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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경희 Sep 26. 2020

160만 원이 우스워?

14년 전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로 다닐 때이다.

강사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교감 선생님께서 부르셨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교감 선생님이었던 거 같다.)


학교에 도서관이 생기는 데 임시 사서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방과 후 수업도 하고 도서관 사서를 임시 맡으라고 했다.

시간은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월급은 160만 원이라고 하셨다.

당시 방과 후 강사 월급은 80만 원 정도였다.

방과후 수업은 매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사 월급의 2배를 준다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당시로서는 꽤 큰 액수였다.

그런데 난 이런 파격적인 제안에 고민하지 않았다.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도서관 사서 제안을 받기 며칠 전 한 업체에서 제안을 받았다.

그곳에서도 월급을 맞춰줄 테니 업체로 오라는 것이다.

월급을 맞춰 일정한 수준으로 준다고 하는 업체의 제안도 당시로서는 대단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나는 업체의 제안을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었다.


업체도 근무시간이 일정하게 정해졌다.

아이들이 어릴 때여서 한 곳에서 일할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일을 하고 있었지만 아이들 상황에 따라 변수가 컸던 상황이다.

일정한 시간에 출. 퇴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업체는 늦게 퇴근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업체 간부는

"정해진 월급이 우스워요?"

라고 하는 것이다.

나도 웬만하면 하고 싶지만 한 곳에 있는 것은 힘들다고 해도 듣지 않았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상황인데 서로 배려하고 이해할 필요가 없지만 졸지에 난 콧대 센 여자가 되었다.

그러면서 얼마나 잘 나가는지 보겠다고 하셨다.

난 잘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교감 선생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매달 이렇게 정해진 돈을 받는 것이 쉬운 게 아니잖냐고 하신다.

"어디 가서 160만 원 매달 따박따박 받는 거 어렵잖아요!!

선생님은 160만 원이 아쉽지 않은가 보네요."

이번에도 콧대 센 사람이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도서관을 관리하지 않을 거면 방과 후 강사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

교감 선생님께서는 방과 후 강사와 도서관 임시 사서를 같이 할 사람을 뽑겠다고 하셨다.

이러다 방과 후 강사 자리도 잃게 될 상황이다.

막다른 골목이다.


하~~ 정말, 답이 없다.

대책을 세워야 했다.

고민하던 어느 날

학교에서 오후 시간은 학부모 도우미들께서 하기로 했는 것이다.

너무 다행이다.

나에게 행운이 온것이다.

그럼 오전 시간은 내가 무료 봉사하겠다고 하니 오히려 고마워했다.

도서관 담당 선생님이 수업 중에 보조해줄 사람만 있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오후 관리에 변수가 생길 때는 내가 도울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던 교감 선생님께서는 좋다고 했다.

나는 방과 후 강사 자리를 지키고 서로 언쟁이 없이 잘 해결이 되었다.

학교에서도 매달 160만원 주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했던 것이다.


오후 시간을 도서관에 쓰지  않아 다른 학교 방과 후 수업도 할 수 있었다.

미래가 확실하지 않은 곳에 있는 것보다 나의 역량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곳을 찾길 원했다.

그리고 여유시간에 수업을 위한 준비와 공부를 하면서 나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을 했다.


당시 160만 원 월급 제안할 때 살짝 흔들렸다.

내가 160만 원을 받으면서 학교에 하루 종일 있는다 해도 도서관 운영이 안정이 되면 도서관을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그때는 월급도 줄고 갑자기 비는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할 수도 있다.

교감 선생님이 제안할 때도' 160만 원이 올해까지는 가능합니다.'라고 했지만 내년은?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까? 당시 나는 지금 만족할 것인지 역량을 키워갈 것인지 고민을 하면서 일하던 시기였다.

결국 나는 업체, 학교에서 제안한 돈보다 더 벌게 되었다.


더 좋은 일은 오전 도서관 관리를 안 해도 됐다.

학교 수업으로 인해  학생들이 오전은 도서관을 사용하지 않아 도서관 문 여는 시간을 조절했다.

덕분에 꿀같은 오전 여유시간은 덤으로 생겼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를 때 얼굴을 붉히지 않고 협상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던 사건이었다.

그리고 주변 여건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미래가치에 투자해야 함을 배운 시기였다.

이후 나는 생산성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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