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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경희 Aug 09. 2020

싱글맘이 되어 알게 된 '나'

-마음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답게 살기

얼굴에 핏기 없는 환자 같은 아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눈을 가진 아이.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중얼 이야기하는 아이.

누가 옆에서 보호해야만 할 것 같이 연약한 아이.


이 아이는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어릴 때 몸이 약해 병치레가 잦아 부모님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살았다.


사실 몸이 따라주지 않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일도 많았다.

어디가 아팠는지 병명은 다 기억나지 않는다.


몸이 많이 안 좋아 약을 오래 먹은 적도 있고

주사인지 약인지 부작용으로 한쪽 귀가 안 들렸다.

한쪽 귀가 안들리는 것을 알았을 때 충격을 받아 의료사고라고 소리 지르는 나에게 부모님은 그냥 넘어가자고 하셨다.

힘없는 나로서는 발언권에도 힘이 없었다.

부모님은 한쪽 귀가 안 들리는 충격을 이해해주기보다 아픈 것이 좀 나았다는 것에 안도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한쪽 귀가 안 들리는 더 안타까운 딸이 됐다.


부모님은 나를 보면 항상 말씀하셨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


부모님은 나의 건강을 염려해서 한 말이지만 나는 점점 작아졌다.

부모님이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볼 때마다 

'내가 없으면 병원비로 돈을 안 써도 될건데'

'내가 없으면 부모님이 좀 편히 살 수 있을건데'

라는 생각으로 내가 세상에 존재한 것이 미안했다.




대학 졸업하던 해에 취직한 나는 다시 몸이 많이 아파 직장생활 3년만에 일을 그만뒀다.

큰 병원에 가도 고칠 수 없다는 말에 절망하여 무기력해졌다.


이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을 원망했다.

'온갖 병을 종합 선물세트로 주냐며...'


절망에 빠진 채 고치지도 못하는 병을 고치겠다고 아둥바둥할 때 기적적으로 병이 나았다.

어떻게 병이 나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했다. 이때 다시 신에게 기도했다.

"감사합니다"

참, 사람 마음이 간사했다.





건강을 찾고 남들과 같이 평범한 생활을 하던 나에게 사건이 터졌다.

결혼 10년 만에 싱글맘이 된 것이다.

보란 듯이 멋지게 사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나는 다시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딸이 되었다.

누가 봐도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다.

나를 안타깝고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까지 느껴졌다.


"혼자된 것은 네 팔자가 세서 그래"

"아이들을 남편에게 보내고 너 혼자 살아"

"여자 혼자 아들 둘을 어떻게 키우려고 해?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주변 사람들이 하는 조언은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아무 말 안 하면 안 되는 걸까?

말 안 해도 걱정은 내가 더 하는데...


나는 삶의 무게를 짊어진 '싱글맘'이 되었지만 사람들의 생각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예전처럼 걱정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가두고 싶지 않았다.


'나'를 먼저 살려야 했다. 아이들과 살아가려면 나를 찾아야했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라는 진부한 표현이 이때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엄마이기 이전에 '나'를 찾아야 생계를 위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비행기에서 응급상황에서 엄마가 먼저 산소 마스크 착용하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엄마인 내가 숨을 쉬어야 아이가 숨 쉴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내가 숨쉴 구멍을 찾기 위해 내 감정을 읽었다.

슬픔, 기쁨, 화, 억울함 등을...

그랬더니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살고 싶었던 것이다.

제대로 살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나약한 나의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들고 싶어하는 내 모습을 알게 되었다.

나는 살고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밥을 안 먹으면 배고픈 것처럼 책을 안 읽으면 마음이 고팠다.

열정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니 마음이 편해지고 아이들에게도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생계형으로 살아가는 나의 삶이지만 고마운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겉모습은 여리한 모습이지만 내면이 강해졌다.

그래! 나는 강했던 아이었다.




14년 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같이 커가고 더욱 단단해졌다. 

어느 날 나는 가슴의 뜨거운 열정을 느꼈다. 

그건 '책쓰기'였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떤 '책쓰기'단어가 가슴에 들어온 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가슴이 설랬다. 

설래는 가슴을 안고 책을 쓰고 출간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 

그 후 나는 글쓰기에 불이 붙었다. 이번에는 글이 고팠다. 항상 쓰고 싶다. 

나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었구나.


그래, 나는 강했던 아이었다. 

난ㄴ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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