫어하지 않는 것이다.


학생의 엄마와 상담 후 하루 읽을 책을 1권으로 정했다.

그 후 학생에게 정확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해가 안 될 때 책을 2번 읽으면 2권 읽은 것이 된다고 하니

"정말요?"

라고 하면서 좋아했다.


하루 1권으로 줄어들자 학생은 정독 하기 시작했다.

정독하면서 천천히 읽어도 놀 시간이 많자 마음도 편해졌다.

하루 1권 몇 개월 동안 정독하니 기억나는 내용이 많다고 했다.


책을 정독하면서 이해력이 좋아지니 속독이 생겼다.

속독으로 하루 1권 읽고 시간이 더 많이 남게 되었다.

그러자 학생에게 놀 수 있는 시간이 더 생겨 좋아했다.

학생은 실컷 놀면서 책을 읽어가던 어느 날

지식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독서로 책 읽는 요령이 생긴 학생은

지식책을 읽으면서 핵심 단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단어를 확인하듯이 묻곤 했다.

핵심 단어를 찾기 시작한 학생은 책 읽는 것이 수월해졌다.



나는

정독이 좋아요?

속독이 좋아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독서 방법은 학생들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정독을 강조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항상 말한다.

"책은 정독해야 돼. 정독이 습관이 되면 속독이 되고 속독이 되면 다독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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