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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경희 Aug 30. 2020

집 없으면 자식이 결혼하기 힘들어

작년에 집을 보러 다녔다.

'대출이라도 받으면 집을 살 수 있을까'라는 마음을 갖고 집쇼핑을 했다.

그런데 집값이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자식 결혼할 때 어떻게 하려고?"

"네?"

"자식 결혼과 제가 집 구하는것은 무슨 연결이 되나요?"

"엄마가 집 없으면 너무 없어 보여 안되지? 혼자 사는데 집까지 없어봐."

"집 있는 사람보다 집 없는 사람이 더 많은 데 뭐가 문제 되나요?

혼자 사니까 집 장만이 힘든 것은 당연한거고요."


지인과 이렇게 얘기가 끝났지만 나도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집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집이 마음먹은 대로 생기는 것도 아닌데...

집이 없다고 나의 삶이 없어 보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인은 그렇게 생각하는 거였다.

집 없으면 없어 보인다고...

요즘은 아이가 성인이 되니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엄마가 집 없으면 자식 결혼이 힘들다고..."






'휴"

집은 나와 인연이 아니었다.

결혼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시어머니는 집 구하는 데 한 푼도 보태줄 수 없다고 하셨다.

집 구하는 데 보태주길 바라지도 않았다.

그럼 남편이 모아둔 돈을 달라고 했다.

결혼 전 남편의 월급을 시어머니께서 관리하셨다.

남편의 월급을 관리하면서 어머니는 돈을 전부 쓰셨다.

남은 돈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생활비 100만 원 달라고 하신다.

그것도 다달이 3년 동안이나...

으악~~~

너무 놀랬다.

이건 무슨 상황인지.

모든 것을 다 취소하려고 하던 찰나 친정어머니가 집 구할 때까지 친정집에 살라고 하셨다.

그렇게 친정살이가 시작됐다.

'그래! 아직 젊으니까 다시 돈 모으면 되지!'라는 생각은 꿈을 꿀 수 있어 희망찼다.

친정집에서 집구 할 생각을 하면서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


결혼 1년 후

IMF가 터졌다.

남편이 결혼 전에 선 보증이 터진 것이다.

갑자기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이다.

너무 억울했다.

왜 다른 사람의 빚을 물어야 하는지....

당시 각자 사연이 있지만  IMF로 무너지는 가정이 많았다.

나도 사연을 갖고 무너지는 가정에 속했다.

심지어 보증제도를 만든 나라를 원망하기도 했다.

보증제가 여러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마음 약한 남편을 원망했다.

원망이라는 원망을 다 찾아냈다.

그래야 내가 덜 불행할 것 같았다.

이제는 보증제가 없어져서 다행이다.

남편은 보증 사건을 숨겨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상황이 된 것이다.

빚쟁이들이 몰려왔다.

집이 전쟁터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친정집이 전쟁터가 된 것이다.


돈을 모아 집을 구하려고 하던 꿈이 물거품 되고 친정집에 몇 년을  더 살게 되었다.

나는 친정집에 사는 것이 미안해서 집을 빌려서 나왔다.

나쁜 일은 꼬리 물고 일어난다고 했던가...

일이 꼬일 대로 꼬였다.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결국 나는 남편과 헤어져 싱글맘이 되었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친정집으로 들어갔다.

'하~'

이건 무슨 일이람

친청에서 몇 개월을 살고 나왔다.

'이게 떠돌이 생활이구나'

홀로 아이들과 남의 집에 산 지 13년이다.

나에게 집이 생기기는 할까?


나에게 '집'은 어떤 존재일까?

집은 재산적 가치보다 기둥처럼 느껴진다.

언제나 편히 쉴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남의 집에 살지만 내 집인 것 마냥 마음을 주고 산다.

언젠가 이 집을 떠날 때가 되면 슬플 것 같다.

이 집에서 아이들을 키웠고 내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운을 준 집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감사함을 느낀다.

좋은 기운을 갖고 살게 해줘 감사하다고...

하지만 해가 바뀔 때마다 집주인이 집세 올릴까? 나가라고 할까? 걱정 안 해도 되는 날은 언제일까?

걱정되지만 이 집에서 살고 있는 동안은 내가 주인이다.

집없어 자식이 결혼하기 힘들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그런 생각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다른 생각을 존중한다.

하지만 나는 남의 집에 살지만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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